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疊步田家雜興八首 (첩보전가잡흥팔수) - 鄭宗魯 (정종로)

-수헌- 2025. 9. 4. 15:57

疊步田家雜興八首和趙士威¹ 虎然 幷序 丁未      鄭宗魯  

첩보전가잡흥팔수화조사위 호연 병서 정미    정종로

전가잡흥 8수를 거듭 보운(步韻)하여 조사위 호연에게 화답하다. 서문을 함께 쓰다. 정미년.

 

往在己亥歲 趙士威見我田家雜興八首 深喜其頗有古意 因持歸 未幾爲之盡步其韻² 而又疊步之以寄我 其八則狀我閒居之趣 極其蕭洒 其八則自道其懷事 而亦無非襯境眞切語也 余讀之不覺擊節稱賞 固知士威之善於古詩 而豈料其色之蒼蒼 聲之瀏瀏 直欲追躡風騷 以繼陶柳家絶響邪 是非特工於詩 學得其三昧而已 殆其所存 超然有出於塵俗之外者 故流出性情 便自如此 此尤余之所歎服 顧余聲口本甚強澀 自得瓊琚之投 極知其不可無和 而操觚³締思 卒未得一句可意 因遂罷休者今已累年矣 比於吟病中 忽復念及 更出士威詩見之 隨意步韻 亦得十六首 一以奉贈 一以自道 亦如士威之於我 而巴人十唱⁴⁾ 終不如白雪一曲 士威但取其意而略其詞可也

 

지난 기해년에 조사위가 내가 지은 전가잡흥 여덟 수를 보고, 그 시가 자못 고의(古意)가 있다며 매우 기뻐하며 가지고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운을 모두 보운(步韻)을 하고, 또 거듭 보운하여 나에게 보내왔다. 처음 보운한 여덟 수는 내가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과 정취를 적었는데, 그 맑음이 지극하였으며, 거듭 보운한 여덟 수는 마음에 품었던 일을 스스로 말하였는데, 또한 심경을 드러냄이 진솔하고 절실한 언어가 아님이 없었다. 내가 읽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며 칭찬하였다. 참으로 조사위가 고시(古詩)를 잘 짓는다는 것을 알았으나, 어찌 그 색이 푸르고 푸르며 소리가 맑아서 곧장 국풍(國風)과 이소(離騷)를 따라 올라서 도연명(陶淵明)과 유종원(柳宗元)의 빼어난 명성을 잇고자 했음을 헤아렸으랴. 이는 시를 짓는 재주가 특출하여 그 삼매의 경지를 배워 얻은 것이 아니라, 자못 그 남아 있는 것이 초연히 세속을 벗어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정이 여기에서 흘러나오니, 이것이 내가 더욱 탄복한 점이다.

돌아보건대, 나는 성구(聲口)가 본래 매우 억세고 까칠하여서, 주옥같은 시를 받으면 거기에 화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글을 지으며 골똘히 생각해도 끝내 마음에 드는 한 구의 시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그만두었던 것이 지금 이미 여러 해가 지났는데, 병으로 신음하던 중에 홀연 다시 생각이 이에 미쳐 조사위의 시를 다시 꺼내어 보고서, 생각 나는 대로 보운(步韻)하여 또 열여섯 수를 얻었는데, 하나는 받들어 보내고 하나는 내 스스로를 말하였으니, 또한 마치 조사위가 나에게 했던 것과 같다. 그러나 파인(巴人)이 부르는 열 곡이 끝내 백설(白雪) 한 곡과 같지 않으니, 단지 조사위의 그 뜻만 취하고 그 글은 줄이는 것이 옳으리라.

