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寒食感子推事 (한식감자추사)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4. 3. 31. 11:57

寒食感子推事   한식감자추사     李奎報   이규보  

한식날 개자추의 고사에 감탄하다

 

衆鱗化雲雨 중린화운우

모든 미물이 두터운 은택을 받는데

一蛇不與爭 일사불여쟁

뱀 한 마리는 함께 다투지 않았네

未見恩波潤 미견은파윤

임금의 은택을 받아 보지 못하고

反爲燥炭烹 반위조탄팽

도리어 불에 타서 숯이 되었구나

綿山山上火 면산산상화

면산 산마루까지 타오른 불길은

已忍焚人英 이인분인영

뛰어난 인재를 태워 죽여 버렸네

胡不放神燄 호불방신염

어찌 놓아주지 않고 불을 질러서

焚滅千載名 분멸천재명

천년을 전하는 이름을 태워버렸나

遂使後代人 수사후대인

마침내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聞名輒傷情 문명첩상정

문득 이름 듣고 마음 아프게 하네

每至百五辰 매지백오진

해마다 한식일이 다가 오며는

萬屋禁煙生 만옥금연생

모든 집에 연기 나는 것을 금하니

不及炎岡日 불급염강일

언덕에 뜨거운 불길이 못 미치도록

一勺江水淸 일작강수청

한 국자의 맑은 강물을 퍼 주소서

 

※子推事(자추사) : 한식날의 유래가 된 진(晉) 나라 개자추(介子推)의 고사를 말한다. 그는 일찍이 진 문공(晉文公)이 어려운 시절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 봉양할 정도로 충성을 다했었다. 훗날 진문공은 진나라로 돌아가 진후(晉侯)가 되었으며, 개자추(介子推)는 포상을 받지 못했으나 공을 다투지 않고 늙은 어머니와 면산(綿山)에 들어가 살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문공이 그를 불러도 응하지 않으므로, 그를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놓았지만 불타는 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진문공은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을 추념하기 위해 그날을 한식(寒食)이라 하고 불을 피우지 못하게 했다 한다.

 

※衆鱗化雲雨(중린화운우) : 중린(衆鱗)은 비늘 있는 모든 짐승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미물(微物)이라는 의미로 쓰였고, 운우(雲雨)는 두터운 혜택이나 은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一蛇(일사) :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거나 뱀이 되어 못 속으로 숨는다는 일룡일사(一龍一蛇)에서 취하여 공을 다투지 않고 면산(綿山)에 숨어버린 개자추(介子推)를 의미한 듯.

 

※百五辰(백오진) : 한식(寒食) 날을 말한다. 개자추(介子推)가 불에 타 죽은 날이 동지(冬至)로부터 백오일이 되는 날이라 이렇게 표현한다.

 

※一勺(일작) : 일작(一勺)은 한[一] 국자[勺] 퍼서 주는 것이다. ‘설문해자에, 여(与)는 주는 것이다. 일(一)과 작(勺)으로 구성되었다. 与와 予는 같은 뜻이다. [說文解字 与 賜予也 一勺爲与 此與予同意]’라고 했다. 与는 與의 간체자와 약자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