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歲暮行 (세모행) - 蔡濟恭 (채제공)

-수헌- 2026. 2. 5. 17:37

 

歲暮行   세모행     蔡濟恭   채제공 

세밑의 노래

 

少年値歲暮 소년치세모

젊은 시절에 세밑을 만나게 되면

惜添一齒心不樂 석첨일치심불락

한 살 먹는 게 아쉬워 즐겁지 않았는데

老去値歲暮 노거치세모

늙어 가면서 세밑을 만나게 되니

置之無奈如棄擲 치지무나여기척

한 살 던져 버리듯 어찌할 수가 없구나

一旬高卧明德山 일순고와명덕산

열흘 동안 명덕산에 높이 누워 있으니

雨雪漠漠掩松關 우설막막엄송관

송관도 가리며 자욱이 진눈깨비가 내려

父老奧居休問候 부로오거휴문후

두메에 계시는 노인들 문후도 중단하고

朋友暫訪旋歸還 붕우잠방선귀환

벗들도 잠시 왔다 곧바로 돌아가는구나

風松晝戛紛鬐鬣 풍송주알분기렵

낮엔 솔잎이 바람에 어지러이 부딪히고

氷泉夜墜鳴瑤環 빙천야추명요환

밤엔 언 샘물이 옥 소리 내며 떨어지네

此時沈吟歎白髮 차시침음탄백발

이럴 때는 백발을 읊으며 깊이 생각하고

此時行坐戀丹闕 차시행좌련단궐

이럴 때는 앉으나 서나 대궐을 사모하네

借問此歲餘幾日 차문차세여기일

이 해가 며칠이나 남았는가 물어보니

日過三五是元日 일과삼오시원일

십오 일 지나면 바로 정월 초하루라네

簪珮難隨大庭班 잠패난수대정반

관복 입고 조정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

梅花敎守終南室 매화교수종남실

매화는 종남산의 방을 지키라 가르치네

白日西馳水東流 백일서치수동류

해는 서로 달리고 물은 동으로 흘러가니

古來如此我何愁 고래여차아하수

예로부터 이러니 이 몸 무엇을 근심하랴

山廚榾柮燒中夜 산주골돌소중야

한밤중 산골 부엌에서 장작불을 지펴서

暖酒勸君君且留 난주권군군차유

술 데워 권할 테니 그대 잠시 기다리게

莫謾擊壺歌一曲 막만격호가일곡

공연히 타호 치며 노래 한 곡 하지 말게

大哉吾道長悠悠 대재오도장유유

크나큰 우리의 도가 길이 유구할 텐데

 

※松關(송관) : 산골 마을에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늘어선 소나무를 대문에 빗댄 표현이다.

※擊壺(격호) : 타호(唾壺)를 두들긴다는 뜻으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노래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것을 말한다. 진(晉) 나라 왕돈(王敦)이 만년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술을 마실 때마다 노래를 부르며 타호를 두드려 박자를 맞춰 타호의 가장자리가 모두 깨졌다는 고사가 전한다.

 

*채제공(蔡濟恭, 1720~1799 ) : 조선 후기 영조(英祖) 정조(正祖) 때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