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松皮 식송피
소나무 껍질을 먹다.
乙卯歲 畿甸饑 丙辰春 丘民多餓死 丁壯採松皮 作草余 余亦解宮 病臥糧絶 長鬚供監中
을묘세 기전기 병진춘 구민다아사 정장채송피 작초여 여역해궁 병와양절 장수공감중
을묘년에 경기도에 흉년이 들어, 병진년 봄에 굶어 죽는 백성이 많았다. 장정들은 소나무 껍질을 벗겨 나물밥을 해 먹었다. 나도 벼슬에서 물러나 병들어 누워 식량이 떨어지자 늙은 하인이 올리는 것을 보았다.
苦旱幾歲民阻饑 고한기세민조기
몇 해째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려서
草木亦罹刀鋸厄 초목역리도거액
풀과 나무도 칼로 벗기는 액운을 당하네
白楡纔渴瓊瑤液 백유재갈경요액
느릅나무는 옥 같은 진액이 말라 버리고
蒼松盡脫煙霞服 창송진탈연하복
푸른 소나무도 연하복이 모두 벗겨졌네
刲來森立滿山骨 규래삼립만산골
나무를 벗겨오니 온 산에는 뼈만 서있고
刌剁鋪曬盈庭赤 촌타포쇄영정적
잘게 잘라 말리니 마당이 온통 붉어졌네
終朝搗碎木石臼 종조도쇄목석구
아침 내내 나무를 돌절구에 찧고 부수어
瓦釜和蒸蕎麥屑 와부화증교맥설
메밀 보릿가루와 함께 섞어 시루에 쪄서
呑來甛脆味薰香 탄래첨취미훈향
먹으니 달고 무른 맛과 향기가 나고
細嚼猶當粱與肉 세작유당량여육
자꾸 씹으면 쌀과 고기 맛 견줄 만하네
東隣無麥秖單服 동린무맥지단복
동쪽 이웃은 보리도 없어 껍질만 먹으며
湯沃乾喉壓坑窟 탕옥건후압갱굴
목이 말라 물만 마시다 구덩이에서 죽고
西隣飢腫臥數旬 서린기종와수순
서쪽 이웃은 굶어서 수십 일을 누웠는데
無力登山呼死日 무력등산호사일
산에 오를 힘도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네
蒼天蒼天汔弔我 창천창천흘조아
하늘이시여 나 역시 거의 죽게 되었으니
禹湯聖人憂有闕 우탕성인우유궐
우탕같은 성인도 잘못되었음을 걱정하리
視聽今歲若雨暘 시청금세약우양
만일 금년의 고른 일기를 보고 듣는다면
擊攘高秋歌爾極 격양고추가이극
그대 끝내 가을에 격양가 높이 부르리라
※長鬚(장수) : 하인의 별칭이다. 한유(韓愈)가 기노동(寄盧仝)이란 시에서 긴 수염〔長鬚〕의 하인을 등장시켜 여러 번 그 표현을 썼던 데에서 유래하였다.
※煙霞服(연하복) : 연하(煙霞)는 안개와 노을이라는 뜻이나 아름다운 산수와 자연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스레 아름다운 소나무 껍질이라는 의미이다.
※禹湯(우탕) : 고대 중국의 성왕(聖王)인 하(夏)나라의 우왕(禹王)과 은(殷)나라의 탕왕(湯王).
※雨暘(우양) : 날이 갬과 비가 옴. 즉 고른 일기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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