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環篇 奉呈江原林監司 연환편 봉정강원임감사
연환편 강원 임감사에게 바치다.
落落靑雲士 낙락청운사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청운사는
翩翩紫霞想 편편자하상
신선 되고자 하는 마음 드날리며
不役緖使間 불역서사간
조그만 일에 부림을 당하지 않고
獨遊萬物上 독유만물상
만물 위를 홀로 떠돌아 다니네
詩顚李杜壇 시전이두단
이백과 두보의 단에서 시에 미치고
筆掃鐘王陣 필소종왕진
붓으로 종요와 왕희지의 진을 쓰니
名聲滿南海 명성만남해
명성이 남쪽 바다에까지 가득하고
海濤隨鵬運 해도수붕운
붕새 움직임 따라 바다 물결이 이네
鵬運泊何處 붕운박하처
붕새의 움직임이 그치는 어느 곳은
玉皇香案前 옥황향안전
옥황상제의 향안 앞이로구나
日詠黃庭字 일영황정자
매일 같이 황정경의 글자를 읊으며
點檢卿雲篇 점검경운편
경운 편을 낱낱이 검사하는구나
帝虞東維缺 제우동유결
순임금이 이지러진 동쪽을 받쳐서
欲補晹谷仄 욕보역곡측
역곡이 기우는 것을 바로잡으려고
咨汝唯汝能 자여유여능
너에게 물으니 너만 할 수 있다니
往釐扶桑曲 왕리부상곡
가서 굽은 부상 나무를 고치시게
桑曲天作區 상곡천작구
하늘이 만든 곳의 부상이 굽으니
蒼茫山海窟 창망산해굴
산해경의 굴은 멀고 아득하구나
造化孕蜿蟺 조화잉완선
조화가 지렁이처럼 엉클어져서
陰陽化儵忽 음양화숙홀
갑자기 음과 양도 변화하는구나
異迹在在逢 이적재재봉
어디서든지 이적을 만나게 되고
仙蹤處處皆 선종처처개
곳곳이 모두 신선의 발자취인데
最奇金剛山 최기금강산
금강산이 가장 뛰어난 곳이라서
鬱鬱叢叢兮 울울총총혜
무더기로 울창하게 모여 있구나
鬱鬱叢叢兮 울울총총혜
무더기로 울창하게 모인 것이
高高高不極 고고고불극
높고도 높음이 그 끝이 없어서
銀漢帶其腰 은한대기요
은하수가 그 허리를 둘렀고
日月生其腹 일월생기복
해와 달도 그 배에서 생겨났네
瑤草列瓊林 요초열경림
경림에는 요초가 줄지어 벌렸고
羣玉是臺僕 군옥시대복
가마꾼들도 옥의 무리와 같았네
朱夏聳氷山 주하용빙산
한여름에 얼음산이 우뚝 솟은듯
靑春長雪立 청춘장설립
푸른 봄날에 큰 눈이 온 듯하네
雪立九萬天 설립구만천
눈 위의 구만리 장천에 서면
八萬峯可仰 팔만봉가앙
팔만 봉우리를 우러를 수 있는데
昔吾夢登之 석오몽등지
예전에 내가 꿈에 올라 본 것은
逍遙乎家上 소요호가상
집 위를 돌아다녔을 뿐이었구나
仰觀一丸天 앙관일환천
오로지 둥근 하늘을 우러러보니
始知天下小 시지천하소
비로소 천하가 작은 걸 알겠고
泠風忽灑余 영풍홀쇄여
홀연 산들바람이 내게 불어오니
蘧蘧蝴蝶覺 거거호접각
놀라서 호접몽에서 깨어났네
蝴蝶覺何方 호접각하방
어떡하다 호접몽에서 깨어나서
誤落紅塵網 오락홍진망
속세의 그물에 잘못 떨어지니
斯臾不可忘 사유불가망
잠시라도 이를 잊지 못하고
神遊心獨往 신유심독왕
정신과 마음이 홀로 돌아다니나
甚愛丈人行 심애장인항
존경받는 어른을 매우 좋아하여
甚羨丈人遊 심선장인유
즐기는 어른들이 매우 부러웠네
溘埃風上征 합애풍상정
먼지바람 일으키며 하늘로 떠나니
蕭瑟遊蓬丘 소슬유봉구
봉구에서 노는 것도 쓸쓸하구니
蓬丘洵可樂 봉구순가락
봉구는 참으로 즐길만 하지만
仙聖非人間 선성비인간
