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題永川卿林亭四時 (제영천경임정사시) - 李承召 (이승소)

-수헌- 2023. 5. 28. 10:12

題永川卿林亭四時  제영천경임정사시     李承召 이승소  

영천경의 임정에 대한 네 계절의 시를 짓다

 

院落深深白日遲 원락심심백일지

깊숙한 별채 정원에 한낮은 더디 가는데

轉階花影上簾帷 전계화영상렴유

섬돌 위 꽃 그림자가 휘장 위에 비치네

東風惹起無窮思 동풍야기무궁사

봄바람이 끝없는 생각을 끌어 일으키니

收拾春光入小詩 수습춘광입소시

봄빛을 수습해서 짤막한 시에 담는구나

 

綠樹陰濃地轉幽 록수음농지전유

나무 푸르고 그늘 짙어 땅은 어두워지고

流鸎聲在柳梢頭 류앵성재류초두

버들가지 끝에 꾀꼬리 울음소리 흐르네

象床蘄簟涼如水 상상기점량여수

상아 침상 기주자리는 물처럼 시원하고

剩得高軒一片秋 잉득고헌일편추

추녀 높이 한 조각 가을 기운이 넘치네

 

歸燕辭巢木葉彫 귀연사소목엽조

제비들은 떠나가고 나뭇잎은 시드는데

秋容如洗碧天高 추용여세벽천고

푸른 하늘 높고 가을 모습 씻은 듯하네

階前霜菊還堪愛 계전상국환감애

섬돌 앞의 서리 내린 국화가 사랑스러워

遣興時時讀楚騷 견흥시시독초소

가끔씩은 흥을 달래려고 초소를 읽는다

 

朔風如翦雪霏微 삭풍여전설비미

삭풍이 매섭게 불고 적은 눈발이 날리니

凍雀偎林不敢飛 동작외림불감비

참새가 추워서 숲에서 감히 날지 못하네

竹外寒梅開已遍 죽외한매개이편

대숲 밖의 겨울매화 이미 두루 피었는데

西湖詩興正依依 서호시흥정의의

서호에서 일어나는 시흥이 정녕 아쉽구나

 

※永川卿(영천경) : 효령대군(孝寧大君)의 다섯째 아들 이정(李定,1422~ ?)을 가리킨다. 그는 시도 잘 짓고, 특히 산수화에 뛰어난 풍류객이었다고 한다. 일찍이 영천군에 봉해졌는데, 당시에 영천공(永川公), 영천공자(永川公子), 영천경(永川卿) 등으로 불리어졌다.

 

※蘄簟(기점) : 기주(蘄州)에서 나는 대자리라는 뜻. 기주(蘄州)는 중국 호북성(湖北省)에 있는 지명인데, 대나무가 많이 자라며, 이곳에서 만든 대자리가 아주 좋다고 한다.

 

※楚騷(초소) : 전국 시대 초(楚) 나라의 굴원(屈原)이 지은 이소(離騷)를 말한다.

 

*이승소(李承召,1422~1484) : 조선전기 이조판서, 우참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윤보(胤保), 호는 삼탄(三灘).

 

 

함안 무진정 경내의 영송루(迎送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