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中秋法王寺翫月 (중추법왕사완월) - 權近 (권근)

-수헌- 2023. 9. 29. 15:58

中秋法王寺翫月 二首   중추법왕사완월 이수      權近   권근 

중추절에 법왕사에서 달을 구경하다. 2수

 

華月溶溶湧海隅 화월용용용해우

화려한 달이 바다 깊숙한 데서 솟아오르고

秋空如水片雲無 추공여수편운무

물 같은 가을하늘에 구름 한 조각 없구나

林間乍見金蛙冷 림간사견금와랭

숲 사이 잠깐 보이는 금개구리는 싸늘하고

柱下遙憐玉兔孤 주하요련옥토고

계수나무 아래 어여쁜 옥토끼는 외롭구나

爽氣凌凌侵几案 상기릉릉침궤안

상쾌한 기운이 안상에 침범하여 들어와서

淸輝的的照尊壺 청휘적적조존호

맑은 빛이 술동이를 표적으로 비추어주네

就中賴有廬山遠 취중뢰유려산원

그 가운데 여산에 거주하던 혜원법사가

爲勸陶潛酒續酷 위권도잠주속혹

도연명에게 독한 술을 계속 권하는구나

 

月色窺簾入坐隅 월색규렴입좌우

달빛이 발 뚫고 들어와 방구석을 엿보고

焚香書榻一塵無 분향서탑일진무

향 사르는 서탑에는 티끌 한 점 없구나

晤言今夕那堪睡 오언금석나감수

오늘 저녁 정담 나누며 어찌 잘 수 있나

樂事良辰不可孤 악사량진불가고

좋은 때 즐거운 일 저버려선 안 된다네

梵宇炯如銀作界 범우형여은작계

온 절이 밝게 빛나 은세계를 만들었으니

僧懷淸似玉爲壺 승회청사옥위호

스님의 마음이 옥병이 된 듯 맑아지네

歡娛却恐尊醪盡 환오각공존료진

즐거운 이 자리에 술이 빌까 두려워서

爲問隣家入夜酤 위문린가입야고

이웃집에 물어서 밤들어 또 사 와야겠네

 

※金蛙(금와) : 달의 별칭. 옛날 예(羿)가 서왕모에게서 불사약(不死藥)을 얻어 오자, 예의 처인 항아가 이를 훔쳐 먹고 달 속의 광한전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겨 두꺼비가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就中賴有廬山遠(취중뢰유려산원) : 원(遠)은 혜원법사(慧遠法師)로 중국 동진(東晉) 시대 여산(廬山)에 주석했던 고승이다. 혜원법사는 여산(廬山)의 호계(虎溪) 동림사(東林寺)에 있으면서 불도(佛徒)인 혜영(慧永) 혜지(慧持) 도생(道生), 등과 함께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여, 당대(當代)의 명사(名士)인 도잠(陶潛) 육수정(陸修靜) 등과 서로 교유하여 여산의 호계삼소(虎溪三笑)로 불리었다.

 

*권근(權近,1352~1409) : 조선전기 중추원사, 정당문학,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초명은 권진(權晉), 자는 가원(可遠)·사숙(思叔), 호는 양촌(陽村) 소오자(小烏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