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大雪 (대설) - 成俔 (성현)

-수헌- 2026. 1. 14. 11:52

大雪   대설     成俔   성현  

 

日短星昴羲馭促 일단성묘희어촉

날이 짧은데도 묘성이 희어를 재촉하니

玄冥用事剛飆酷 현명용사강표혹

현명이 기세를 부려 광풍이 매섭게 불고

窮陰晦朔莽相連 궁음회삭망상련

시월 그믐부터 초하루에 구름이 짙어서

天地慘慘驅滕六 천지참참구등륙

등륙이 내달리니 천지가 참혹해지는구나

花飛六出正乘時 화비육출정승시

육각형의 눈꽃이 때 맞추어서 휘날려서

揮鞭郊原與巖谷 휘편교원여암곡

들판과 골짝에 채찍 휘두르듯 쏟아지네

從朝至暮暮至夜 종조지모모지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한밤중까지

今日紛紛明日續 금일분분명일속

하루 종일 쏟아지고 이튿날도 이어지네

初如柳絮透疏簾 초여유서투소렴

처음에는 버들 솜처럼 주렴에 날아들다

畢竟撒鹽敲密竹 필경살염고밀죽

끝내는 소금을 뿌리듯이 대숲을 때리네

天篩漏下無缺空 천사누하무결공

하늘에서 채로 쳐서 빈틈없이 뿌려 대어

細粉糢糊毿林木 세분모호삼임목

눈가루 덮인 나무들 희미하게 늘어졌네

橢者成圭橫者玦 타자성규횡자결

긴 건 홀이 되고 누운 것은 패옥이 되고

値墩孤聳坎深瀆 치돈고용감심독

돈대는 우뚝 솟고 구덩이는 도랑이 됐네

樹無枝柯無野草 수무지가무야초

나무줄기 가지도 들판의 풀도 사리지고

平蓋深簷高過屋 평개심첨고과옥

집보다 높이 쌓여서 처마마저 덮었구나

掃下瓦縫如雲霏 소하와봉여운비

기왓골에서 구름 같은 눈을 쓸어내리니

裒聚庭除似山矗 부취정제사산촉

마당 가엔 모은 눈이 산더미처럼 쌓였네

山川縞素忽變態 산천호소홀변태

산천은 돌연 흰 비단처럼 모습이 변하니

宇宙微茫迷擧目 우주미망미거목

우주가 흐려져서 눈 들어볼 수가 없구나

滿眼怪詭眞富貴 만안괴궤진부귀

믿기지 않는 괴이한 풍경 눈에 가득하고

千街萬巷堆珠玉 천가만항퇴주옥

거리마다 마을마다 옥구슬처럼 쌓였구나

長江上下莽回互 장강상하망회호

긴 강은 아래위로 서로 얽히어서 돌고

嵯峨江面氷堅腹 차아강면빙견복

강 표면은 두껍게 얼어 높고 험해졌네

支溪線澗皆凍合 지계선간개동합

개울물과 실개천도 모두 꽁꽁 얼어붙고

流溜所瀉如鎔鋈 유류소사여용옥

쏟아지는 낙숫물은 은이 녹는 듯하구나

行人凌兢如凍蟻 행인능긍여동의

행인은 추운 개미처럼 벌벌 떨며 가고

疲馬不前迷踡跼 피마부전미권국

지친 말은 구부리고 나아가지 못하네

氷車輸入內凌陰 빙거수입내능음

수레에 얼음을 싣고 내빙고로 들여가는

飢牛脫蹄車脫軸 기우탈제거탈축

주린 소의 발굽과 수레 굴대도 벗겨지네

嶺東西北人不通 영동서북인불통

고개 동서북으로 사람이 다닐 수 없어서

其勢正如蠶叢蜀 기세정여잠총촉

그 형세가 촉으로 가는 잠총로와 같으니

人誰五丁鑿開道 인수오정착개도

어떤 이가 오정이 되어 길을 뚫어 열까

上無峯巒下無麓 상무봉만하무록

산봉우리도 없어지고 산기슭도 없어지니

華蟲失藪投澗坑 화충실수투간갱

덤불 잃은 꿩은 깊은 계곡으로 내려오고

狐鹿尋幽紛聚族 호록심유분취족

숨을 곳 찾아 여우와 사슴들이 모여드니

才人雪馬誇輕健 재인설마과경건

민첩함을 자랑하며 썰매 탄 재주꾼들은

如拾蟲蛆白茅束 여습충저백모속

벌레를 줍듯 잡아 흰 띠 풀로 묶는구나

長安市上競售利 장안시상경수리

장안의 저자에서는 다투어 팔리지마는

樞府老翁無臘肉 추부노옹무납육

중추부의 늙은이는 납육을 얻지 못하여

病身憔悴食無味 병신초췌식무미

병든 몸이 초췌하여 입맛이 없는데도

晨夕所供惟旨蓄 신석소공유지축

아침저녁 밥상에는 말린 나물뿐이구나

沙堤珂馬擁賓從 사제가마옹빈종

사제에는 좋은 말에 빈객들을 거느려도

數旬不出甘雌伏 수순불출감자복

수십 일을 나가지 못하고 숨어 지냈네

今年雪勢甚去年 금년설세심거년

금 년에 내린 눈이 작년보다 풍성하니

連雲宿麥明年綠 연운숙맥명년록

구름 같은 보리밭이 내년엔 푸르겠구나

今年寒氣甚去年 금년한기심거년

올해의 추위가 지난해보다 극심하고

雪光所觸人鱉縮 설광소촉인별축

눈빛에 닿은 사람은 자라처럼 위축되네

癯骨偏憐土榻溫 구골편련토탑온

병든 몸이 따뜻한 방구들만 편애하는데

萬卷床頭射朝旭 만권상두사조욱

책상 위에 쌓인 책에 아침 해가 비치네

 

※星昴(성묘) : 동짓날 해가 질 무렵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인 묘성(昴星)으로 전하여, 동짓날을 뜻하기도 한다.

