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다정다한(多情多恨)의 인간면(2)

-수헌- 2020. 4. 27. 21:02

지난 편에 이어 이번에는 四溟大師의 시중 이별과 그리움에 관한 시를 몇 수 올린다. 이러한 시에서 알 수 없는 바와 같이 사명대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한 정한(情恨)의 소유자이다. 이러한 사명대사의 평범한 인간면이 도리어 그 위대한 정신과 뛰어난 지략에 있어서 한층 더 우러러 보인다.

 

次許舍人韻  차허사인운

허 사인의 운을 따라

湖嶺誰傳驛使梅  호령수전역사매

호령에 누굴 보내 매화를 전하려고

病來空復暗書灰  병래공복암서회

병든 몸이 자꾸 글을 몰래 썼다 태운다

音容此日三淸遠  음용차일삼청원

음성과 얼굴이 요즘은 삼청과는 머니

消息何年一笑開  소식하년일소개

어느 해 소식 들어 한번 웃어볼거나

看月毎懷傾皂盖  간월매회경조개

달 볼 때마다 서로 만나던 일 그립고

倚樓長憶倒深杯  의루장억도심배

누각에 기대어 술마시던 일 생각하네

春風早晚東歸路  춘풍조만동귀로

봄바람 곧 동쪽 길로 불어 올텐데

銀燭金尊酬一廻  은촉금존수일회

은 촛대아래서 금 술잔 한번 돌려 보세

 

湖寺別故人 호사별고인

호사에서 친구와 이별하고

平明告別廣陵寺 평명고별광릉사

이른 아침에 광룽사를 떠나서

暮宿龍津江上沙  모숙룡진강상사

저녁엔 용진강 모래 위에 자도다

僧磐遠從蓮宇落  승반원종련우락

멀리 절에서 종소리 들려오고

客帆偏映月溪多  객범편영월계다

나그네 탄배는 달빛 시내에 비치네

夢尋親友登湖岸  몽심친우등호안

꿈속에 벗을 찾아 호수 언덕에 오르니

風散清流作夜波  풍산청류작야파

바람에 맑은 물 흩어져 밤 물결이 일어나네

啼盡自規天欲曙  제진자규천욕서

두견새 울음 그치자 날은 새려 하는데

長堤立望數歸鴉  장제입망수귀아

긴 언덕에 서서 돌아가는 까마귀 세어본다.

 

山 中  산 중  산속에서

柴門終日獨徘徊  시문종일독배회

사립문에서 종일 훌로 배회하며

秋雨寒煙首屢回  추우한연수루회

가을 비 찬 안개에 자꾸 머리를 돌린다

只尺相思不相見  지척상사불상견

지척에서 그리워해도 서로 보지 못하니

暮雲孤鳥倦飛來  모운고조권비래

저문 구름 외로운 새 지쳐서 날아오네

 

送大梅歸鄉  송대매귀향

대매를 고향으로 보내고

蓬島經年掩草扉  봉도경년엄초비

봉도에서 해를 보내고 사립문 닫으니

戀親今夕乃言歸  연친금석내언귀

어버이 그리워 오늘저녁 돌아간다고 한다

遙知半道春應盡  요지반도춘응진

생각해보니 가는 도중에 봄이 응당 다하리니

江寺梅花已落時  강사매화이락시

강사의 매화는 이미 졌을 때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