 

昔我踰商嶺 석아유상령

예전에 내가 상산의 고개를 넘어서

東行入川墅 동행입천서

동으로 가서 냇가 별장에 들어갔네

淸流漾九曲 청류양구곡

맑은 물이 아홉 굽이로 돌아 흐르고

碧峯秀玉女 벽봉수옥녀

푸른 봉우리 옥녀봉이 높이 솟았네

中有之子居 중유지자거

그 가운데에 그대가 살고 있었으니

小軒傍幽圃 소헌방유포

작은 집 곁에 그윽한 채마밭이 있네

於焉暫相訪 어언잠상방

어느 날 내가 잠시 그곳을 방문하니

留我具雞黍⁵⁾ 유아구계서

닭과 기장밥 차려 나를 머물게 했네

論襟到夜分 논금도야분

밤이 깊도록 흉금을 논하고 있으니

蘿月映檉渚 나월영정저

덩굴 사이 달이 물가 버들에 비치네

寥閴四無諠 요격사무훤

사방에 시끄러움이 없이 고요한데

惟聞搗衣杵 유문도의저

오로지 다듬이질 소리만 들리는구나

歷歷當日事 역력당일사

그날 있었던 일이 또렷하기만 하여

至今猶記取 지금유기취

지금까지도 여전히 기억이 나는구나

 

之子味古書 지자미고서

그대는 옛글들에 취미가 있어서

酷嗜如珍腴 혹기여진유

마치 맛난 음식처럼 매우 즐겼네

芳潤六藝漱⁶⁾ 방윤육예수

향기롭게 육예에 젖어 몸을 씻고

浸涵百家漁⁷⁾ 침함백가어

백가의 고기 잡는데 흠뻑 빠졌네

屹彼騷壇上⁸⁾ 흘피소단상

저 문단 위에 우뚝하게 솟아나서

繡眼以高居 수안이고거

아름다운 안목으로 높이 자리했네

蹉跎命不偶 차타명불우

운명이 어긋나 때를 만나지 못해

竆餓到桑楡⁹⁾ 궁아도상유

궁하고 굶주리며 상유에 이르렀네

雅尙顧自在 아상고자재

오히려 고상한 생각이 절로 있어

蕭灑坐茅廬 소쇄좌모려

쓸쓸하게 초가집에 앉아 있으려니

春睡本無多 춘수본무다

본래 봄날의 단잠이 많지 않아서

醒來如有呼 성래여유호

마치 부르는 듯하여 깨어나는구나

分明方寸間¹ 분명방촌간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분명하니

秋月映冰壺¹¹ 추월영빙호

가을 달이 빙호에 비추어주리라

 

世人多譽子 세인다예자

그대 칭찬하는 세상 사람이 많지만

未必深自識 미필심자식

반드시 스스로 잘 알지는 않았으리

文愛波瀾闊 문애파란활

문장은 드넓은 물결처럼 사랑스럽고

詩艶蒼古色 시염창고색

시구는 고색이 창연하여 아름답구나

誰知內行篤¹² 수지내행독

내행이 도타움을 누가 알아줄까마는

本由小心翼 본유소심익

본래 조심하고 삼가하였기 때문에

至味晩更得 지미만경득

지극한 재미를 노년에 다시 얻으니

浮念頓向息 부념돈향식

들뜬 생각이 갑자기 종식되어 가네

閒把聖經玩 한파성경완

한가할 때 성인의 말씀을 즐기면서

惕若明師側 척약명사측

밝은 스승처럼 곁에 두고 두려워했네

體驗默有事 체험묵유사

묵묵히 일삼아서 몸소 경험하였으니

誦數也匪直 송수야비직

외우고 헤아리는 것뿐만이 아니었네

想當會心處 상당회심처

생각과 마음이 합치하는 곳에 이르면

欣然以忘食 흔연이망식

기뻐하느라 밥 먹는 것도 잊으시리라

 

菀彼澗畔松 울피간반송

울창한 저 시냇가의 소나무들은

材堪棟豐屋 재감동풍옥

화려한 집의 용마루 재목감인데

匠石久不顧¹³ 장석구불고

장석이 오랫동안 둘러보지 않아

枝榦空老宿 지간공노숙

가지와 줄기가 공연히 늙어버렸네

旣無斧斤伐 기무부근벌

이윽고 도끼로 베어내지 않았으니

况有牛羊牧¹⁴⁾ 황유우양목

어찌 소나 양이 먹었을 리 있는가

淸風生日夕 청풍생일석

해 저물 때 맑은 바람이 일어나고

綠陰散厓陸 녹음산애륙

짙은 그늘을 땅과 언덕에 펼쳤네

始知靑黃文 시지청황문

비로소 알겠구나 아름다운 무늬는

徒然災好木 도연재호목

좋은 나무의 한갓 재앙이라는 것을

却看香葉裏 각간향엽리

문득 향기로운 잎 속을 바라보니

鸞鳳爭追逐 난봉쟁추축

난새와 봉새가 다투어 좇아다니네

 

