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西庵度重陽 (서암도중양) - 黃玹 (황현)

-수헌- 2025. 10. 20. 20:27

西庵度重陽   서암도중양     黃玹   황현 

서암에서 중양절을 보내다.

 

悲秋我亦楚人心 비추아역초인심

가을을 슬퍼하는 나 또한 초인의 마음인데

古寺黃花不可尋 고사황화불가심

옛 절에서의 노란 국화를 찾을 수가 없구나

傲世白雲眠雪鹿 오세백운면설록

설록이 조는 듯한 흰 구름은 세상을 깔보고

照天紅樹下霜禽 조천홍수하상금

상금이 내려앉은 단풍나무가 하늘을 비추네

樊川携酒日初落 번천휴주일초락

해가 지기 시작하니 번천이 술병을 가지고

賈島敲門山更深 가도고문산경심

산속의 밤 깊어지니 가도가 문을 두드리네

海內蕭蕭兄弟散 해내소소형제산

형제들이 모두 흩어져 온 나라가 쓸쓸하니

登高幾處費沉吟 등고기처비침음

몇 군데 높은 산에 올라 시나 읊어야겠구나

 

今歲重陽好 금세중양호

금년에는 중양절이 좋은 때라서

帶僧山水中 대승산수중

스님과 함께 산수 속에서 노니네

亦能有樽酒 역능유준주

또한 한 항아리의 술이 있으니

眞不負秋風 진불부추풍

진정 가을 정취를 버릴 수 없네

快閣題難遍 쾌각제난편

상쾌한 누각은 시 쓰기 어려워도

靈源路盡通 영원로진통

영원으로 가는 길이 모두 끝나니

愁來忘日暮 수래망일모

시름에 잠겨 해 저문 줄 모르는데

棲鳥已尋叢 서조이심총

새들이 벌써 둥지 찾아 모이는구나

 

※楚人(초인) :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문인(文人) 송옥(宋玉)을 가리킨다. 그는 일찍이 가을을 슬퍼하는 뜻으로 지은 구변(九辯)이라는 노래에서 ‘슬프다 가을의 기후가 되니. 쓸쓸하구나, 초목은 낙엽이 져서 쇠하니, 애처롭고 두렵구나. 〔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 草木搖落而變衰 憭慄兮〕’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인용하였다.

※雪鹿(설록) : 설록(雪鹿)은 흰 사슴이란 뜻으로 백록(白鹿)과 같은 뜻이다. 당(唐) 나라 때 은사(隱士) 이발(李渤)이 일찍이 여산(廬山) 오로봉(五老峯) 아래 은거하면서 흰 사슴 한 마리를 길렀던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은사의 처소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霜禽(상금) : 상금(霜禽)은 서리 맞은 듯한 흰 새, 즉 백구(白鷗), 백로(白鷺) 등을 말하며, 이들이 내려앉았다는 곳도 역시 은자(隱者)의 처소를 의미한다.

※樊川(번천) : 번천은 만당(晩唐)의 시인 두목(杜牧)의 호이다. 두목의 시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에 ‘강은 가을 모습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때, 손님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賈島(가도) : 가도는 중당(中唐)의 시인으로 승려가 되었다가 뒤에 환속(還俗)했는데, 그가 나귀를 타고 가며,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이라는 시구를 지으며 고(敲) 자와 퇴(推) 자를 놓고 고심하다가, 마침 당시 경조윤(京兆尹)이던 한유(韓愈)를 만나 한유로부터 고(敲) 자가 좋겠다고 자문을 받은 유명한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가도가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곧 시를 짓는 데 있어 제자리에 꼭 알맞은 글자를 찾으려고 고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海內(해내) :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뜻으로, 나라 안을 이르는 말이다.

※靈源(영원) : 신비한 약수가 샘솟는다는 의미로 물의 근원에 대한 미칭이다. 전하여 신선 세계를 뜻한다.

 

*황현(黃玹, 1855~1910) : 개항기에 매천집, 매천 시집, 매천야록 등을 저술한 문인. 시인, 열사. 자는 운경(雲卿), 호는 매천(梅泉). 1905년 11월 일제가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하자 통분을 금하지 못하고, 당시 중국에 있는 김택영과 함께 국권회복운동을 하기 위한 망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으며,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기자 통분해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