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至日行 (지일행) - 申欽 (신흠)

-수헌- 2024. 12. 15. 16:14

至日行   지일행     申欽   신흠  

동짓날

 

去年至日金陵村 거년지일금릉촌

지난해 동짓날에는 금릉촌에 있으면서

一家百口皆溫存 일가백구개온존

집안 식구들이 모두 편안하게 지내며

爛烹豆粥甘於乳 난팽두죽감어유

우유보다 감미로운 팥죽을 잘 끓여서

<我國俗 至日有豆粥故事 아국속 지일유두죽고사

우리나라 풍속에 예부터 동짓날 팥죽을 끓여 먹었다.>

妻孥相勸當南軒 처노상권당남헌

남쪽 마루에서 처자에게 서로 권했지

今年至日鷺江渚 금년지일노강저

금년 동짓날에는 노강 가에 있다 보니

一身孤寄誰與侶 일신고기수여려

외로운 몸을 누구와 짝하여 의지할까

旅燈靑熒照半壁 여등청형조반벽

여관의 푸른 등불은 벽을 반쯤 비추고

江氷萬丈風如怒 강빙만장풍여로

강은 만 길이나 얼고 바람도 매섭구나

浮生本自無根蔕 부생본자무근체

떠도는 인생 원래 뿌리내릴 곳이 없고

嶺海飄飄靡定主 영해표표미정주

영해에 떠돌며 정해진 주인도 없는데

舊遊零落各天涯 구유영락각천애

옛 친구는 각기 먼 곳에 떨어져 있고

新貴崢嶸盡當路 신귀쟁영진당로

신진들은 모두 높은 자리에 우뚝 올랐네

元臣故老問孰遺 원신고로문숙유

원로 대신 가운데 누가 남았는지 물으니

口不敢陳心自語 구불감진심자어

입으로 말 못 하고 마음으로 말하는구나

嗚呼此歌歌已悲 오호차가가이비

아 이 노래를 이미 슬퍼하며 노래하니

明年至日知何處 명년지일지하처

명년 동짓날에는 어느 곳에 있을까

 

※無根蔕(무근체) : 정처 없음을 말한다. 도잠(陶潛)의 시에 ‘인생이란 뿌리도 꼭지도 없이, 길 위에 먼지처럼 날아다니는 것. [人生無根蔕 飄如陌上塵]’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