皎皎江海姿¹⁵⁾ 교교강해자

밝고 깨끗한 강해지사의 모습으로

風埃以外老 풍애이외로

속세의 티끌을 벗어나서 늙어가니

簞瓢有時空¹⁶⁾ 단표유시공

대 밥그릇 표주박이 빌 때 있어도

自笑是吾道 자소시오도

스스로 웃는 것이 우리의 도리네

披卷對聖賢 피권대성현

책을 펼쳐 성현들을 마주 대하고

攬古寄懷抱 남고기회포

옛것을 가려서 회포에다 부치네

擧世溺頹波 거세익퇴파

온 세상이 퇴락의 물결에 빠져도

抗志獨從好 항지독종호

홀로 좋아하는 뜻을 들어 올리네

譬彼秋蘭色 비피추난색

비유하면 저 가을 난초의 색으로

獨秀中原草 독수중원초

증원의 풀 속에 홀로 빼어났으니

臨風嗅其香 임풍후기향

바람결에 그 향기를 맡고 나니

親君恨不早 친군한부조

그대와 일찍 못 친하여 한스럽네

 

寒貧衆所憂 한빈중소우

보통 사람들은 가난을 근심하지만

子獨有餘樂 자독유여락

그대는 홀로 여유롭게 즐기고 있네

終年閉戶臥 종년폐호와

일 년 내내 문을 닫고 누워 있으니

足跡稀城郭 족적희성곽

성곽에는 그 발자취가 드물구나

種秫得數畝 종출득수무

몇 이랑 땅을 얻어 차조기를 심고

甔石饒秋穫 담석요추확

가을 수확이 항아리에 넉넉하구나

肯構葺先廬¹⁷⁾ 긍구즙선려

옛 오두막에 기꺼이 지붕을 덮으니

歡顔同賀雀¹⁸⁾ 환안동하작

기쁜 얼굴은 참새가 축하함과 같네

吟弄足風月 음롱족풍월

읊으며 즐길 바람과 달이 넉넉하고

泝洄有伊洛¹⁹⁾ 소회유이락

거슬러 올라갈 이수와 낙수가 있네

雲壑絶點埃 운학절점애

구름 낀 골짝에는 먼지 한 점 없고

淸氣滿境落 청기만경락

맑은 기운이 온 마을에 가득하구나

優哉以沒世 우재이몰세

이로써 한세상 삶이 넉넉할 터이니

餉君天不薄 향군천불박

하늘이 그대에게 준 것이 적지 않네

 

君家商山裏 군가상산리

그대의 집이 상산 속에 있으니

族居凡幾畝 족거범기무

친족은 모두 몇 이랑에 사는가

婉孌諸趙氏 완련제조씨

다정한 모든 조씨 문중 사람들

金昆復玉友 금곤부옥우

금 같은 형제 옥 같은 벗들이네

征邁日相勖 정매일상욱

날마다 서로 힘쓰고 매진하니

異彼業詩酒 이피업시주

시와 술 일삼는 저들과 다르네

先範况森肅 선범황삼숙

선대의 규범이 장엄하고 엄숙하니

肯容塵軌走 긍용진궤주

어찌 속진으로 달려감을 용납할까

所以吾人質 소이오인질

그래서 우리 주위 사람들 자질은

濯濯如春柳 탁탁여춘류

빛나는 모습이 마치 봄버들 같네

至道晩更味 지도만경미

노년에 지극한 도를 더욱 즐기니

往哲怳親牖 왕철황친유

마치 옛 선현이 친히 이끈 듯하네

永期千載下 영기천재하

천년 뒤에도 영원하기를 기약하며

垂光侔星斗 수광모성두

두성과 가지런히 빛을 드리우시게

我謂君如此 아위군여차

내가 그대를 이와 같다고 말한다면

倘許知言否²⁰⁾ 당허지언부

혹 도리에 맞는 말이라 인정할는지

 

