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淸明 寒食 (청명 한식) - 權好文 (권호문)

-수헌- 2024. 4. 3. 11:39

淸明日對友   청명일대우     權好文   권호문

청명일에 벗들을 마주하여

 

九十韶光三月三 구십소광삼월삼

구십일 봄기운이 비치는 삼월 삼짇날에

誰尋芳草小溪南 수심방초소계남

작은 시냇가 남쪽 꽃 찾는 이 누구인가

山妻獻酒愁先散 산처헌주수선산

아내가 술을 올리니 근심부터 사라지고

野友吟詩興不堪 야우음시흥불감

벗들과 시 읊으니 흥을 이기지 못하겠네

蝶逐林花飛栩栩 접축림화비허허

나비는 숲 속 꽃을 찾아 훨훨 날아다니고

燕回簷雨語喃喃 연회첨우어남남

제비 돌아와 비 오는 처마에서 지저귀네

祓除幸得羣賢集 불제행득군현집

다행히 불제에 여러 현인들이 모여드니

修稧蘭亭怳共參 수계란정황공참

함께 난정수계에 참석한 듯 황홀하구나

 

※祓除(불제) : 액(厄)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3월 상사(上巳)에 향 풀을 삶은 물에 목욕하는 행사를 말한다.

 

※蘭亭修稧(난정수계) : 진(晉) 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영화(永和) 9년 삼월 초에 사안(謝安), 손작(孫綽) 등 당대의 명사 40여 인과 함께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蘭亭)에 모여서 계사(禊事)를 행하고 곡수(曲水)에 술잔을 띄워 돌려 마시며 시를 지은 고사를 말한다. 왕희지가 지은 난정기(蘭亭記)에 그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寒食日 한식일 權好文 권호문

東風節侯近淸明 동풍절후근청명

봄바람 불어 절기가 청명에 가까워지니

草樹欣欣盡向榮 초수흔흔진향영

초목도 기뻐하며 모두 꽃 피우려 하는데

萬古綿田含舊恨 만고면전함구한

오랜 옛날의 면전은 묵은 한을 품었고

一春煙舍隔新晴 일춘연사격신청

봄철 내내 집에 연기 걷힐 날이 없구나

杏花欲與桃花笑 행화욕여도화소

살구꽃이 복사꽃과 함께 피어나려 하고

山鳥相酬野鳥鳴 산조상수야조명

산새와 들새들이 서로 불러 지저귀는데

坐見遊人乘麗景 좌견유인승려경

앉아서 고운 경관에 다니는 사람 보니

挈壺登壠各輸誠 설호등롱각수성

술병 들고 산소에 가서 정성을 드리네

 

※萬古綿田含舊恨(만고면전함구한) : 면전(綿田)은 한식(寒食)의 유래가 된 개자추(介子推)가 면산(綿山)에서 불에 타 죽은 후, 진 문공(晉文公)이 개자추(介子推)의 제사를 받들기 위해 내린 면산(綿山) 주변의 봉지(封地)를 말한다. 이 구절은 죽은 뒤에 제사를 지낸다고 묵은 한이 풀릴까라는 의미이다.

 

* 권호문(權好文, 1532~1587) : 조선전기 독락팔곡, 한거십팔곡, 송암집 등을 저술한 유학자. 자는 장중(章仲), 호는 송암(松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