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田家雜興 七首 (전가잡흥 7수) - 鄭宗魯 (정종로)

-수헌- 2025. 8. 29. 11:26

田家雜興 七首 以下北溪寓居時作 己亥   전가잡흥 칠수 이하북계우거시작 기해     鄭宗魯   정종로

전가잡흥 7수. 이하는 북계에 우거 할 때 지었다. 기해년  

 

中歲頗好曠 중세파호광

중년에는 들판을 매우 좋아해서

移家近郊墅 이가근교서

가까운 교외로 집을 이전하였네

伐薪有短僕 벌신유단복

어린 종은 땔나무를 베어 오고

炊飯任少女 취반임소녀

어린 계집종 시켜서 밥을 짓네

農時忽焉晩 농시홀언만

농사 시기가 홀연 늦어버렸으니

黽勉治田圃 민면치전포

힘써 채소밭을 갈아야 하겠구나

旣思厭蔥薤 기사염총해

파와 부추 실컷 먹을 생각 하며

復謀藝麥黍 부모예맥서

다시 보리 기장 심을 의논 하네

春服有垢衣 춘복유구의

봄에 입었던 옷에 때가 묻었으니

濯出淸溪渚 탁출청계저

맑은 시냇물에 깨끗이 세탁하네

朝出鳴午雞 조출명오계

아침에 나갈 때 낮닭이 울어대고

暮歸聞夜杵 모귀문야저

절구 소리 들으며 늦게 돌아오네

東鄰有端士 동린유단사

동쪽 이웃에 단정한 선비가 있어

雅襟諒所取 아금량소취

고상한 마음 진정 의지할 만하네

 

田家有糗糒 전가유구비

농가에 말린 양식만 있다고 해도

不羨味膏腴 불선미고유

기름진 고기 맛이 부럽지가 않고

碧潭復在傍 벽담부재방

푸른 못이 또한 가까이에 있으니

乘興可釣魚 승흥가조어

흥이 오르면 낚시질도 할 수 있네

城市雖云近 성시수운근

저잣거리가 비록 가까이에 있지만

閉戶卽閒居 폐호즉한거

문만 닫으면 곧 한가로운 집이니

庭實餘故菊 정실여고국

뜰에 가득 오랜 국화가 여유롭고

園樹但老楡 원수단노유

정원수는 오직 늙은 느릅나무일세

境與塵事絶 경여진사절

처지가 속세의 일과 단절되었으니

蕭灑臥茅廬 소쇄와모려

쓸쓸하게 초가집에 누워 있는데

之子來惠然 지자내혜연

그대가 은혜롭게 찾아와 주시니

不待相招呼 부대상초호

서로 불러 주길 기다린 게 아닌가

良辰謀一醉 양진모일취

좋은 날 한번 취하기를 생각하며

濁醪沽數壺 탁료고수호

막걸리 몇 병을 사 왔구나

 

故人有情素 고인유정소

진실한 마음을 가진 오래된 벗이

爲我買一屋 위아매일옥

나를 위하여 집 한 채를 구입했네

所樂在結隣 소락재결린

즐거움 있는 곳에서 이웃이 되어

願言同栖宿 원언동서숙

원컨대 오랫동안 함께 살아 보세

市足魚鹽利 시족어염리

저자는 어염을 이용하기 충분하고

澤可牛羊牧 택가우양목

못가에서는 소와 양을 칠 만하네

登高送春目 등고송춘목

봄을 보내며 높이 올라 바라보니

茫茫川與陸 망망천여륙

뭍과 더불어 망망한 시내가 있네

大道亘阡陌 대도긍천맥

큰길은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고

古城繞花木 고성요화목

오랜 성은 꽃과 나무로 둘렀는데

當路彼誰子 당로피수자

권세를 잡은 저 사람은 누구인가

車馬日馳逐 거마일치축

날마다 수레와 말이 좇아 달리네

 

郭北處士家 곽북처사가

성곽 북쪽에는 처사의 집이 있고

溪南達官老 계남달관로

시내 남쪽은 달관의 노인이 사는데

有懷輒相訪 유회첩상방

마음이 있으면 문득 서로 방문하여

論文復談道 논문부담도

글을 논하고 다시 도를 이야기하네

中酒却忘言 중주각망언

술에 취하면 문득 말을 잊어버리고

悠然古琴抱 유연고금포

여유롭게 오래된 거문고를 연주하니

白雲起簷峀 백운기첨수

산봉우리 끝에 흰 구름이 일어나고

幽意晩更好 유의만경호

저물녘 그윽한 정취가 더욱 좋구나

有時聽喧禽 유시청훤금

때로는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盡日坐芳草 진일좌방초

하루 종일 향기로운 풀에 앉았다가

猥被長者遇 외피장자우

외람되게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으니

承顔恨不早 승안한불조

일찍 뵙지를 못한 것이 한스럽구나

 

