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婦人挽 不知爲誰哉 (부인만 부지위수재)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4. 10. 12. 11:57

婦人挽 不知爲誰哉 부인만 부지위수재 

부인을 애도하다. 누구를 위함인지 알 수 없구나.

 

天敎奇夢錫蘭香 천교기몽석란향

하늘이 기이한 꿈으로 석란향을 가르쳐

擇節于歸詠鳳凰 택절우귀영봉황

봉황가를 읊으니 좋은 날 가려 시집갔네

入手絲麻傳古事 입수사마전고사

전해오는 고사에 따라 사마를 손에 넣고

齊眉酒食耀前光 제미주식요전광

주식을 거안제미하고 나아가니 빛났었네

承家餘慶振振孝 승가여경진진효

집안을 이으며 효도하니 경사를 누리고

下世高年苒苒忙 하세고년염염망

아랫세대와 어른들께도 매우 분주하였네

虛幌盆歌政嗚咽 허황분가정오열

얇은 휘장에 분가를 부르며 오열하여도

暮山松檟鎖幽堂 모산송가쇄유당

저문 산에 나무들이 무덤을 가두었구나

 

※于歸(우귀) : 신부가 처음으로 시집에 들어감.

 

※鳳凰曲(봉황곡) : 금곡(琴曲)의 하나로 봉새가 황새를 구하는 사랑의 노래이다. 한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문군(卓文君)을 사모하여 보고 연주하자, 탁문군(卓文君)이 그 연주에 반하여 사마상여를 따라갔다고 전한다.

 

※入手絲麻傳古事(입수사마전고사) : 사마(絲麻)는 명주실 삼실과 같은 좋은 물건을 말한다. 일시(逸詩)에 ‘비록 명주실과 삼[麻]이 있더라도 왕골과 띠를 버리지 말라 [雖有絲麻毋棄管蒯].’는 말이 있고, 예기(禮記) 연의(燕義)에 ‘백성이 사마와 곡속을 내어 윗사람을 받드는 것이 바로 노력하는 것이다.〔民出絲麻穀粟以奉上則勞力矣〕’라는 말이 나온다. 또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성곽 안에 밭 열 이랑만 있으면, 농사를 지어 옷 해 입기에 충분하다. [郭內之田十畝, 足以爲絲麻.]’라는 안회(顔回)의 말이 나온다. 미루어 보면 좋은 실로 좋은 옷을 지어 낭군이나 웃어른을 받든다는 의미인 듯하다.

 

※齊眉(제미) : 거안제미(擧案齊眉)에서 온 말로, 밥상을 눈썹과 가지런히 되도록 공손히 들어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이르는 말.

 

※虛幌(허황) : 얇아서 밝은 빛이 비치는 휘장, 곧 커튼.

 

※盆歌(분가) : 잃은 아내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장자의 장고분가(莊鼓盆歌)에서 유래한다. 장주(莊周)가 아내를 잃었을 때, 생사가 한 가지요, 애락(哀樂)이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다리를 뻗고 앉아 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盆]를 치며 노래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