刈早稻 예조도 李健命 이건명
일찍 벼를 베다
田家何所樂 전가하소락
농가의 즐거움이 어디 있나 하니
樂在刈稻時 낙재예도시
즐거움은 바로 벼를 벨 때에 있네
平明腰鎌出 평명요겸출
동틀 무렵 허리에 낫 차고 나가니
逕微草露滋 경미초로자
오솔길 풀 이슬에 옷이 젖는구나
華實蔽四野 화실폐사야
사방 들판을 덮은 무성한 곡식이
靑黃色參差 청황색참차
푸른색과 누런색이 뒤섞여 있어도
窮閭舊穀盡 궁려구곡진
곤궁한 마을엔 묵은 곡식이 떨어져
逢秋尙苦飢 봉추상고기
가을이 와도 오히려 굶주려 괴롭네
汚邪幸早熟 오사행조숙
다행히 저지대의 벼가 일찍 여물어
斂穫不暫遲 염확부잠지
잠시도 지체 않고 벼를 거두어도
豈能盈服箱 기능영복상
어찌 수레를 가득 채울 수 있으랴
只可供夕炊 지가공석취
겨우 저녁밥이나 지어먹을 정도네
飜思種耘間 번사종운간
씨 뿌리고 김맬 때를 생각해 보니
勤苦安足辭 근고안족사
애쓰고 고생함도 사양하지 않았네
卽此知趣味 즉차지취미
이것은 곧 취미였음을 알았는데
何必取千斯 하필취천사
반드시 천 개의 곳간 가져야 하나
※汚邪(오사) : 오사(汚邪)는 낮은 곳의 토질이 나쁜 논밭이란 의미이다.
※服箱(복상) : 복상(服箱)은 수레에 짐을 싣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대동(大東)〉에 ‘저 견우성은 반짝거리기만 할 뿐, 수레에 짐을 싣고 끌지도 못하도다. 〔睆彼牽牛 不以服箱〕’라는 말이 있다.
※趣味(취미) : 취미(趣味)는 전문적이 아닌 좋아서 하는 일을 말한다. 곧 농사지으며 고생한 것도 좋아서 한 것이란 의미인 듯하다.
※何必取千斯(하필취천사) : 천사(千斯)는 천사창(千斯倉)에서 온 말로 천 개의 곳간을 말한다. 시경(詩經) 보전(甫田)〉에 ‘증손의 노적이 섬과 같고 언덕 같으니, 이에 천 개의 창고를 구하며 이에 만 개의 수레 상자를 구하니. [曾孫之庾 如坁如京 乃求千斯倉 乃求萬斯箱]’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수확량이 적어 굳이 많은 창고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건명(李健命, 1663~1722) : 조선 후기에, 우승지, 이조판서, 좌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중강(仲剛), 호는 한포재(寒圃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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