계절시(季節詩)감상

三月二十三日雨 (삼월이십삼일우) - 崔瀣 (최해)

-수헌- 2026. 5. 29. 11:23

三月二十三日雨 삼월이십삼일우 崔瀣 최해

삼월 이십삼일에 비가 오다.

 

去歲乖雨暘 거세괴우양

지난해에는 일기가 고르지 못해

農家未插秧 농가미삽앙

농가에서는 모내기도 못 했기에

萬民落饑坎 만민낙기감

만백성이 굶주림 속에 떨어져서

相視顔色涼 상시안색량

서로 보는 얼굴빛이 처량하였네

今年春又旱 상시안색량

금 년 봄에 또다시 가뭄이 들까

拱手愁愆陽 공수수건양

두 손 맞잡고 건양을 근심했었네

青泥井水涸 청니정수학

우물물은 말라서 진흙탕이 되고

赤血朝暾光 적혈조돈광

아침 햇살은 붉은 피처럼 빛나네

道路多餓殍 도로다아표

거리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많고

郊原阻農桑 교원조농상

들판에는 농사일 마저 어려워졌네

我慵常晏起 아용상안기

나는 게을러 평소처럼 늦게 일어나

清曉臥草堂 청효와초당

맑은 아침에 초당에 누워 있는데

雨意作蕭蕭 우의작소소

비 올 기운이 소슬하게 일어나더니

薝語俄琅琅 담어아랑랑

갑자기 추녀 끝에 빗소리 낭랑하네

推枕忽驚起 추침홀경기

문득 놀라서 베개 밀치고 일어나서

開窓喜欲狂 개창희욕광

창을 여니 기뻐서 미칠 것 같구나

柳堤濕翠黛 유제습취대

언덕의 버들은 취대처럼 촉촉하고

花塢凝紅粧 화오응홍장

언덕에는 붉게 단장한 꽃이 엉겼네

物色沃更生 물색옥갱생

만물의 물색에 윤기가 다시 생겨나

一一吐芬芳 일일토분방

하나하나 모두 향기를 토해 내네

迺知上帝心 내지상제심

상제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겠구나

終不負民望 종불부민망

결국 백성의 바람을 버리지 않을줄

耒耜滿南畝 뇌사만남무

남쪽 이랑에 쟁기질할 만큼 찼으니

可計千斯倉 가계천사창

여기 모든 창고를 채울 수 있겠네

敢辭破屋傘 감사파옥산

비 새는 집에 우산 받힌다 하지말라

口腹吾已忘 구복오이망

내 이미 먹을 걱정은 잊어버렸으니

 

※愆陽(건양) : 지나치게 왕성한 양기(陽氣)로 겨울철에 날씨가 지나치게 따스한 것을 뜻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겨울에는 건양이 없고 여름에는 복음(伏陰)이 없게 된다.’ 하였다.

※農桑(농상) : 농사짓는 일과 누에 치는 일. 통상 농사일을 통틀어 표현한 말이다.

※翠黛(취대) : 눈썹을 그리는 데 쓰는 푸른 먹, 전하여 미인이나 미인의 눈썹을 의미한다.

 

*최해(崔瀣, 1287~1340) : 고려시대 문신, 문장가. 자는 언명보(彦明父) 수옹(壽翁), 호는 졸옹(拙翁) 예산농은(猊山農隱). 최치원의 후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