此道苦難入 차도고난입

이 길이 매우 들어가기 어려운 건

重重隔以關 중중격이관

관문으로 겹겹이 막혔기 때문이네

夢覺與人鬼²¹ 몽교여인귀

몽교관과 더불어 인귀관을

透得方小閒 투득방소한

통과해야 비로소 조금 한가하다네

靜言念眞工 정언염진공

조용히 생각해 보니 참된 공부는

只在主一間²² 지재주일간

단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인데

顧我迄無聞 고아흘무문

그러나 나는 지금껏 배운 게 없어

半生空老山 반생공노산

반평생을 부질없이 산에서 늙었네

如君學知方 여군학지방

그대는 학문의 방법을 잘 알았으니

深造定不艱 심조정불간

깊은 조예가 반드시 어렵지 않았고

力久自有至 역구자유지

오랫동안 스스로 지극하게 힘써서

且須勤躋攀 차수근제반

모름지기 부지런히 높이 올랐는데

曷不惜分陰 갈불석분음

어찌 짧은 시간을 아끼지 않으랴

君亦非韶顔 군역비소안

그대 또한 젊은 날의 얼굴이 아니네

 

我生苦幽獨 아생고유독

나의 삶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여

終老此別墅 종로차별서

이곳 별서에서 늙어 죽게 되었구나

居深性轉拙 거심성전졸

은거해 살면서 성품이 옹졸해져서

有如處閨女 유여처규녀

마치 규방에 사는 여인과 같아지네

僮僕不見嗔 동복불견진

머슴들은 꾸지람을 당하지 않아서

遊惰以荒圃 유타이황포

게을리 놀다가 밭을 황량하게 해도

秋至薄有收 추지박유수

가을 되어 적으나마 수확이 있으니

山果及野黍 산과급야서

산에 나는 과일과 들판의 기장이네

前溪日濯足 전계일탁족

날마다 앞 시내에서 발을 씻으려고

築室故近渚 축실고근저

짐짓 물가 가까운데 집을 지었으니

晩飯眞當肉 만반진당육

저녁밥이 참으로 고기 맛과 같은데

麤布何用杵 추포하용저

거친 베를 다듬이질할 필요가 있나

思量己才分 사량기재분

자신의 재주와 분수를 헤아려 보니

寒貧固自取 한빈고자취

진실로 빈한함을 스스로 취했구나

 

少小味澹泊 소소미담박

어렸을 적엔 담박한 맛을 보았기에

不解羨膏腴 불해선고유

기름진 맛을 부러워할 줄은 몰랐네

肥魚滿前川 비어만전천

앞 시내에 살진 물고기가 가득하니

無心事釣漁 무심사조어

생각 없이 고기잡이를 일로 삼았네

此身旣無用 차신기무용

이 몸이 이미 쓰일 데가 없어졌으니

安辭寂寞居 안사적막거

어찌 쓸쓸히 살아감을 마다하리오

下簾忽幾時 하렴홀기시

주렴 내린 지 홀연 얼마나 되었는지

日色已桑楡 일색이상유

햇빛은 이미 상유에 걸려 있구나

出門欲有往 출문욕유왕

문을 나서서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邈矣美人廬 막의미인려

미인의 오두막은 아득히 멀리 있네

思古實獲心²³ 사고실획심

옛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겠으니

異世如相呼 이세여상호

시대가 달라도 서로 부르는 듯하여

婆娑松桂下 파사송계하

한가로이 소나무 계수나무 아래에서

得月惟傾壺 득월유경호

달빛 받으며 오직 술병을 기울이네

 

山人罕出山 산인한출산

산 사람이 산 밖을 나가지 않으니

城郭稀相識²⁴⁾ 성곽희상식

성곽에는 서로 아는 사람이 드무네

攬鏡時自笑 남경시자소

가끔 거울 보면 내 자신이 우스워

峽氣濃顔色 협기농안색

얼굴빛이 골짜기 기운처럼 짙구나

出語韻乖俗 출어운괴속

말로 나타낸 운치가 속세와 다르고

向人趨未翼 향인추미익

사람을 향해 달려감에 법도가 없네

齟齬動招尤 저어동초우

어긋난 움직임은 허물을 초래하니

衆訕甘脅息 중산감협식

사람들 비방을 두려워하며 달게받네

以玆益思遯 이자익사둔

이 때문에 더욱 은거할 생각을 하고

分甘巖峀側 분감암수측

바위산 곁에 사는 것을 달게 여기네

閒隨白鹿羣²⁵⁾ 한수백록군

흰 사슴 무리들을 한가로이 따르고

友彼靑松直 우피청송직

저 푸르고 곧은 소나무를 벗 삼으며

遊心在太古²⁶⁾ 유심재태고

태고의 순수한 마음으로 노닐고자

鶉居又鷇食²⁷⁾ 순거우구식

메추라기처럼 살며 병아리만큼 먹네

 

