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淸明雪 (청명설) - 李穀 (이곡)

-수헌- 2024. 3. 27. 10:27

淸明雪   청명설     李穀   이곡 

청명(淸明)에 내리는 눈

 

雪入春分省見稀 설입춘분성견희

춘분에 들어서면 눈을 보기 드물다는

今年已賦雪堂詩 금년이부설당시

설당의 시를 금년에 이미 읊었었는데

東風御柳經寒食 동풍어류경한식

동풍에 한식을 갓 지난 궁중의 버들이

頃刻花開此一時 경각화개차일시

갑자기 지금 한꺼번에 눈꽃을 피웠네

 

春樹無花雪有花 춘수무화설유화

봄 나무에 꽃은 없고 눈꽃이 피었으니

淸明天氣未應和 청명천기미응화

청명의 천기엔 당연히 어울리지 않네

侯家醉耳寧聞此 후가취이녕문차

술 취한 귀족들의 귀에는 어찌 들릴까

凍死流民骨又多 동사류민골우다

얼어 죽은 유민의 뼈가 또 많다는 말이

 

※雪入春分省見稀(설입춘분성견희) : 소식(蘇軾)의 시에 ‘춘분에 들어서면 눈도 보기 드문데, 반쯤 핀 도리가 눈의 위세를 견디지 못하누나.〔雪入春分省見稀 半開桃李不勝威〕’라는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雪堂(설당) : 설당(雪堂)은 소식(蘇軾)의 별칭으로 그가 황주(黃州)로 유배된 뒤에 그곳에 설당이라는 초가집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큰 눈이 내리는 가운데 그 집을 지었으므로,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설당이라고 하였다.

 

 

淸明雪 次伯父韻 三首   청명설 차백부운 삼수     李穡   이색  

청명에 눈이 오므로 백부의 운을 차하다. 3수

 

凍燕飛來不耐風 동연비래불내풍

추위에 제비가 날아와도 바람을 못 견디고

雪華吹冷草堂空 설화취랭초당공

눈발이 텅 빈 초당에 냉기를 불어오는구나

裁成白紵還羞澁 재성백저환수삽

흰 모시옷을 지은 것이 도리어 쑥스러워

誤認淸明歲歲同 오인청명세세동

청명절은 해마다 같은 줄 잘못 알았구나

 

憶昔溪橋立晚風 억석계교립만풍

시내 다리에 서서 저녁 바람 맞던 옛날엔

梅花無數暎寒空 매화무수영한공

매화꽃이 수없이 겨울하늘을 비추었는데

春深却作楊花看 춘심각작양화간

봄이 깊어 문득 버들 꽃을 만들어 보이니

物態隨時自異同 물태수시자이동

물태는 때에 따라 기이하게 절로 같구나

 

雪色肌膚萬玉妃 설색기부만옥비

눈빛처럼 피부가 고운 일만 송이 옥비가

瑤臺宴罷欲斜暉 요대연파욕사휘

요대에서 잔치 파하고 해가 저물려 하니

應知人世春光好 응지인세춘광호

응당 인간 세상의 봄 경치 좋음을 알고

趁取淸明駕鶴歸 진취청명가학귀

청명일을 가려서 학을 타고 내려왔구나

 

※物態(물태) : 만물의 자태. 물질의 상태.

 

※玉妃(옥비) : 옥처럼 고운 비(妃)라는 뜻으로, 매화의 별칭이다. 여기서는 고운 눈송이를 표현한 듯하다.

 

※瑤臺(요대) : 요대는 매우 이름다운 누대로 신선이 사는 곳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