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戲詠田家秋事 八首 (희영전가추사 팔수) - 尹愭 (윤기)

-수헌- 2025. 8. 14. 15:31

戲詠田家秋事 八首   희영전가추사 팔수     尹愭   윤기  

농가의 가을일을 장난 삼아 읊다. 여덟 수  

 

田夫喜有秋 전부희유추

시골 농부가 가을을 즐거워하며

刈稻引朋儔 예도인붕주

동료들을 이끌고 벼 베러 가네

鄙俚恣諧謔 비리자해학

방자하게 속된 농지거리를 하며

謳謠任唱酬 구요임창수

멋대로 흥얼대며 노래하는구나

磨鎌無使鈍 마겸무사둔

낫을 무디지 않게 숫돌에 갈고

吸草有時休 흡초유시휴

이따금 쉬면서 담배도 피우면서

指點仍相語 지점잉상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는 말이

得如去歲不 득여거세불

수확이 작년만큼 되지 않으려나

<右 田夫 우 전부

위는 시골 농부이다.>

 

農家年少婦 농가연소부

농가의 나이 젊은 아낙네들은

出野亦羞人 출야역수인

들에 나갈 때에도 수줍어하네

逐伴悤悤步 축반총총보

일행을 좇아서 바쁘게 걸으며

裹頭箇箇巾 과두개개건

머리를 모두 수건으로 싸맸네

犬隨遙饁午 견수요엽오

들밥 내갈 때에는 개가 따르고

鷄唱獨炊晨 계창독취신

새벽밥 지을 때에는 닭이 우네

日暮恒先返 일모항선반

해가 저물면 늘 먼저 돌아오며

兒飢啼必頻 아기제필빈

아이가 배고파 울고 있겠구나

<右 田婦 우 전부

위는 농가의 아낙이다>

 

村叟苦無睡 촌수고무수

시골 할아범이 잠 못 들고 괴로워

晨興但吸煙 신흥단흡연

새벽에 일어나서 담배만 피우다가

恐差今日事 공차금일사

오늘 할 일을 못 마칠까 염려되어

喚起一家眠 환기일가면

식구들을 모두 불러 잠을 깨우네

牽犢隨前澗 견독수전간

송아지를 끌고 앞 시내로 가서는

杖鳩望遠田 장구망원전

지팡이 짚고 멀리 밭을 바라보며

兒孫自勤力 아손자근력

자손들이 스스로 부지런히 일하여

只願飽殘年 지원포잔년

단지 남은 여생 배불리 먹었으면

<右 村翁 우 촌옹

위는 시골 할아범이다.>

 

村姆布裳短 촌모포상단

시골 할멈이 짧은 베 치마를 입고

齒空眼復昏 치공안부혼

이는 다 빠지고 눈 또한 어두워도

曬禾收散粒 쇄화수산립

볏단 말릴 때 흩어진 낟알을 줍고

摘豆助晨飧 적두조신손

콩을 따서 아침밥 짓는 데 보태네

夜碓隨諸婦 야대수제부

밤에는 여인들 따라서 방아를 찧고

暄簷弄稚孫 훤첨농치손

따뜻한 처마 아래 손자들과 놀지만

暮年多苦緖 모년다고서

늘그막엔 고생스러운 일이 많으니

時與隣婆論 시여린파론

이따금 이웃 노파와 함께 얘기하네

<右 村嫗 우 촌구

위는 시골 할멈이다.>

 

兒童亦何識 아동역하식

시골 아이들이 무엇을 잘 알까마는

秋後喜年豐 추후희년풍

가을이 되어 풍년이 드니 기뻐하며

隨饁奔跳競 수엽분도경

들밥 내는 아낙 따라 다투어 달리고

呼朋嬉戲同 호붕희희동

동무들 불러 함께 즐거이 노는구나

取魚梁竭水 취어량갈수

물이 마른 어량에서 물고기를 잡고

驅雀矢拈蓬 구작시념봉

쑥대 화살을 손에 쥐고 참새를 쫓고

每候隣翁睡 매후린옹수

매양 이웃 영감 잠든 틈을 기다려서

偸來虬卵紅 투래규난홍

붉게 익은 홍시를 몰래 따 오는구나

<右 村兒 우 촌아

위는 시골 아이이다.>

 

