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 60

飛來亭 (비래정) 外

飛來亭   비래정 海入壺中地 해입호중지 바다로 들어가니 별천지가 있고 樓居水上天 누거수상천 누대가 물 위의 하늘에 떠 있네青浮雙玉筍 청부쌍옥순 쌍 옥순이 푸른빛 띠고 떠 있고紅折萬金蓮 홍절만금련 만금의 붉은 연꽃잎이 꺾여있네 煉汞龍吟鼎 연홍용음정 수은을 달이니 용이 솥에서 울고餐霞骨已仙 찬하골이선 노을을 먹으니 몸은 이미 신선일세君招黃鶴酒 군초황학주 그대는 황학을 불러 술을 마시게吾與白鷗眠 오여백구면 나는 백구와 더불어 졸고 있을테니 ※비래정(飛來亭) : 양사언이 은거하려고 고성(高城)의 감호(鑑湖)가에 지은 정자.※호중지(壺中地) : 호리병 속의 세계. 별세계나 신천지를 비유하는 말. 후한서(後漢書) 방술전(方術傳)에 나오는데, 신선을 따라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그 안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옥당(玉堂)..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外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춘첩자. 대비전에 올리다. 紫電三朝始 자전삼조시정초 아침에 섬광이 번쩍이니蒼龍一歲頭 창룡일세두한 해의 맨 앞에 창룡이 있네坤元師大易 곤원사대역곤원을 스승삼아 크게 바뀌니妊姒母宗周 임사모종주주 나라의 모후인 임사로구나萬壽延遐筭 만수연하산만수를 이어서 장수를 누리고千秋樂景休 천추낙경휴천년을 좋은 경치 즐기시라고永言題寶字 영언제보자보배로운 글자로 시를 지어서高貼綉楣留 고첩수미류수를 놓아 문미에 높이 붙이네 ※紫電三朝始(자전삼조시) : 자전(紫電)은 자줏빛을 띤 번갯불이나 칼 등을 휘두를 때 일어나는 섬광 같은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서광(瑞光)을 의미한 듯하다. 삼조(三朝)는 연 월 일의 처음이라는 뜻으로 정월 초하루의 아침을 말한다.※妊姒母宗周(임사모종주) : 임사(妊姒)..

贈別 (증별) 外

贈別   증별  이별하며 주다 黯然消魂處 암연소혼처혼이 다 나갈 지경으로 암울한 곳에愁雲奈復生 수운내부생어찌 다시 근심스러운 마음이 생기나天低蘇武海 천저소무해 소무의 바다에는 하늘도 내려앉았고 地絶右賢城 지절우현성우현왕의 성에는 땅마저 끊어졌었네信欲和蠻俗 신욕화만속오랑캐 풍속에 동화될 줄 믿었으나居當畏物情 거당외물정의당 세상물정 두려워하며 살았으니莫孤平日志 막고평일지평상시에 뜻한 바를 저버리지 말고絃誦播新聲 현송파신성거문고 타고 읊으며 신곡을 퍼뜨리리 ※愁雲(수운) : 근심에 찬 기색. 근심스러운 마음.※蘇武(소무) : 한 나라 무제(武帝) 때의 충신.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혀서 흉노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19년이나 북해(北海)에 억류되어 들쥐가 모아둔 열매를 파먹고, 들쥐를 잡아먹는 등 고생하다..

水木 (수목) 外

水木 수목  石洞煙霞古 석동연하고바위굴에 안개와 노을이 예스럽고 山居水木淸 산거수목청산에 있는 물과 나무는 깨끗하네飛潛觀物性 비잠관물성날고 잠기는 것들의 물성을 보니魚鳥沒人情 어조몰인정물고기와 새는 사람의 정이 없네簪紱非衰病 잠불비쇠병늙고 병들지 않은 벼슬아치들은 文章豈强名 문장기강명문장이 이름나기 바라지 않을까天台有鶴髮 천태유학발천태산에는 백발노인이 있다하니去欲問黃精 거욕문황정황정을 찾으러 가고 싶구나  ※簪紱(잠불) : 벼슬아치가 쓰는 관(冠)에 꽂는 비녀와 인끈. 전하여 고위 관리, 또는 벼슬아치를 이르는 말.※鶴髮(학발) : 학의 머리처럼 하얀 머리털이란 뜻으로, 노인의 백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黃精(황정) : 죽대의 뿌리로 둥굴레로 알려져 있으나, 선가(仙家)에서 복용하는 약초를 말한다. 休..

孤亭 (고정) 外

孤亭  고정  외로이 머물다. 日白雨西黑 일백우서흑햇살 밝은데 비 오는 서쪽은 어둡고雲昏天北靑 운혼천북청구름 어두운데 북쪽 하늘은 푸르네終風紛起滅 종풍분기멸바람 그쳐도 어지러이 일었다 사라지는震宇喪雷霆 진우상뢰정천둥소리에 세상 잃을까 두렵구나吟廢詩書澁 음폐시서삽시서가 힘들어 읊던 것도 그만두고行迷道路停 행미도로정도로를 헤매며 다니다가 멈추어서方將竚淸景 방장저청경사방에서 맑은 경치를 기다리려고江漢一孤亭 강한일고정강한에서 외로이 홀로 머무는구나  高山獨不降   고산독불강 높은 산만 홀로 우뚝 솟았네. 高麗忠臣注書吉再少時觀漲詩曰 大野皆沈沒 高山獨不降 人傳誦之 識者異之 고려충신주서길재소시관창시왈 대야개침몰 고산독불강 인전송지 식자이지 고려 충신 주서 길재가 젊을 때 홍수를 보고 지은 시에, 큰 들이 모두 가라앉..

