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嘲介子推 (조개자추) - 成俔 (성현)

-수헌- 2024. 4. 1. 14:38

嘲介子推   조개자추     成俔   성현  

개자추를 비웃다

 

二月二十五 이월이십오

이월 스무 닷새 날은

寒食一百五 한식일백오

일백오 일이 되는 한식날인데

如何介子推 여하개자추

개자추는 어찌하여

尙含千載怒 상함천재노

아직도 노여움을 천년을 품고 있나

晉室昔中興 진실석중흥

진나라가 예전에 중흥을 이룬 것은

重耳亦賢主² 중이역현주

중이 또한 어진 임금이기 때문이네

在外十九年 재외십구년

나라 밖에 있던 십구 년 동안에

臣隣共攀附 신린공반부

서로 함께 의지하였던 신하들은

先軫上大夫³ 선진상대부

선진은 상대부가 되었고

趙衰中軍輔³ 조쇠중군보

조쇠는 중군보가 되었네

舅犯從此辭⁴⁾ 구범종차사

구범은 이때 하직을 고했는데

投璧誓河滸⁴⁾ 투벽서하호

옥벽을 황하에 던져 맹세했네

斬裾罪莫大⁵⁾ 참거죄막대

옷깃을 끊은 건 막대한 죄이건만

寺披遭恩乳⁵⁾ 사피조은유

시피도 끝내 깊은 은혜를 입었네

忘勞雖少恩 망로수소은

공로를 잊은 건 비록 야박하지만

君節亦良苦 군절역량고

그대의 절개 역시 정말 고통이었네

臣之事國君 신지사국군

신하가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如子事厥父 여자사궐부

아들이 아비를 섬기듯 하는 것이니

有勞不爲功 유로불위공

공로가 있어도 공으로 삼지 않고

無罪任天數 무죄임천수

죄가 없어도 운명에 맡겨야 하네

不見屠羊說⁶⁾ 불견도양열

그대는 도양열을 보지 못하였는가

反肆甘貧寠⁶⁾ 반사감빈구

가게로 돌아가 가난을 달게 여겼네

富貴天上雲 부귀천상운

부귀는 하늘 위의 구름과 같고

功名路中土 공명로중토

공명은 길 가운데 흙과 같은데

汲汲必受報 급급필수보

반드시 보답받는 데만 급급하면

瑣細同商賈 쇄세동상가

자잘하기가 장사꾼과 마찬가지네

君人深引過 군인심인과

임금이 과오를 깊이 인정했지만

枯死汝何補 고사여하보

타 죽은 너에겐 무슨 도움이 되랴

雖封綿上田⁷⁾ 수봉면상전

비록 면상의 전토를 봉해주었지만

義不享晉酤 의불향진고

예의상 진의 제사를 흠향 않았겠지

壯氣凜不磨 장기름불마

장렬한 기백은 줄지 않고 늠름하여

洸洸奮厥武 광광분궐무

솟아오르는 무용을 떨쳐 내어서

盜弄豐隆旗⁸⁾ 도롱풍륭기

풍륭의 깃발을 훔쳐 가지고 놀고

潛發飛廉弩⁸⁾ 잠발비렴노

비렴의 쇠뇌를 몰래 날려 보내네

暗轉阿香車⁹⁾ 암전아향거

은밀하게 아향거를 움직이고

竊揮列缺斧¹⁰⁾ 절휘렬결부

남모르게 열결부를 휘둘러서

崩騰喧四方 붕등훤사방

요란스럽게 사방을 무너뜨리고

飄忽承天宇 표홀승천우

홀연 바람으로 하늘을 뒤덮네

軒軒出谷風 헌헌출곡풍

살랑살랑 골짝에 바람 일어나고

黯黯映山雨 암암영산우

비가 산을 어둡게 덮어 가리니

草木隨簸揚 초목수파양

초목은 비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山川困呑吐 산천곤탄토

산천은 삼키고 뱉기에 힘들구나

上帝仁不問 상제인불문

상제는 어질어서 문책을 않고

天官矇不睹 천관몽불도

천관은 어리석어 분별을 못하네

生爲晉名臣 생위진명신

살아서는 진나라의 명신이 되어

羈靮心靡盬¹¹ 기적심미고

말고삐 잡고 나라 위해 헌신하고

死作厲鬼祟 사작려귀수

죽어서 재앙을 주는 요괴가 되어

傳笑萬萬古 전소만만고

만고에 웃음거리로 전해 오는구나

後人亦何辜 후인역하고

후인들 또한 무슨 잘못이 있길래

