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日 (추일)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5. 9. 29. 16:38

秋日   추일     李敏求   이민구  

 

天邊流水夢中過 천변류수몽중과

하늘가 유수 같은 세월 꿈처럼 지나고

瘧熱三旬廢嘯歌 학열삼순폐소가

삼순동안 학질을 앓아 노래하지 못했네

燕子高飛秋社近 연자고비추사근

추사일이 다가오니 제비는 높이 날고

梧桐半落夕陽多 오동반락석양다

오동잎 반쯤 떨어져 석양빛이 많이 드네

林颸每繞侵階竹 임시매요침계죽

신선한 숲 바람이 섬돌 대나무에 맴돌고

苔色偏籠覆地莎 태색편롱복지사

땅에 깔린 잔디는 이끼 빛깔로 덮였구나

閉戶不知時序換 폐호불지시서환

문 닫고 지내느라 계절 바뀐 줄 몰랐는데

世人銅狄幾摩挲 세인동적기마사

사람들은 동적을 몇 번이나 어루만졌을까

 

菰蘆彌岸暮潮過 고로미안모조과

갈대 언덕 멀리 저물녘 조수가 흐르는데

夜久舟人自楚歌 야구주인자초가

깊은 밤 뱃사공이 초나라 노래를 부르네

湖外生涯隨地薄 호외생애수지박

호숫가에서 땅을 좇는 생활이 싫어져서

漢陽歸夢入秋多 한양귀몽입추다

한양으로 돌아가는 꿈 가을 들어 많구나

驚風只解催黃葉 경풍지해최황엽

거센 바람은 다만 누런 잎만 재촉하는데

寒雨猶能長碧莎 한우유능장벽사

찬 비는 그래도 푸른 잔디 자라게 하네

老去身名寧自惜 노거신명녕자석

늘그막에 몸과 명예가 어찌 아까우랴만

謾將淸鏡付摩挲 만장청경부마사

부질없이 맑은 거울만 만지고자 하노라

 

※銅狄(동적) : 동적(銅狄)은 구리로 주조한 인형으로 동인(銅人) 또는 금적(金狄)이라고도 하는데 진시황이 만들어 장안(長安)에 세워 두었다고 한다. 후한(後漢) 때 신선술(神仙術)을 배웠던 계자훈(薊子訓)이 장안(長安) 동쪽 패성(覇城)에서 한 노인과 동적을 어루만지며 ‘이것을 만들 때 보았는데 벌써 5백 년이 되었다.’라고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따라서 학질을 앓는 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말이다.

 

*이민구(李敏求, 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또는 관해(觀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