次六弟楊子和韻 (차육제양자화운) 外

蓬萊詩集卷之二 五言律詩 次六弟楊子和韻  차육제양자화운 여섯째 아우 양자화를 차운하다. 春日雙靑眼 춘일쌍청안봄날에는 친근했던 두 사람이秋風一葉身 추풍일엽신가을바람에 낙엽 신세 되었네 浮沈隨白鳥 부침수백조 흰 갈매기를 쫓으며 부침하다가瀟灑出紅塵 소쇄출홍진홍진에서 나오니 맑고 깨끗하네陶逕松交密 도경송교밀도경의 소나무는 깊이 사귀는데斑園萊食新 반원래식신명아주 먹는 동산은 어지럽구나愧無顔氏樂 괴무안씨락안회의 즐거움이 없어 부끄러워 頻逐子雲貧 빈축자운빈자주 자운의 가난을 따르려하네  ※隨白鳥(수백조) : 수백조(隨白鳥)는 ‘흰 갈매기를 좇는다,’는 의미로 흰 갈매기처럼 한가로이 삶을 의미한다.※陶逕(도경) : 도연명의 오솔길이라는 뜻으로, 은자의 호젓한 오솔길을 말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세 오솔길 잡초 우거..

題琴腹 (제금복) 外

題琴腹 得之江陵士人家   제금복 득지강릉사인가 거문고의 몸체에다 쓰다. 강릉의 선비 집안에서 얻어갔다. 玲瓏石上桐 영롱석상동  바위 위에서 영롱한 거문고를一鼓一吟三十春 일고일음삼십춘한번 타며 한번 읊은 지 삼십 년이구나當年鍾子棄我去 당년종자기아거그 옛날 종자기가 나를 버리고 떠난 뒤玉軫金徽生素塵 진금휘생소진옥진 금휘에 하얀 먼지가 쌓였으나陽春白雪廣陵散 양춘백설광릉산양춘 백설곡과 광릉산을 연주하여倘寄蓬萊山水人 당기봉래산수인혹여 봉래 산수인에게 부칠까하네 ※江陵士人家(강릉사인가) : 강릉 출신으로 허균(許筠)의 부친인 초당(草堂) 허엽(許曄)을 말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洪大容)의 담헌서내집(湛軒書內集)에 허엽의 외손 박종현(朴宗賢)이 봉래공(蓬萊公)이 이 시를 적은 거문고를 외할아버지 허엽(許曄)..

洛山寺 (낙산사) 外

洛山寺  낙산사 青青霧閣三千丈 청청무각삼천장 푸른 안개 속 누각은 삼천 장이나 솟았고白白雲窓萬里天 백백운창만리천 창밖 흰 구름은 만 리 하늘에 밝은데望望乘槎人不見 망망승차인불견 바라봐도 뗏목 탄 이 보이지 않으니不知何處恣飄然 부지하처자표연 모습이 훌쩍 사라진 곳을 알 수가 없네 ※승차인(乘槎人) : 본래 뗏목 탄 사람이란 먼 곳으로 사신 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신선이 되어 깨끗하고 먼바다에 뗏목을 타고 상제(上帝)에게 간다는 뜻으로 쓰였다.  寄平海倅紫洞先生 기평해졸자동선생 평해수령 자동선생에게 보내다 西關曾嘆三年別 서관증탄삼년별일찍이 서관의 삼 년 이별을 탄식하고東海還嗟數日程 동해환차수일정동해의 며칠 여정에서 돌아와 탄식했네東君早識相思苦 동군조식상사고봄 신도 그리는 고통 일찍 알아챘는지..

寄拘犴諸生 (기구안제생) 外

寄拘犴諸生  기구안제생  옥에 같힌 여러 선비에게 보내다. 筆勢自是詩眼苦 필세자시시안고시는 보기 괴로워도 필세는 스스로 자만하며 轍環猶有畏佳人 철환유유외가인오히려 수레 타고 다니는 가인을 두려워하네東隣豈乏西施笑 동린기핍서시소어찌 동린이 서시보다 못하다고 비웃으며不識今逢古壬申 불식금봉고임신지금 만난 고임신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轍環(철환) : 수레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말로, 교화(敎化)를 위하여 세상을 돌아다님을 뜻한다. ※東隣豈乏西施笑(동린기핍서시소) : 서시(西施)는 중국 4대 미인 중 한 명인 월나라의 미인이다. 서시의 동쪽 이웃에 사는 한 추녀는 서시가 얼굴을 찡그려도 아름다운 미소가 부러워서 추한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新ト關東 得之兵亂後  신복관동 득지병란후  관동에 새 터전을 닦다..

天地 (천지) 外

天地  천지 鯈忽混沌無極氏 조홀혼돈무극씨 무극의 조와 홀과 혼돈으로부터 肧胎淸濁兩儀君 배태청탁양의군 맑고 흐림과 천지가 배태했었네三千世界生朝暮 삼천세계생조모 삼천세계가 아침저녁으로 생겨나니十二樓臺度一元 십이루대도일원 십이루대의 근본이 모두 하나로구나 ※鯈忽(조홀) : 숙홀(儵忽)과 같은 뜻이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남해(南海)의 신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北海)의 신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中央)의 신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혼돈을 찾아갔더니 혼돈은 이들을 잘 대접하였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갚으려고 ‘남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이것으로 보고 듣고 숨 쉬고 밥을 먹는데, 혼돈에게는 없으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하고는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더니, 혼돈은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