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苦寒 (고한) - 李承召 (이승소)

-수헌- 2026. 1. 1. 11:29

苦寒   고한     李承召   이승소  

매서운 추위

 

積雪滿山白皚皚 적설만산백애애

온 산에 가득 쌓인 눈은 하얗게 빛나고

大風捲地從西來 대풍권지종서래

큰바람이 서쪽에서 땅을 말며 불어오니

排山欲倒氣勢雄 배산욕도기세웅

웅장한 기세가 산을 밀어 쓰러트릴 듯

萬竅怒號如奔雷 만규노호여분뢰

만규의 노한 소리가 우레처럼 부르짖네

征驂却立不敢動 정참각립불감동

가던 곁마도 멈춰서 감히 가지 못하고

行人遮眼不敢開 행인차안불감개

행인도 눈을 가리고 감히 뜨지 못하네

路阻氷滑僵仆多 노조빙활강부다

험한 길은 얼고 미끄러워 자주 넘어져

前呼後應聲相哀 전호후응성상애

앞뒤에서 서로 부르는 소리가 구슬프네

千兵露宿鐵衣冷 천병노숙철의냉

노숙하는 많은 병사들 갑옷이 차가워서

思家不覺中心摧 사가불각중심최

저도 모르게 집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네

寒氣贔屓曉來甚 한기비희효래심

새벽 되자 찬 기운이 더욱 기승을 부려

徹得重裘入襟懷 철득중구입금회

두꺼운 갖옷을 뚫고 가슴속을 파고드네

手足凍作龜背拆 수족동작균배탁

손과 발은 얼어서 거북 등처럼 갈라지고

口噤不語如銜枚 구금불어여함매

입도 얼어서 재갈을 문 듯 말을 못하네

造物從來多戲劇 조물종래다희극

조물주는 예로부터 장난이 심하였지만

作此不仁何爲哉 작차불인하위재

무엇 때문에 이처럼 불인한 짓을 하는가

嗚呼安得傾東海 오호안득경동해

아아 어찌하면 동해바다 물을 다 쏟아서

逡巡變作蒲萄醅 준순변작포도배

준순주를 빚어서 포도주를 만들어서

人人歌旣醉 인인가기취

사람마다 모두 취하여 노래하게 하고

歡聲遍九垓 환성편구해

기뻐 외치는 소리 구해까지 울리게 해

滌盡頑陰跡如掃 척진완음적여소

거센 음기 다 씻어서 쓴 듯 자취 없애어

坐見四海陽春回 좌견사해양춘회

앉아서 사해에 오는 따뜻한 봄을 보려네

 

※萬竅(만규) : 만규(萬竅)는 만개의 구멍이라는 뜻인데.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저 거대한 흙덩이가 기운을 내뿜으면 그것을 바람이라고 하는데, 이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불었다 하면 만개의 구멍이 일제히 울부짖는다.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竅怨呺]’ 라는 구절이 있다.

※逡巡(준순) : 준순주(逡巡酒)로 전설에 신선(神仙)이 잠깐 사이에 빚어 만든다는 술을 말한다. 한유(韓愈)의 질손(姪孫) 중에 한상(韓湘)이란 이가 있었는데, 한유가 일찍이 그에게 학문을 힘쓰라고 하자, 한상(韓湘)이 웃으면서 ‘준순주를 만들 줄도 알고, 경각화도 피울 수가 있습니다. 〔解造逡巡酒 能開頃刻花〕’라는 시구를 지어서 보여 준 고사가 있다.

※九垓(구해) : 구천(九天)의 밖. 나라의 끝이나 땅끝.

 

*이승소(李承召,1422~1484) : 조선전기 이조판서, 우참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윤보(胤保), 호는 삼탄(三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