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有懷 (유회)外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3. 5. 26. 10:57

有懷 유회  

그리움이 있어서

 

美人隔湘浦 미인격상포

미인이 상포에 떨어져 있으니

一夕生秋風 일석생추풍

하룻밤에 가을바람이 일어나네

思之不可見 사지불가견

그리워해도 볼 수가 없어서

獨立亂山中 독립란산중

홀로 어지러운 산속에 서있네

 

※美人隔湘浦(미인격상포) : 미인(美人)은 중국 문학에서 시경(詩經)과 초사(楚辭) 이후 ‘마음속으로 흠모하거나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시어로 쓰인다. 당(唐)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도 초추야좌증오무릉(初秋夜坐贈吳武陵)이라는 시에서 미인격상포(美人隔湘浦)라는 표현으로 절친인 오무릉(吳武陵)을 미인(美人)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상포(湘浦)는 유종원(柳宗元)과 오무릉(吳武陵)이 상수(湘水)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있었기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聲出虛瀨號示人覺輩 성출허뢰호시인각배 

지진소리가 나기에 사람들이 깨닫도록 불러서 알리다.

 

闔闢混沌死 합벽혼돈사

혼돈이 죽은 뒤에 천지가 합벽하니

乾坤載太虛 건곤재태허

하늘과 땅 위에는 허공만 남았었네

誰知天籟發 수지천뢰발

하늘 울리는 소리는 누구나 알지만

不覺地雷噓 불각지뢰허

땅에서 천둥소리 울릴 줄은 몰랐네

 

※闔闢(합벽) : 합벽(闔闢)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일로 음양(陰陽)의 소장성쇠(消長盛衰)를 말한다.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문을 닫음을 곤이라 이르고 [闔戶 謂之坤], 문을 엶을 건이라 이른다 [闢戶 謂之乾].’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混沌死(혼돈사) : 混沌(혼돈)은 儵忽(숙홀)과 함께 전설상의 신(神)의 이름이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남해(南海)의 신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北海)의 신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中央)의 신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혼돈을 찾아갔더니 혼돈은 이들을 잘 대접하였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갚으려고 ‘남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이것으로 보고 듣고 숨 쉬고 밥을 먹는데, 혼돈만은 없으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하고는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더니, 혼돈은 7일 만에 결국 죽고 말았다.” 하였다. 혼돈은 땅을 말하며, 혼돈은 원래 형체가 없었는데 구멍을 뚫어 죽고 난 뒤 지금과 같은 땅의 형체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이 첫째 구절[闔闢混沌死]은 혼돈(混沌)이 죽고 난 뒤 천지가 열렸다는 의미인 듯하다.

 

 

登太平樓次紫陽先生 등태평루차자양선생 

태평루에 울라 자양선생의 시를 차운하여

 

風緊動海碧 풍긴동해벽

바람이 급히 불어 푸른 바다 흔들리고

嵐浮裊空翠 남부뇨공취

남기가 하늘거리는 하늘도 푸르구나

淸時忍獨醒 청시인독성

태평세월에 어찌 깨어 참아야겠지만

境勝宜孤醉 경승의고취

경내가 아름다워서 홀로 취해야겠네

 

匏瓜繫一隅 포과계일우

박은 집 모퉁이에 매달려 있고

茅屋蓬門宿 모옥봉문숙

초가집 문은 쑥에 뒤덮여 있네

刮眼受金鎞 괄안수금비

금비를 얻어 눈꺼풀을 떼어내니

無幽明不燭 무유명불촉

등불 없어도 어두운 곳 없이 밝네

 

※刮眼受金鎞(괄안수금비) :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눈뜬다는 뜻으로 금비괄목(金鎞刮目)의 고사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옛날 인도의 양의(良醫)가 쇠칼[金鎞]로 맹인의 눈꺼풀을 떼어내어 [刮眼膜] 광명을 찾게 해 주었다는 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