吾愛弦齋翁 오애현재옹

내가 현재 어른을 사모하는 것은

詩書自娛樂 시서자오락

시와 서를 갖고 스스로 즐기시고

考槃在澗谷 고반재간곡

시냇가 계곡에서 은거해 지내며

閉門隔城郭 폐문격성곽

성곽과 떨어져 문 닫고 지내서이네

春多山朮釀 춘다산출양

봄에는 산출로 술을 많이 담그고

秋足園芋穫 추족원우확

가을엔 토란을 넉넉하게 수확하네

觀物養盆魚 관물양분어

물고기를 기르며 사물을 관찰하고

忘機馴階雀 망기순계작

섬돌의 참새 길들이며 기심을 잊네

我來抱羲經 아래포희경

내가 희황의 경전을 안고 오며는

誰與論河洛 수여논하락

누구와 함께 하도낙서를 논할까

迢迢望芝山 초초망지산

아득히 멀리 지산을 바라보니

依依見墟落 의의견허락

아스라이 황량한 마을이 보이는데

欲往川無梁 욕왕천무량

가고 싶어도 시내에 다리가 없으니

日暮坐䕺薄 일모좌총박

날 저무는 무렵 풀숲에 앉아 있네

 

買宅得數楹 매택득수영

몇 칸 되는 집을 사서 마련하니

種麥亦一畝 종맥역일무

보리 심을 곳도 한 이랑 있구나

庭邊有虛室 정변유허실

마당 근처에 또 빈방도 있으니

聊堪待賓友 요감대빈우

손님이나 벗을 대접할 만하구나

雞黍時難供 계서시난공

닭고기 기장밥 늘 올리지 못해도

呼兒往沽酒 호아왕고주

아이를 불러서 술을 사러 보내네

山人少禮數 산인소례수

산에 사는 나는 예의가 부족하여

未解恭趨走 미해공추주

공손히 모시고 다니지 못했더라도

開談願暫留 개담원잠류

잠시 머물면서 말씀해 주길 바라니

繫馬堂前柳 계마당전류

집 앞 버드나무에 말을 매어 두네

皓月出松岑 호월출송잠

밝은 달이 소나무 위로 떠 오르고

惠風來竹牖 혜풍래죽유

화창한 봄바람이 대숲 창에 부는데

於焉終永夕 어언종영석

길고 길던 밤이 어느덧 끝나가니

爛爛回星斗 난란회성두

반짝이던 북두성도 돌아가는구나

臨別情未已 임별정미이

이별에 임해도 정이 다하지 않으면

乘興更來否 승흥갱래부

흥이 오르면 다시 오지 않으렵니까

 

兒曹苦出遊 아조고출유

마을 아이들 나가 놀기에 애를 쓰니

柴扉爲常關 시비위상관

사립문은 항상 빗장을 걸어 놓았네

向晩罷看書 향만파간서

저녁이 되려 하니 책 읽기를 끝내고

隱几心復閒 은궤심부한

궤안에 기대니 마음 다시 한가롭네

微雨爲誰過 미우위수과

가랑비가 누구를 위하여 지나갔는지

幽草生階間 유초생계간

섬돌 사이에 풀이 그윽이 돋아나네

望雲自怡悅 망운자이열

구름을 바라보니 절로 마음 기뻐서

悠然對南山 유연대남산

여유롭게 남산을 마주하다가

攬衣時獨往 남의시독왕

때때로 홀로 옷을 걷어쥐고 가서

從容登險艱 종용등험간

조용히 험하고 어려운 길 올랐네

紫芝採盈掬 자지채영국

자색 지초를 한 움큼 가득 캐고

靑蘿正堪攀 청라정감반

푸른 넝쿨을 정히 잡고 올라보니

綺翁宛如遇 기옹완여우

완연히 기옹을 만난 것과 같아서

遺歌和商顔 유가화상안

상안에다 시를 남겨서 화답하였네

 

※蔥薤(총해) : 파와 부추라는 의미이나, 여기서는 단순히 신선한 채소라는 의미로 쓰인 듯하다.