梧桐蔭我庭 오동음아정

오동나무 그늘이 나의 뜰을 덮고

薜蘿繞我屋 벽라요아옥

등나무 넝쿨이 나의 집을 둘렀네

於焉送日月 어언송일월

어느덧 여기에서 세월을 보내면서

獨寐且寤宿 독매차오숙

홀로 잠들고 또 깨어나며 지내네

時復墟落間 시부허락간

때로는 황폐한 마을에 머물면서

牽牛隨草牧 견우수초목

소를 끌고 다니면서 풀을 먹였네

睠言彼神州 권언피신주

저 신선들이 사는 곳을 돌아보며

百年長沉陸 백년장침륙

오랜 세월 동안 은거하며 살았네

爛爛奎璧彩²⁸⁾ 난란규벽채

규수와 벽수의 색채가 찬란하니

照耀惟析木² 조요유석목

오로지 석목을 밝게 비추는구나

側聞藝苑士 측문예원사

우연히 들으니 예원의 선비들도

時哉共馳逐 시재공치축

때를 만나 함께 다투어 달린다네

 

靑春捨我去 청춘사아거

청춘은 나를 두고 떠나 버리고

白髮催人老 백발최인로

백발은 사람의 늙음을 재촉하네

先哲有徽言 선철유휘언

선현이 아름다운 말씀 남겼으니

夕死朝聞道³⁰⁾ 석사조문도

아침에 깨닫고 저녁에 죽어도 좋다네

懶惰苦無成 나타고무성

게을러서 이룸이 없어 괴로워서

晼晩徒傷抱 원만도상포

노년에 헛되이 마음만 아파하네

幸遇同心子 행우동심자

다행히 마음이 맞는 그대를 만나

攜手惠而好 휴수혜이호

손을 이끄니 은혜롭고도 좋구나

庶於桑楡景 서어상유경

바라건대 상유에 해가 걸리더라도

講劘免草草 강마면초초

닦고 익히어 초라함을 면하였으면

陟遐懼無日 척하구무일

멀리 오를 날이 없을까 두려워서

發軔恨不早³¹ 발인한부조

시작이 늦었음을 한스러워하네

 

富貴誰爭求 부귀수쟁구

부귀를 다투어 구하는 이 누구인가

貧賤我則樂 빈천아칙요

나는 가난하고 천함을 좋아하노라

白雲斷紅塵 백운단홍진

흰 구름은 홍진의 속세와 끊어졌고

高岑隔遙郭 고잠격요곽

높은 산은 성곽과 아득히 떨어졌네

谷饒紫芝採 곡요자지채

골짜기는 붉은 지초 캐기 넉넉하고

野足香芋穫 야족향우확

들판은 토란 수확하기에 충분하네

盡日坐忘機³² 진일좌망기

하루 종일 기심을 잊고 앉아 있으니

滿庭集羣雀 만정집군작

뜰 가득 참새가 무리 지어 모이네

寓目更有書 우목경유서

다시 책에다 눈을 붙이고 있으니

滿壁皆濂洛³³ 만벽개염락

벽에 가득 모두 염락의 글들이구나

泓崢山水裏 홍쟁산수리

물이 깊고 산이 가파른 가운데서

桂花時前落 계화시전락

계수나무꽃이 때때로 앞에 떨어지네

於焉送餘齡 어언송여령

어느덧 여기서 남은 생을 보내려니

淸福殊非薄 청복수비박

청아한 복이 아주 박하지는 않구나

 