※羲馭(희어) : 태양의 신인 희화(羲和)가 모는 수레라는 뜻으로, 태양을 말한다. 희어(羲御)라고도 한다.

※玄冥(현명) : 玄[검은색]은 오행 가운데 수(水)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에 해당하여 현명을 겨울의 신 또는 물의 신이라 한다.

※窮陰(궁음) : 궁음은 음기(陰氣)가 꽉 찼다는 뜻으로 음력 10월을 말한다.

※滕六(등륙) : 중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설신(雪神).

※怪詭(괴궤) : 괴이하여 믿기지 않음.

※凌兢(능긍) : 무섭고 두려워 벌벌 떨림. 전율( 戰慄 ).

※蠶叢蜀(잠총촉) : 촉(蜀)으로 가는 형세가 험한 길을 말한다. 잠총(蠶叢)은 전설 속의 고대 촉(蜀) 나라를 개설한 임금의 이름으로. 촉(蜀) 땅의 별칭으로 쓰인다. 또 이백(李白)의 시 송우인입촉(送友人入蜀)에 ‘말을 듣기로 잠총로는, 매우 험하여 가기 어렵다고 하네. 〔見說蠶叢路 崎嶇不易行〕’라고 하였다.

※五丁(오정) : 오정(五丁)은 하늘이 촉왕(蜀王)을 위해 내었다는 전설 속의 다섯 장정을 말한다. 진 혜왕(秦惠王)이 촉나라를 치고는 싶어도 촉나라로 통하는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장의(張儀)의 계책대로 촉왕에게 미녀를 바치자 촉왕이 다섯 장정을 보내어 미녀를 맞아오게 하였다. 다섯 장정이 미녀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큰 뱀이 산 굴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뱀을 끌어당기다가 산이 무너져 촉나라로 통하는 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서는 쌓인 눈 속에 길을 뚫는 것이 촉나라에 가는 길을 내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쓰였다.

※澗坑(간갱) : 시냇물과 구덩이가 있는 곳으로 깊은 계곡을 의미한다.

※雪馬(설마) : 썰매의 원래 말.

※白茅束(백모속) : 백모(白茅)는 볏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인 띠 풀을 말하는데, 시경(詩經) 소남(召南)에 ‘들판에 노루가 죽어 있거늘, 흰 띠 풀로 싼다. [野有死麕 白茅包之]’ 한 데서 온 말이다.

※樞府老翁(추부노옹) : 추부(樞府)는 중추원(中樞院) 또는 중추부(中樞府)를 말하는데, 성현(成俔)이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를 지냈기에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 듯하다.

※臘肉(납육) : 납육(臘肉)은 납일(臘日)에 잡은 산짐승의 고기로, 납향(臘享)에 쓰기도 하고 약용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납일(臘日)은 섣달그믐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절일(節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와서 동지로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을 납일로 하여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여기서는 자신이 가난하여 시장에서 파는 산짐승의 고기를 사지 못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旨蓄(지축) : (말린 야채 따위와 같은) 겨울철에 먹기 위해 저장해 두는 식품.

※沙堤(사제) : 사제는 당(唐) 나라 때 재상(宰相)들의 전용(專用) 도로로, 길에 모래를 깔았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여기서는 다른 고관(高官)들이 좋은 말을 타고 수종들의 호위를 받으며 조정에 드나든다는 뜻이다.

※雌伏(자복) : 가만히 숨어 지내다.

 

*성현(成俔, 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