民多無本業 민다무본업

백성들 중 많은 수가 본업이 없으니

秋後乃如狂 추후내여광

가을걷이 끝나면 미치광이처럼 되네

村老時時乞 촌로시시걸

시골 늙은이는 때때로 구걸을 나서고

山僧處處忙 산승처처망

산승은 곳곳에서 바쁘게 돌아다니고

滯遺伊寡婦 체유이과부

과부들은 남겨진 이삭 주우러 다니고

果酒又諸商 과주우제상

장사치들은 과일과 술 팔러 다니는데

最怕深宵裏 최파심소리

무엇보다도 두려운 건 깊은 밤중에

偸兒暗伺傍 투아암사방

몰래 엿보다가 아이 훔쳐가는 것이네

<右 乞客 우 걸객

위는 얻어먹는 사람이다.>

 

霜落黃雲野 상락황운야

황금물결 들판에 서리가 내리면

主人處處監 주인처처감

밭 주인이 곳곳을 살펴보는구나

斗量分剖細 두량분부세

곡식을 꼼꼼하게 말로 되어보고

束數照憑咸 속수조빙함

볏단 수를 모두 세어서 확인하네

談古心嫌小 담고심혐소

예전보다 적다고 의심의 말하며

防奸視不凡 방간시불범

농간 막으려는 눈빛 범상치 않네

午盤鷄酒爛 오반계주란

점심상에 닭고기 술을 많이 올려

猶得慰窮饞 유득위궁참

음식 탐하는 지주를 위로해 주네

<右 監者 우 감자

위는 감독하는 밭주인이다.>

 

無田食人土 무전식인토

밭이 없어서 남의 땅을 부쳐 먹으니

秋屆割黃雲 추계할황운

가을 되면 황금 들녘을 나눠야 하네

用盡終年力 용진종연력

한 해 다하도록 힘들게 농사를 지어

輸他一半分 수타일반분

절반은 다른 사람에게 보내줘야 하네

欺偸嫌小小 기투혐소소

속임수로 훔치지만 적을까 염려하고

零剩喜紛紛 영잉희분분

남는 것이 많으면 무척이나 기뻐하네

藁稈留餘粒 고간유여립

마른 볏짚에 알곡이 남아 있으면

猶堪詑細君 유감이세군

그나마 아내에게 자랑할 수 있겠네

<右 作者 우 작자

위는 소작인이다.>

 

※鄙俚(비리) : 풍속(風俗)이나 언어(言語) 따위가 속(俗)되고 촌스러움.

※杖鳩(장구) : 지팡이를 짚는다는 의미이다. 옛날에 노인들이 짚는 지팡이는 비둘기 모양의 장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비둘기로 지팡이를 표현하였다.

※魚梁(어량) : 한 곳으로만 흐르도록 물길을 막은 뒤에, 그곳에 통발을 놓아 고기를 잡는 장치.

※虬卵紅(규란홍) : 붉은 용의 알이란 뜻이나, 붉게 익은 홍시(紅柹)라는 의미의 시어(詩語)이다. 한유(韓愈)의 영시시(詠柹詩)에 ‘붉은 용의 알을 까마귀가 쪼아 먹네. [金烏下啄赭虯卵]’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乞客(걸객) : 몰락(沒落)한 양반들로서 의관(衣冠)을 갖추고 다니며 얻어먹는 사람을 말한다.

※滯遺伊寡婦(체유이과부) : 시경(詩經) 대전(大田)에 ‘저기에 버려진 곡식 다발이 있고, 여기에 흘리고 간 이삭이 있으니, 이는 과부의 이익이구나. 〔彼有遺秉 此有滯穗 伊寡婦之利〕’라는 말을 인용한 표현이다.

※窮饞(궁참) : 매우 굶주림이나, 음식을 매우 탐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밭주인이 허기졌다는 뜻과 함께 그의 탐욕스러운 마음을 함께 내포한 중의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