有屋十數間 유옥십수간

십 수 칸 되는 집을 가지고 있고

有田百餘畝 유전백여무

밭은 백여 이랑을 가지고 있으니

閒居事耕作 한거사경작

한가로이 살며 밭 갈기를 일삼고

野人時相友 야인시상우

때때로 들의 농부와 서로 벗하네

五月炊麥飯 오월취맥반

오월에는 보리밥을 지어서 먹고

八月釀稻酒 팔월양도주

팔월에는 쌀로 술 빚어서 마시네

招呼共食飮 초호공식음

벗을 불러놓고 함께 먹고 마시니

盂盤迭奔走 우반질분주

사발과 쟁반이 번갈아 분주하네

各懷親上意 각회친상의

각각 어른 친애하는 마음을 품고

息我門前柳 식아문전류

내 집 문 앞의 버드나무에서 쉬며

農談亦足聽 농담역족청

농사 이야기도 또한 들을 만하여

含笑憑前牖 함소빙전유

웃음을 머금고 앞 창문에 기대네

所願在年豐 소원재년풍

원하는 바는 올해 풍년이 들어서

米至三錢斗³⁴⁾ 미지삼전두

쌀 한 말에 삼 전이 되는 것이네

終年飽無飢 종년포무기

일 년 내내 배불러 굶지 않는다면

此樂可遂否 차락가수부

이 즐거움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大塊逸我老 대괴일아로

대지가 나의 노년을 편하게 하여

早脫名利關 조탈명리관

일찍이 명리의 관문을 벗어났으니

靑山綠水裏 청산녹수리

푸른 산과 푸른 물의 자연 속에서

贏得一生閒 영득일생한

한평생 넉넉하고 한가롭게 지내네

人間是與非 인간시여비

인간 세상의 옳은 것과 그른 것은

不入方寸間 불입방촌간

방촌의 마음속에 들이지 않았지만

獨有憂國念 독유우국념

오직 나라 근심하는 생각만 있으니

恐時或虞艱 공시혹우간

때때로 어려움이 있을까 두렵구나

徒抱獻芹誠³⁵⁾ 도포헌근성

미나리 바치는 정성만 품고 있으니

九闕何由攀 구궐하유반

어찌하면 구중궁궐에 이를 수 있나

淸晨起仰屋³⁶⁾ 청신기앙옥

맑은 새벽에 일어나 지붕을 쳐다보며

慷慨動衰顔 강개동쇠안

강개한 마음이 쇠한 얼굴에 일어나네

 

※趙士威(조사위)¹ : 조선 후기의 문인인 조호연(趙虎然, 1736~1807). 호는 구당(舊堂)이고, 사위(士威)는 그의 자이다. 저서로는 구당집(舊堂集)이 있다.

※步韻(보운)² : 남의 시에 화합하여 연마다 원운(元韻)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操觚(조고)³ : 글 짓는 것, 또는 문필에 종사하는 것으로, 고(觚)는 어떤 사실을 기록하던 네모난 나무 패(牌)를 말한다.

※巴人十唱(파인십창)⁴⁾ ; 파인(巴人)은 하리파인(下里巴人)에서 온 말로, 전국 시대(戰國時代) 초(楚) 나라의 민간 가곡으로 통속적인 문학예술 작품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전국 시대 초(楚) 나라의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은 곡조가 너무 고상하여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로 꼽혀 왔다. 초나라에서 어떤 나그네가 하리(下里)와 파인(巴人)의 노래를 부르니 수천 명이 따라 불렀고, 양아(陽阿)와 해로(薤露)의 노래를 부르니 몇백 명이 따라 불렀는데, 양춘(陽春)과 백설(白雪)의 노래를 부르니 몇십 명 밖에는 따라 부르지 못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雞黍(계서)⁵⁾ : 닭을 잡고 기장밥을 차려 손님을 잘 대접한다는 의미이다. 후한(後漢)의 범식(范式)과 장소(張劭)는 친구 사이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이별하며 2년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날 장소(張劭)가 닭과 기장밥을 준비하여 기다리니 범식(范式)이 잊지 않고 돌아왔다는 고사가 있다.

※六藝(육예)⁶⁾ : 육예(六藝)는 고대 중국 교육의 여섯 가지 과목인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말한다. 논어 술이(述而) 편에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며, 인에 의지하고, 육예에 노닐어라.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라는 말이 나온다.

※浸涵百家漁(침함백가어)⁷⁾ : 재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을 탐구하여 깨우친다는 의미인 듯하다.

※騷壇(소단)⁸⁾ : 문필가들의 사회. 문단(文壇).

