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古風(오언고풍)

贈別春州奇刺使東岡先生 (증별춘주기자사동강선생) 外

-수헌- 2025. 1. 28. 14:11

贈別春州奇刺使東岡先生  증별춘주기자사동강선생

當春州東去 出餞大成尹公于西門外 追寄此作

당춘주동거 출전대성윤공우서문외 추기차작

춘주 자사 동강 선생을 갑자기 이별하며 주다. 동쪽 춘주로 가게 되어 서문 밖에서 대성 윤공을 전별하며 추가로 이 시를 지어 부치다.

 

星駕啓東行 성가계동행

아침 일찍 동으로 가는 길 인도하는데

我馬登西道 아마등서도

나는 서쪽으로 가는 말에 오르는구나

辜負鼎門席 고부정문석

공신 집안의 자리마저 저버리고 나니

想鬱于干抱 상울우간포

방패를 품에 안고 생각이 울적하구나

親朋日南北 친붕일남북

친한 벗이 매일 남북으로 오고 가도

誰同君惠好 수동군혜호

누가 그대와 함께 사랑하고 좋아할까

隔晨失相笑 격신실상소

하룻밤 사이에 서로 웃음을 잃었으니

偏州移國寶 편주이국보

나라의 보배가 작은 고을로 옮겨갔네

文駟騁雕軒 문사빙조헌

무늬를 조각한 수레에 사마로 달리는

爲政在吾老 위정재오로

늙은 그대가 있어 정사를 살피는구나

慈廚割氷魚 자주할빙어

모친에게 빙어를 잘라 요리해 올리니

竹林筍發早 죽림순발조

대숲의 죽순도 일찍 솟아나는구나

軒鶴舞鳴琴 헌학무명금

거문고가 울리니 헌학이 춤을 추고

鸞凰下瓊島 난황하경도

난 새와 봉 새가 경도로 내려오네

欲去無舟楫 욕거무주즙

가고 싶어도 배에는 노가 없고

江漢不可造 강한불가조

장강과 한수를 만들 수가 없네

悠悠我之思 유유아지사

나의 생각은 여유롭고 한가한데

漠漠原上草 막막원상초

언덕 위에 풀만 아득히 펼쳐졌네

 

※春州(춘주) : 강원도 춘천(春川)의 옛 지명.

※星駕(성가) : 시경 용풍(鄘風 정지방중(定之方中)의 ‘별이 떠 있는 새벽에 일찍 멍에를 맨다. 〔星言夙駕〕’에서 온 말로 편안히 쉬지 못하고 분주하게 돌아다님을 뜻한다. 또는 별이 뜬 밤에 수레를 몬다는 뜻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는 것을 말한다.

※鼎門席(정문석) : 옛날 국가에 큰 공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큰 종(鐘)이나 솥[鼎]을 만들어 기록한 데서 유래하여 공신(功臣)의 문중을 의미한다.

※軒鶴(헌학) : 헌학(軒鶴)은 아무런 능력 없이 국록만 축냄을 의미한다. 춘추시대 위의공(衛懿公)이 학을 좋아하여 학에게 벼슬을 내리고 수레에 태우고 다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鸞凰下瓊島(난황하경도) : 난(鸞)은 영조(靈鳥)로 봉황의 일종이다. 봉황은 상상 속의 서조(瑞鳥)로서 성인이 세상에 나오면 이에 응하여 나타난다고 한다.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라 한다. 난봉은 뛰어난 남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경도(瓊島)는 옥으로 된 섬으로 신선이 사는 섬이다.

 

 

寄徐鎭之 席見上   기서진지 석견상  

서진지에게 부치다.