신선과 성인은 인간이 아니고
洪厓接日觀 홍애접일관
큰 언덕에서 일관봉을 접하니
風物多異觀 풍물다이관
색다른 볼거리 풍물이 많구나
雞鳴楓桂枝 계명풍계지
닭이 단풍 계수 가지에서 울고
犬吠光碧殿 견폐광벽전
개는 광벽전에서 짖어대는데
擧擧王子喬 거거왕자교
거동이 단정한 왕자교를
迢迢今再見 초초금재견
아득한 곳에서 지금 다시 보네
再見尙依遲 재견상의지
다시 만나니 오히려 아쉬워서
焱輪窮上下 염륜궁상하
바퀴에 불꽃 다하도록 오르내리니
三十六仙官 삼십륙선관
서른 여섯의 선경의 관원들이
擁箒迎道左 옹추영도좌
비를 들고 쓸면서 길가에서 맞네
蕭皷響碧雲 소고향벽운
푸른 구름 속에서 풍악이 울리고
玉節照朝九 옥절조조구
옥절이 아침을 아홉 번 비추니
野歌和村謠 야가화촌요
시골 들판의 노래가 서로 응하여
熙熙陶壽國 희희도수국
화목한 장수 나라를 만드는구나
壽國佩靈丹 수국패령단
장수국에서 효험 좋은 약을 차고
去療丘民瘼 거료구민막
병든 백성 치료하러 마을에 가니
民瘼去已盡 민막거이진
병든 백성은 이미 없어져 버려서
觀遊乃可畢 관유내가필
보고 즐기는 것을 끝낼 수 있구나
斗勺北溟深 두작북명심
북두성은 북쪽 바다에 깊이 빠졌고
盤錯東山高 반착동산고
둥근 달은 동산에 높이 걸렸으니
醉析析木華 취석석목화
나무와 꽃에 부는 바람에 취하여
僛舞招仙曹 기무초선조
선조를 불러서 취하여 춤을 췄네
仙曹衛叔卿 선조위숙경
선조들이 숙경을 호위하며
共邀赤松子 공요적송자
함께 적송자를 맞이했네
鞭笞鸞鶴羣 편태난학군
난학의 무리를 채찍질하여
駕馭羲和氏 가어희화씨
희화씨가 타고 몰고가네
驅入揮毫端 구입휘호단
붓끝을 휘둘러 몰아 들어가니
渙然汩汩來 환연율율래
환연하게 괄괄 오는구나
天葩靄春空 천파애춘공
하늘꽃이 봄 하늘에 아른거리는데
龍吟何扗哉 용음하재재
용은 어디에서 부르짖고 있는가
龍吟何壯哉 용음하장재
용이 어찌나 굳세게 부르짖는지
萬籟俱寂默 만뢰구적묵
만뢰 마저 고요하고 조용해졌네
春山鳥不磔 춘산조불책
봄 산은 새들을 내치지를 않고
夏雲雷不作 하운뇌불작
여름 구름은 천둥을 치지 않고
啾喞秋虫喑 추즐추충암
시끄럽게 울어대던 가을 벌레들은
沸冽冬風啞 비렬동풍아
겨울 찬바람 불어오니 조용해지네
始知白雪曲 시지백설곡
비로소 백설곡을 이해하게 되니
調高終寬和 조고종관화
높은 가락이 끝내는 넓게 화합하네
寬和亦何傷 관화역하상
관화는 또 어찌 이그러 지는지
自信還自奇 자신환자기
믿음에서 돌아와 절로 기이해지네
江風是我伴 강풍시아반
강 바람이 나를 짝으로 삼는 것은
山月是我知 산월시아지
산의 달빛이 나를 알아 주어서네
濯纓萬瀑流 탁영만폭류
만폭에 흐르는 물에 갓끈을 씻고
飛步毘盧崿 비보비로악
비로봉 낭떠러지를 날 듯 걸어서
如見東方翁 여견동방옹
동방옹을 보고 따르려 하니
傳我望落落 전아망낙락
낙락함을 보면 나에게 전해주오
※聯環篇(연환편) : 회문시(廻文詩)의 일종인 연환체(連環體)의 시. 연환체(連環體)는 각 시구(詩句)의 마지막 글자를 다음 시구(詩句)의 첫 글자로 사용하는 형식의 시를 말한다. 이 시는 오언 율시 12수에 해당하는 장시(長詩)인데 각 시의 마지막 구(句)의 마지막 단어나 문장(푸른 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다음 시의 첫 구(句)로 사용되었다.
