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冬至日 (동지일) - 黃俊良 (황준량)

-수헌- 2024. 12. 20. 11:07

冬至日 동지일 黃俊良 황준량  

동짓날

 

重陰風雪閉難開 중음풍설폐난개

음기 짙은 눈보라에 문 여닫기 어려운데

一點陽和地底回 일점양화지저회

한 점 양기가 모여서 땅 밑에서 돌아오네

豆粥薦盤驚子夜 두죽천반경자야

한밤중에 쟁반에다 팥죽을 올려 경계하고

繡紋添線動葭灰 수문첨선동가회

갈대 재가 움직이니 수 무늬에 첨선하네

流光不貸催霜鬢 유광부대최상빈

가는 세월은 어김없이 흰머리를 재촉하니

世事無心進酒杯 세사무심진주배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어서 술잔만 올리네

始信在家貧亦樂 시신재가빈역낙

집이 가난해도 즐거움을 이제야 알겠으니

牀頭點易看窓梅 상두점역간창매

침상 끝에서 주역 읽으며 창밖 매화를 보네

 

※豆粥薦盤驚子夜(두죽천반경자야) : 악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매년 동지(冬至)가 되면 팥죽을 쑤어 사당(祠堂)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대, 헛간 등 여러 곳에 담아 놓는 풍습을 말한다. 즉 동짓날 팥죽으로 악귀의 침입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繡紋添線動葭灰(수문첨선동가회) : 동지가 되면 황종율관(黃鍾律管)에서 갈대 재가 날리고 매일 해가 조금씩 길어짐에 따라, 옛날 궁중(宮中)에서 여공(女功)들에게 동지 이후로 날마다 실 가닥씩을 더하여 수를 놓게 한 일을 말한다.

※點易(점역) : 중요한 부분에 점을 찍으면서 주역(周易)을 읽거나 연구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