歲歲遭此蠱 세세조차고

해마다 이런 해독을 입는 것일까

長安嚴火令 장안엄화령

장안 안에는 금화령이 엄격하여서

萬室冷晨釜 만실랭신부

모든 집의 새벽에 솥이 식었고

纍纍北邙間 류류북망간

북망 산간에 널려 있는 묘지에도

香火絶煙縷 향화절연루

제 올리는 향불 연기가 끊어졌네

我亦備蘋藻¹² 아역비빈조

나 또한 조촐한 제수를 갖추어서

晨興將陟怙 신흥장척호

새벽에 아버님 묘소에 올라가려고

出門無所之 출문무소지

문을 나서도 갈 곳이 아예 없어

乾坤互聾瞽 건곤호롱고

천지가 온통 깜깜하기만 하구나

作詩嘲此神 작시조차신

이 혼을 조롱하려고 시를 지어서

聊以書其粗 요이서기조

애오라지 그 대강을 적어보노라

 

 

※介子推(개자추)¹ : 한식(寒食)의 유래가 된 춘추 시대 진(晉) 나라 사람이다. 훗날 진 문공(晉文公)이 된 중이(重耳)를 19년 동안 망명길을 따라다니며 충성하였다. 중이(重耳)가 어려운 시절 개자추(介子推)는 자기의 허벅지 살을 베어 공양하는 등 충성을 다했으나, 중이(重耳)가 문공(文公)으로 즉위한 뒤 아무런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받지 못하였다. 이에 자기 어머니와 함께 면산(綿山)에 들어가 은거하였는데, 문공이 뒤에 그 사실을 깨닫고 그를 면산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면산에 불을 질렀지만, 그는 끝내 나오지 않고 그대로 불에 타 죽었다. 후인(後人)들이 그를 추모하여 그가 죽은 날을 그를 애도하여 화식(火食)을 금한 것이 한식(寒食)의 유래이다. 그가 죽은 날이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이 되는 날로 지금의 4월 5, 6일경에 해당한다.

 

※重耳(중이)² : 춘추 시대 진 문공(晉文公)의 이름이다. 그는 진 헌공(晉獻公)의 차자(次子)로 태자 신생(申生)의 아우였는데, 헌공이 태자 신생을 죽이자, 그것을 보고 두려워 적(狄) 땅으로 도망갔다. 이후 외지 여러 나라에서 무려 19년 동안이나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진 목공(秦穆公)의 도움으로 진(晉) 나라로 돌아와 문공(文公)으로 즉위하여 제 환공(齊桓公) 다음으로 패업을 성취하여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이 되었다.

 

※先軫, 趙衰(선진, 조쇠)³ : 선진(先軫)과 조쇠(趙衰)는 호언(狐偃) 개자추(介子推) 등과 함께 진 문공(晉文公)이 19년간 망명생활로 떠돌 때 함께한 충신들이다.

 

※舅犯從此辭 投璧誓河滸(구범종차사 투벽서하호)⁴⁾ : 구범(舅犯)은 중이(重耳)의 외삼촌인 호언(狐偃)을 말한다. 진 문공 중이(重耳)가 망명 생활을 할 때 선진 조쇠 개자추 등과 함께 19년을 함께한 충신이다. 중이(重耳)가 망명 생활을 마치고 진(晉) 나라로 돌아갈 때 일행이 황하 가에 이르자, 중이의 외삼촌인 구범(舅犯)이 가지고 있던 옥벽(玉璧)을 중이에게 내주면서 ‘신이 주군의 말고삐를 잡고 주군을 따라 천하를 돌아다니는 동안에 저지른 죄가 매우 많았으니 여기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주소서.’라고 하자, 중이가 말하기를 ‘앞으로 내가 외삼촌과 마음을 같이하지 않을 경우에는 저 흰 강물이 알고 있으니, 저 강물을 두고 맹세하겠습니다.’ 하고, 그 옥벽을 황하에 던져 버렸던 고사가 있다.