 

王孫多意氣 왕손다의기

왕손에게는 의기가 많았기에

日月早聲名 일월조성명

일월 같은 명성이 일찍 났네

心親不識面 심친불식면

얼굴 몰라도 마음으로 친애하여

久矣肝膽傾 구의간담경

속마음을 털어놓은 지 오래구나

尙友或千古 상우혹천고

혹 옛사람을 벗으로 삼으려해도

竝世同性情 병세동성정

한 시대를 뜻을 같이 해야 하고

松栢信高直 송백신고직

송백은 미생고의 정직을 믿으나

蘿蔓爭附榮 나만쟁부영

넝쿨이 다투어 영화에 의지하네

日君投燕石 일군투연석

일군께서 연석을 던져버렸더니

幸得見報瓊 행득견보경

다행히 보답으로 옥돌을 얻어서

擬誦金丹訣 의송금단결

금단 빚는 비결 흉내 내어 외며

怳服砂玉英 황복사옥영

황홀한 단사와 옥영을 먹는구나

血肉頓蟬蛻 혈육돈선태

혈육이 선태에 머리를 조아리고

羽翼飜太淸 우익번태청

태청으로 날개를 치며 날려해도

翅弱槍楡枋 시약창유방

날개가 약하고 능력이 모자라서

咫尺碍曾城 지척애증성

거듭 지척의 성에 가로 막히네

<徐與 王孫有暹淮陽恨 不得其欒遊之樂 서여왕손유섬회양한부득기란유지락

서진지와 더불어 왕손이 해 돋는 회양에 있을 때 한스러웠던 것은, 모여서 노는 풍류를 못 해서였다.>

翩翩夢蝶子 편편몽접자

꿈속의 나비가 훨훨 날아서

迢逐東方生 초축동방생

아득히 동방 선생을 추종하여

步月八萬峯 보월팔만봉

달빛에 팔만 봉우리를 거닐면서

撥雲三秀堂 발운삼수당

삼수당의 구름을 헤친 듯하구나

高揖鶴上人 고읍학상인

학을 탄 선인께 높이 읍을 하며

吹導雙鸞笙 취도쌍난생

생황을 불며 두 난새를 인도하니

韓衆與浮丘 한중여부구

한중이 도사 부구공과 더불어서

擁篲前途迎 옹수전도영

비를 잡고 앞길을 쓸며 맞이했네

登豆視三山 등두시삼산

종남산에 올라 삼산을 살펴보니

眼中杯大瀛 안중배대영

넓은 바다가 술잔처럼 눈에 드네

明朝入紫微 명조입자미

내일 아침 자미성에 들어 가며는

謁帝排雲扃 알제배운경

구름 빗장을 밀치고 천제를 뵙고

帝問學仙人 제문학선인

천제께 고하여 선인을 배우리니

勿言寸心誠 물언촌심성

마음의 정성이 작다고 말하지 말게

 

※서진지(徐鎭之) : 조선 명종(明宗), 선조(宣祖) 때의 문신 서엄(徐崦, 1529~1573). 자는 진지(鎭之), 호는 춘헌(春軒). 이황(李滉)의 문인(門人)으로, 박학다식하고 문장에 능하였으며, 성균관 사예(成均館司藝) 등을 역임함.

※王孫(왕손) :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세종의 증손자인 이종숙(李終叔, 1508~1579)으로 추정된다. 거문고에 능하고 호방하여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지며, 황진이(黃眞伊)의 시조에 나오는 벽계수(碧溪水)이다. 이종숙(李終叔)의 호가 벽계(碧溪)여서 벽계수(碧溪守)나 벽계도정((碧溪都正)이라고 불린다.

※尙友或千古(상우혹천고) : 상우천고(尙友千古)는 고전을 읽어 옛날 사람들을 벗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다. 맹자(孟子) 만장하(萬章下)에 ‘천하의 훌륭한 선비와 벗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하면 다시 옛 시대로 올라가서 옛사람을 논한다. …… 이것이 바로 옛 시대로 올라가서 벗을 삼는 것이다. [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 是尙友也]’라고 하였다.

※高直(고직) : 미생고의 곧음[尾生高直]을 말하는 듯하다. 미생고(尾生高)는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신의(信義)로 유명한 사람이다. 장자(莊子) 도척편(盜跖編)에 의하면 미생고가 한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여인은 나타나지 않고, 마침 홍수로 강물이 불어나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둥을 잡고 버티다가 익사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蘿蔓(나만) : 담쟁이나 등(藤) 같은 넝쿨을 말하는데, 무엇에 의지하지 않으면 성해질 수 없어 서로 얽혀서 번성하기 때문에 음흉 사특한 사람을 의미한다.