桑楡(상유)⁹⁾ : 뽕나무와 느릅나무. 해가 떨어질 때는 빛이 뽕나무와 느릅나무의 가지 끝에 걸린다고 하여, 일몰(日沒)이나 어떤 일의 마지막 단계를 가리킨다. 보통 만년(晩年)이나 노경(老境)을 비유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方寸(방촌)¹ : 네모난 작은 공간이라는 뜻으로, 마음이나 가슴속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인간의 내면세계정신 사고(思考)를 의미한다.

※秋月映冰壺(추월영빙호)¹¹ : 얼음으로 만든 호리병에 맑은 가을 달이 비친 것과 같이 티 없이 고결한 정신을 뜻한다.

※內行(내행)¹² : 평소 집에 있을 때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온갖 태도와 행실.

※匠石(장석)¹³ : 춘추 시대 초(楚) 나라의 솜씨 좋은 유명한 목수이다. 초(楚) 나라 영(郢) 땅의 어떤 사람이 백토를 코끝에 매미 날개만큼 엷게 바르고 장석(匠石)에게 깎으라 하니, 장석(匠石)이 바람을 내며 도끼를 휘둘러 백토만을 깎고 코는 상하지 않았다. 영(郢) 사람도 장석(匠石)을 믿고 선 채로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는 장석(匠石)이 제(齊) 나라로 가다가 곡원(曲轅)에 이르러 그곳 사당 앞에 백 아름이나 되고, 높이가 산을 굽어볼 정도인 상수리나무가 있었는데, 장석이 그것을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况有牛羊牧(황유우양목)¹⁴⁾ : 맹자(孟子)에 ‘우산(牛山)이라는 산에는 원래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았는데, 큰 나라가 가까이 있어 나무들이 마구 도벌되었다. 그리고 나무의 싹들이 자라려고 하면 사람들이 양과 소를 풀어놓아 그 싹들을 먹게 함으로써 산은 점점 더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벌거숭이 우산을 보고 처음부터 나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다.

※江海(강해)¹⁵⁾ : 강해지사(江海之士). 강이나 바닷가에 사는 선비들, 세상을 피해 사는 한가로운 사람들을 말한다.

※簞瓢有時空(단표유시공)¹⁶⁾ : 대 밥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이 텅 빈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하고 청빈한 생활을 의미한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공자가 ‘어질구나, 안회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 [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다.

※肯構葺先廬(긍구즙선려)¹⁷⁾ : 긍구(肯構)는 서경(書經) 대고(大誥)에, ‘만약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작정하여 이미 그 규모를 정했는데도 그 아들이 기꺼이 집터를 마련하지 않는데 하물며 기꺼이 집을 지으랴. [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라고 한 대목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옛 오두막집을 자손들이 중수(重修) 한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賀雀(하작)¹⁸⁾ : 하작(賀雀)은 집을 새로 지으니 참새가 축하한다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에 ‘큰 건물이 지어지니 제비와 참새가 축하한다. [大廈成而燕雀相賀]’라는 말을 인용하였다.

※泝洄有伊洛(소회유이락)¹⁹⁾ : 이락(伊洛)은 이수(伊水)와 낙수(洛水)로, 송(宋) 나라 명도(明道) 정호(程顥)와 이천(伊川) 정이(程頤)가 강학한 곳으로 정주학(程朱學)을 말한다. 곧 정주학(程朱學)을 공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知言(지언)²⁰⁾ : 기본적인 의미는 도리에 맞는 말이나 사리에 합당한 말이란 뜻이다. 또는 남의 말을 듣고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분별하여 앎. 맹자가 자신의 부동심(不動心)을 말하면서, ‘나는 말을 알며 나는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 [我知言 我善養吾浩然之氣]’라고 하였다.

※夢覺與人鬼(몽교여인귀)²¹ : 몽교관(夢覺關)은 꿈과 깨어남을 가르는 관문이고, 인귀관(人鬼關)은 사람과 귀신을 가르는 관문이다. 주자(朱子)에 ‘격물은 몽교관이요, 성의는 인귀관이다. [格物是夢覺關 誠意是人鬼關]’라고 하였는데, ‘이 두 관문의 공부를 마치면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더욱 쉬워져서, 치국평천하에 이르러서는 그 걸음이 더욱 쉬워질 것이니, 모름지기 돌아보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主一(주일)²² : 주일(主一)은 하나를 위주로 한다는 뜻으로 마음을 집중하여 한 곳으로 모은다는 의미이다.