※日詠黃庭字(일영황정자) : 황정경(黃庭經)은 도가(道家)의 경서(經書)인데, 신선이 이 경(經)의 글자를 한 자라도 잘못 읽으면 상계(上界)에서 하계(下界)로 귀양 온다는 전설이 있다.
※蘧蘧蝴蝶覺(거거호접각) : 거거(蘧蘧)는 놀라서 깨어나는 모습을 말하고, 호접(蝴蝶)은 호접몽(蝴蝶夢)이라는 뜻이다. 호접몽(蝴蝶夢)은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자기가 나비인지 나비가 자기인지 알 수 없었는데, ’갑자기 놀라서 깨어나니 장주였다.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자아와 외계와의 구별을 잊어버린 경지를 뜻한다.
※溘埃風上征(합애풍상정) : 굴원(屈原)의 이소경(離騷經)에서 ’네 마리 용을 몰아 봉황 수레를 타고 바람에 흙먼지 날리며 하늘로 오르니 [駟玉叫以乘鷖兮 溘埃風余上征]‘ 한 데서 인용하였다.
※蓬丘(봉구) : 영주산(瀛洲山), 방장산(方丈山)과 함께 전설상의 삼신산의 하나인 봉래산(蓬萊山).
※日觀(일관) : 해돋이를 보는 곳이란 뜻으로, 태산(泰山) 정상의 봉우리를 가리킨다.
※雞鳴楓桂枝(계명풍계지) 犬吠光碧殿(견폐광벽전) :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단약(丹藥)을 달여 먹고 온 가족을 이끌고 승천(昇天)할 때, 그 집의 닭과 개도 그릇에 남아 있던 단약(丹藥)을 핥아먹고 하늘에 올라가서, 개는 천상에서 짖고 닭은 구름 속에서 울었다. [犬吠于天上 鷄鳴于雲中]는 전설이 있다. 곧 개와 닭 같은 짐승도 신선이 되었다는 해학적 표현이다.
※擧擧王子喬(거거왕자교) : 거거(擧擧)는 한유(韓愈)의 ‘강남으로 돌아가는 육창을 보내며〔送陸暢歸江南〕’에서 ‘거거한 강남자여, 시 잘 짓는 것으로 이름났구나. 〔擧擧江南子 名以能詩聞〕’ 한 데서 유래하여, 거동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것을 말한다. 왕자교(王子喬)는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인 왕자 진(王子晉)을 말하는데, 도사 부구자(浮丘子)에게 신선술을 배워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仙曹(선조) : 도가(道家)의 선인(仙人)을 말한다.
※叔卿(숙경) : 전설 속 신선인 위숙경(衛叔卿)으로, 구름을 타고 한나라 궁궐에 내려와 무제(武帝)를 만나기도 하였으며, 신선인 홍애자(洪厓子)와 더불어 바둑을 두면서 놀았다고 한다.
※赤松子(적송자) : 상고시대 신선의 이름이다.
※羲和(희화) : 고대 신화에 나오는 해를 몰고 다니는 신이다.
※萬籟(만뢰) : 만물의 소리, 자연계가 내는 모든 소리.
※白雪曲(백설곡) : 양춘곡(陽春曲)과 함께 중국 초(楚) 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 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졌다. 전하여 상대방의 시문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었다.
'『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 > 五言古風(오언고풍)' 카테고리의 다른 글
雪竹 (설죽) 外 (0) | 2025.01.28 |
---|---|
挽洪應嚮 註見上 (만홍응향 주견상) (1) | 2025.01.28 |
送沈叔平先生守豐德郡三篇 (심숙평선생수풍덕군삼편) (0) | 2025.01.28 |
香山三章 別參寥 (향산삼장 별참요) (0) | 2025.01.28 |
朝發 四首之三 (조발 사수지삼) (0) | 2025.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