※燕石(연석) : 연석은 본래 중국 연산(燕山)에서 나는 옥(玉)과 비슷한 돌을 말한다. 옥과 비슷하지만, 옥 같은 가치는 없는 돌, 모조품을 말하며, 전하여 가치 없는 물건을 옥으로 자랑하는 것을 말한다.

※金丹(금단) : 신선이 만든다는 장생불사의 환약. 황금으로 제련한 금액(金液)과 단사(丹砂)로 제련한 환단(還丹)으로 만든다고 한다.

※怳服砂玉英(황복사옥영) : 사(砂)는 단사(丹砂)를 의미하고, 옥영(玉英)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령한 진액(津液), 또는 신선이 먹는다는 돌의 정기로 피어나는 꽃을 말한다.

※頓蟬蛻(돈선태) : 선태(蟬蛻)는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우화등선(羽化登仙)하였다는 말이다. 혈육이 선태(蟬蛻)에 머리를 조아림은 후손이 세속을 떠난 조상을 공경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太淸(태청) :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는 세 궁의 하나.

※槍楡枋(창유방) :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비유한 말.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구만리나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작은 새가 말하기를, ‘우리는 마음먹고 날아 올라 느릅나무에 가다가도[我決起而飛 槍楡枋] 때때로 거기까지 이르지 못하면 땅에 내려앉으면 그것으로 그만인데, 어째서 구만리나 날아 올라 남쪽으로 간다는 말인가.’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夢蝶(몽접) : 나비를 꿈꾼다는 뜻으로,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노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東方生(동방생) : 한무제(漢武帝) 때 제(齊)나라 사람 동방삭(東方朔)을 말한다.

※三秀(삼수) : 삼수(三秀)는 상산사호(商山四皓)가 캐 먹고 살았다는 영지초(靈芝草)의 별칭이다. 1년에 세 번 꽃이 핀다 하여 ‘삼수(三秀)’라는 이름이 붙었다.

※鸞笙(난생) : 전설에 신선이 난새를 타고 생황을 분다고 한다. 난새는 봉황의 일종이다.

※韓衆與浮丘(한중여부구) : 한중(韓衆)은 제나라 사람으로 단약(丹藥)을 제나라 임금에게 바쳤으나 임금이 먹지 않으므로 자기가 먹고 신선이 되었다 한다. 부구(浮丘)는 신선의 이름으로 주나라 영왕의 태자 王子喬(왕자교)가 생황을 잘 불어 봉황의 울음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도사인 부구공(浮丘公)이 그를 데리고 숭산에 올라 30여 년을 지냈다 한다.

※擁篲(옹수) : 빗자루를 들고 빗질을 하다. 연나라 소왕이 곽외(郭隗)를 기용하여 누대를 새로 짓는 등 어진 선비들을 극진히 대접하자, 추연(鄒衍), 극신(劇辛), 악의(樂毅)와 같은 인재들이 천하에서 몰려들었다. 추연(鄒衍)이 왔을 때 왕은 손수 비를 들고 바닥을 쓸며 그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전하여 인재나 귀인을 극진히 영접함을 말한다.

※登豆(등두) : 종남산(終南山) 봉우리를 의미한다. 한유(韓愈)의 남산시(南山詩)에 종남산(終南山)의 봉우리들을 ‘혹은 볼록볼록한 것이 동이를 엎어 놓은 듯하고 혹은 높이 걸린 것이 마치 등두를 늘어놓은 듯하다. 〔或纍若盆甖 或揭若登豆〕’한 데서 유래한다. 옹기로 만든 제기(祭器)가 등(登)이고 나무로 만든 제기가 두(豆)이다.

※紫微(자미) : 고대 중국의 천문학에서, 북두칠성의 북쪽에 있고, 천제의 거처로 되어 있는 별자리. 전하여, 천자(天子) 또는 천자의 자리에 비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