橡栗歌 상률가 尹汝衡 윤여형
도토리 밤의 노래
橡栗橡栗栗非栗 상율상율율비율
도토리 도토리의 율은 밤이 아닌데도
誰以橡栗爲之名 수이상률위지명
그 누가 상율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味苦於茶色如炭 미고어다색여탄
맛은 쓰고 차의 빛깔은 숯처럼 검지만
療飢末必輸黃精 요기말필수황정
요기에는 반드시 황정에 뒤지지 않네
村家父老裏糇糧 촌가부노이후양
시골 늙은이가 마른 양식을 싸 가지고
曉起趁取雄鷄聲 효기진취웅계성
수탉 우는 새벽에 도토리 주우러 가서
陟彼崔嵬一萬仞 척피최외일만인
저 높고 험악한 만 길 벼랑을 오르며
捫蘿日與猿狖爭 문라일여원유쟁
덩굴 붙잡고 매일 원숭이와 경쟁하네
崇朝掇拾不盈筐 숭조철습불영광
아침 내내 주워도 광주리는 차지 않고
兩股束縛飢腸鳴 양고속박기장명
두 다리는 묶인 듯 주린 창자가 우네
天寒日暮宿空谷 천한일모숙공곡
해 저물어 빈 골짝에 잘 때 날이 추워
燒桂燃松煮溪蔌 소계연송자계속
시냇가에 솔가지 불 지펴 나물을 삶네
夜深霜露滿皎肌 야심상로만교기
밤이 깊어 온몸이 서리 이슬에 젖어서
男呻女吟苦悽咽 남신여음고처연
남자나 여자나 앓는 소리가 처연하구나
試向村家問老農 시향촌가문노농
시골집에 들러서 늙은 농부에게 물으니
老農丁寧爲予說 노농정녕위여설
늙은 농부가 간곡하게 나에게 얘기하네
近來權勢奪民田 근래권세탈민전
근래 권세가들이 백성의 토지를 빼앗으려
標以山川作公案 표이산천작공안
공안을 만들어서 산과 내에 표지를 세우니
或於一田田主多 혹어일전전주다
어떤 때에는 밭 하나에 밭 주인이 많아서
徵後還徵無間斷 징후환징무간단
세금을 받은 뒤에 쉴 새 없이 또 받아가네
或慛水旱年不登 혹최수한년부등
혹은 수해 한해가 들어 바칠 수 없는 해나
場圃年深草蕭索 장포년심초소삭
타작마당에 쓸쓸하게 풀만 무성한 해에는
剝膚槌髓掃地空 박부퇴수소지공
살을 긁고 뼈를 쳐내도 아무것도 없으니
官家租稅奚由出 관가조세해유출
국가에다 내는 조세는 어떻게 내어야 할까
壯者散之知幾千 장자산지지기천
몇천 명 장정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고
老弱獨守懸磬室 노약독수현경실
노약자만 매달린 종처럼 홀로 집을 지키니
未忍將身轉溝壑 미인장신전구학
차마 몸을 구렁에 굴러서 죽을 수도 없어
空巷登山拾橡栗 공항등산습상율
거리를 비우고 산에 올라 도토리 줍는다네
其言悽惋略而盡 기언처완약이진
그 말이 다 끝나고 나니 슬프고 한탄스럽고
聽終辭絶心如噎 청종사절심여일
듣고 나니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 사절했네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못 보았는가
侯家一日食萬錢 후가일일식만전
제후가에서는 하루에 만 전어치를 먹고
珍羞星羅五鼎列 진수성라오정열
맛있는 음식 다섯 솥이 별처럼 널려서
馭吏沈酒吐錦茵 어리침주토금인
마부도 술에 취하여 비단 요에 토하고
肥馬厭穀鳴金埒 비마염곡명금랄
살찐 말은 배가 불러 금마판에서 우네
焉知彼美盤上餐 언지피미반상찬
밥상 위 좋은 음식을 그들이 어찌 알까
盡是村翁眼底血 진시촌옹안저혈
모두 시골 노인 눈 밑의 피눈물인 줄을
※黃精(황정) : 죽대의 뿌리. 구황식물로 엷은 자색에 조금 단 맛이 나지만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기도 한다.
※糇糧(후량) : 말린 식량.
※剝膚槌髓(박부퇴수) : 살갗을 벗기고 골수를 발라내기 위하여 친다는 뜻으로, 벼슬아치의 지나친 횡렴(橫斂)을 이르는 말.
※馭吏沈酒吐錦茵(어리침주토금인) : 한(漢) 나라 정승 병길(丙吉)이 탄 수레의 말을 모는 하인이 술에 취하여 수레 위의 비단 자리에 토하였으나 병길은 성질이 너그러워 꾸짖지 아니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金埒(금랄) : 금마판(金馬板). 화려하게 꾸민 말과 마구간. 진(晋) 나라 왕제(王齊)는 말[馬]을 사랑하여 뜰 안의 말 다니는 마당을 돈으로 엮어서 만들었다 한다.
*윤여형(尹汝衡, 생몰년 미상) : 고려 후기의 문신.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이 ‘9월 15일 효기유감 기시윤여형학유(九月 十五日 曉起有感 寄示尹汝衡學諭)’라는 시를 준 것으로 보아, 이제현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으며, 학유(學諭)라는 국자감의 종구품 벼슬을 지냈음을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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