 

※斬裾罪莫大 寺披遭恩乳(참거죄막대 시피조은유)⁵⁾ : 시피(寺披)는 진 헌공(晉獻公)의 시인(寺人) 피(披)를 말한다. 진 헌공이 태자 신생(申生)을 죽이고 나서 피(披)를 시켜 공자(公子) 중이가 있는 포성(蒲城)을 치게 하자, 중이가 말하기를 ‘군부의 명령에 대항해서는 안 된다.〔君父之命不校〕 하고는, 담장을 넘어서 도망쳤다. 이때 피(披)가 칼을 휘둘러 중이의 옷소매를 끊었는데, 19년이 지난 뒤에 중이가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를 죽이지 않고 도리어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난국을 타개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을 말한다.

 

※不見屠羊說 反肆甘貧寠(불견도양설 반사감빈구)⁶⁾ : 도양열(屠羊說)은 전국 시대 초(楚) 나라 사람으로 양(羊) 잡는 백정인 열(說)이란 사람을 말한다.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초 소왕(楚昭王)이 전쟁에 패하여 나라를 잃고 도망갈 적에 양 잡는 백성 열(說)이 소왕을 수행했는데,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서 열(說)에게 상을 주려 하자, 열(說)이 말하기를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을 때에 열은 양 잡는 직업을 잃었고, 대왕께서 나라로 돌아오시자 열은 또한 양 잡는 직업을 되찾게 되어, 신의 작록은 이미 복구되었는데 또 무슨 상을 주신다고 하십니까.’ 하며 사양하였고, 또 소왕이 그를 삼경의 지위로 맞아들이도록 하자, 그가 말하기를 ‘삼경의 지위가 양 잡는 가게보다 귀한 줄은 잘 알고, 만종의 녹봉이 양 잡아서 얻는 이익보다 부함을 잘 알지만, 내가 어찌 작록을 탐하여 우리 임금으로 하여금 작록을 함부로 베푼다는 말을 듣게 할 수 있겠습니까. 감히 받을 수 없으니, 다시 내 양 잡는 가게로 돌아가게 해 주소서.’ 하고 끝내 받지 않았다는 고사를 말한다.

 

※雖封綿上田(수봉면상전)⁷⁾ : 면상(綿上)은 개자추(介子推)가 불에 타 죽은 면산(綿山)이 있는 곳의 지명이다. 진 문공(晉文公)이 면상의 전토(田土)를 봉하여 개자추의 제전(祭田)으로 삼은 것을 말한다.

 

※豐隆, 飛廉(풍륭, 비렴)⁸⁾ : 풍륭(豐隆)은 천둥을 관장한다는 뇌신(雷神)을 말하고, 비렴(飛廉)은 바람을 관장한다는 풍신(風神)을 말한다. 즉 진나라의 운세가 천둥과 바람처럼 굳세어 지라는 의미이다.

 

※阿香車(아향거)⁹⁾ : 아향(阿香)은 전설상의 뇌차(雷車)를 민다는 여신으로, 전하여 아향거는 곧 천둥소리를 말한다.

 

※列缺斧(열결부)¹⁰⁾ : 열결부(列缺斧)는 하늘을 찢는 도끼라는 뜻으로, 전하여 번뜩이는 번개 빛을 가리킨다.

 

※靡盬(미고)¹¹ : 시경(詩經) 소아(小雅)에 나오는 왕사미고(王事靡盬)에서 온 말로, 나랏일을 허술히 하지 않다, 열심히 하다는 의미이다.

 

※蘋藻(빈조)¹² : 빈조(蘋藻)는 물풀인 마름을 말하는데, 삶아서 제사에 쓰는 나물로 쓰인다. 전하여 제사에 쓰이는 간소한 제수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