※糗糒(구비) : 구(糗)는 쌀이나 보리를 볶아서 빻아 만든 가루이고, 비(糒)는 말린 밥으로, 먼 길을 가는 데 지니고 다니기에 쉽게 만든 양식을 말한다.

※魚鹽(어염) : 서민(庶民) 생활(生活)의 필수품(必需品)인 생선(生鮮)과 소금을 아울러 이르는 말.

※阡陌(천맥) : 밭 사이의 길. 남북(南北)으로 난 것을 천(阡), 동서(東西)로 난 것을 맥(陌)이라 함.

※當路(당로) : 당로자(當路者). 권력자. 당도(當道) 당조(當朝)와 같은 말로 당시 조정에서 권력을 잡은 자들을 말한다.

※處士(처사) : 벼슬을 하지 아니하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

※達官(달관) : 높은 벼슬이나 관직.

※長者(장자) : 덕망(德望)이 뛰어나고 경험(經驗)이 많아 세상일(世上-)에 익숙한 어른.

※弦齋翁(현재옹) : 영조 때의 문인인 강세진(姜世晉, 1717~1786). 자(字)는 사원(嗣源). 호는 경현재(警弦齋). 1753년(영조 29)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문명(文名)이 높았으며, 문집으로 경현재집(警弦齋集)이 있다.

※考槃(고반) :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은사의 생활을 즐긴다는 말이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고반(考槃)에 ‘시냇가에서 한가히 소요하니, 현인의 마음이 넉넉하네. 〔考槃在澗 碩人之寬〕’라는 말이 나온다.

※山朮(산출) :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약초. 창출(蒼朮) 적출(赤朮) 모출(茅朮)로도 불린다.

※觀物養盆魚(관물양분어) : 송나라의 도학자(道學者)인 정명도(程明道, 1032 ~ 1085)가 물동이에다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기르면서 때때로 관찰하였는데, 어떤 이가 그 이유를 묻자 ‘만물이 자득하는 뜻을 보고 싶어서 그런다. [欲觀萬物自得意]’라고 한 고사가 있다.

※機心(기심) : 기심(機心)은 사적(私的)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교묘하게 도모하는 마음을 말한다. 옛날 바닷가에 살던 사람이 갈매기를 아주 좋아하여 매일 바닷가로 나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한 번은 그의 아비가 ‘갈매기를 잡아 오라’ 하였다. 다음 날 다시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사람의 교사한 마음[機心]을 알아채고 공중에서 빙빙 돌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羲經(희경) : 복희 씨(伏羲氏)의 경전이라는 뜻으로, 복희 씨(伏羲氏)가 팔괘(八卦)를 처음 그렸기에 주역(周易)을 이렇게 부른다.

※芝山(지산) : 경북 상주시 모서면(牟西面)의 지명으로, 경현재(警弦齋) 강세진(姜世晉)이 거처한 곳이다.

※雞黍(계서) : 후한(後漢)의 범식(范式)과 장소(張劭)는 친구 사이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이별하며 2년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날 장소(張劭)가 닭과 수수 요리를 준비하여 기다리니 범식(范式)이 잊지 않고 돌아왔다는 고사가 있다.

※趨走(추주) : 윗사람의 앞을 지날 때 허리를 굽히고 빨리 걸음. 여기서는 윗사람을 공손히 모심을 의미한다.

※綺翁(기옹) : 기옹(綺翁)은 상산사호(商山四皓) 중의 한 사람인 기리계(綺里季)를 말한다. 상산사호는 진(秦) 나라 말기에 폭정(暴政)을 피해 상산(商山)에 숨어 살았던 네 명의 노인 즉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 선생(甪里先生)인데, 이들은 영지(靈芝)를 캐 먹으며 살았다 한다. 여기서는 경현재(敬弦齋)를 기옹(綺翁)에 비유하였다.

※商顏(상안) : 기리계(綺里季)를 비롯한 상산사호(商山四皓)가 은거해 살던 상산(商山)의 꼭대기라는 의미이다.

 

*정종로(鄭宗魯,1738~1816) : 조선 후기 입재집 소대명신언행록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사앙(士仰), 호는 입재(立齋) 무적옹(無適翁).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성리학 연구와 강학 저술에 전념하였으며, 영남학파의 학통을 계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