※思古實獲心(사고실획심)²³ : 시경(詩經) 녹의(綠衣)〉에 ‘내 고인을 생각하니, 실로 내 마음을 아셨도다. [我思古人 實獲我心.]’라고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

※城郭(성곽)²⁴⁾ : 두 겹으로 쌓아 이루어진 내성과 외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나, 도시 도회지라는 의미로 쓰인다.

※閒隨白鹿羣(한수백록군)²⁵⁾ : 노자(老子)가 흰 사슴[白鹿]을 타고 내려와 어머니의 몸을 통해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고, 또 진시황(秦始皇) 때의 선인(仙人) 한중(韓衆)이 흰 사슴이 끄는 수레[白鹿車]를 타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성인이나 신선처럼 살고자 함을 의미한다.

※在太古(재태고)²⁶⁾ : 태고에 있다는, 의미로 세속에 물들지 않는 자연 그대로인 인간의 본성을 나타낸다.

※鶉居又鷇食(순거우구식)²⁷⁾ :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성인은 메추라기처럼 소박하게 살고 병아리처럼 조금 먹으며, 새가 날아다니듯 자취를 남기지 않으니, 천하에 도가 있으면 만물과 함께 창성하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덕을 닦으며 한가로이 산다. [夫聖人鶉居而鷇食 鳥行而無彰 天下有道則與物皆昌 天下无道則脩德就閒]’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奎璧(규벽)²⁸⁾ : 28수(宿) 별자리 중에서 규수(奎宿)와 벽수(璧宿)를 함께 일컫는 말로, 예전에 문장을 주관하는 별로 알려졌다.

※析木(석목)² : 28수(宿) 성차(星次)의 이름으로, 기(箕)와 두(斗) 사이를 가리키며 동북쪽 인방(寅方)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였다.

※夕死朝聞道(석사조문도)³⁰⁾ : 공자께서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朝聞道 夕死 可矣]’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發軔(발인)³¹ : 수레가 떠나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시작(始作)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忘機(망기)³² : 망기(忘機)는 기심(機心)을 잊는다는 뜻이다. 기심(機心)은 사적(私的)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교묘하게 도모하는 마음을 말한다. 옛날 바닷가에 살던 사람이 갈매기를 아주 좋아하여 매일 바닷가로 나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한 번은 그의 아비가 ‘갈매기를 잡아 오라’ 하였다. 다음 날 다시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사람의 교사한 마음[機心]을 알아채고 공중에서 빙빙 돌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濂洛(염락)³³ : 염(濂)은 염계(濂溪)의 주돈이(周敦頤)를 말하고, 낙(洛)은 낙양(洛陽)의 정호(程顥), 정이(程頤) 형제를 말하는데, 모두 송대(宋代)의 성리학자(性理學者)들이다. 여기서는 성리학을 의미한다.

※米至三錢斗(미지삼전두)³⁴⁾ : 풍년이 들어 쌀 한 말에 3전밖에 안 한다는 뜻이다. 

※獻芹(헌근)³⁵⁾ : 변변하지 않은 미나리를 바친다는 뜻으로, 성의만 있을 뿐 예물이 변변치 못하다는 겸사(謙辭)의 뜻으로 쓰는 말이다. 옛날 송나라의 시골 농부가 봄이 되자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등에 쪼이는 따스한 봄볕[負背之暄]을 우리 임금님께 바치면 큰 상을 받게 될 것이다.’ 하였다. 한 마을에 사는 사람이 그에게 ‘옛사람 중에 미나리[芹]를 아주 좋아한 이가 있어 그 마을의 부자에게 선물하였더니, 부자는 미나리를 먹고 맛이 독하여 배가 아팠다더라.’라고 한 고사가 있다.

※仰屋(앙옥)³⁶⁾⁾ : 대책이 없다는 의미이다. 후한서(後漢書)에, ‘집으로 돌아가서 입으로 말을 할 수가 없어 지붕을 쳐다보며 몰래 탄식하였다. [及其歸舍 口雖不言 而仰屋竊歎]’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