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重九日 (重陽節) - 徐居正

-수헌- 2022. 9. 29. 15:34

九月初八日 구월초팔일      徐居正 서거정

9월 8일에

 

西鄰寂寞病居士 서린적막병거사

병든 거사 사는 서쪽 이웃은 적막하기만 하고

東里疎狂老諫官 동리소광로간관

늙은 간관 사는 동쪽 마을은 쾌활하기만 하네

兩地閑忙誰所使 량지한망수소사

누구를 시켜 두 곳을 적막하고 바쁘게 했는지

邇來三月不成懽 이래삼월불성환

요즈음 석 달 동안 마음이 기쁘지가 않구나

 

甕頭綠酒今應熟 옹두록주금응숙

항아리의 좋은 술은 응당 지금 익었을 테고

籬下黃花已半開 이하황화이반개

울타리 밑의 국화는 이미 반쯤 피었겠구나

爲報重陽明日是 위보중양명일시

중양일이 바로 내일임을 알리는 것이니

登高何處醉扶回 등고하처취부회

어느 높은 데 올라 취하여 부축해 돌아올까

 

杜牧携壺曾酩酊 두목휴호증명정

두목이 술병 들고 일찍부터 취하고

孟嘉落帽亦風流 맹가락모역풍류

맹가의 낙모도 또한 풍류였었지

百年正値升平日 백년정치승평일

백 년 만에 때맞춰 태평성대 만났으니

休負良辰取次遊 휴부량진취차유

좋은 시절 버리지 말고 놀아나 보세

 

九日登高 구일등고      徐居正 서거정

중구일에 높은 데 오르다.

 

佳興重陽粥面濃 가흥중양죽면농

중양절의 아름다운 흥취가 죽면처럼 두터워

登臨直上翠峯重 등림직상취봉중

겹겹의 푸른 봉우리를 곧장 올라 왔었는데

黃花滿帽風吹倒 황화만모풍취도

모자 가득한 국화는 바람이 불어 떨어뜨리고

綠酒盈樽飮已空 녹주영준음이공

항아리 가득 좋은 술은 벌써 다 마셔 비었네

 

酩酊樊川眞好事 명정번천진호사

번천에겐 잔뜩 취함이 정말 좋은 일이었고

悲懽藍澗想遺蹤 비환람간상유종

남간의 슬픔과 환대의 옛 자취가 생각나네

請君更把茱萸看 청군경파수유간

청컨대 그대 또한 수유를 손에 쥐고 보게나

人世難逢一笑同 인세난봉일소동

세상에서 함께 담소할 이 만나기 어렵다네

 

※樊川(번천) : 樊川은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호이다. 그의 시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에 ‘다만 잔뜩 취하여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일 없네.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悲懽藍澗想遺蹤(비환람간상유종) : 비환(悲懽)은 슬픔과 기쁨을 말하고, 남간(藍澗)은 남전(藍田)의 계곡물이란 뜻인데, 두보(杜甫)의 시 남전최씨장(藍田崔氏莊)에 ‘늙어가며 가을의 슬픔을 애써 자위하던 터에, 오늘 그대의 환대를 받아 흥겨웠네. 〔老去悲秋强自寬 興來今日盡君歡〕’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請君更把茱萸看(청군경파수유간) : 앞의 두보(杜甫)의 시 남전최씨장(藍田崔氏莊)에 ‘명년 이 모임 때까지 누가 건강할지 알려고, 취하여 수유를 손에 쥐고 자세히 보노라.〔明年此會知誰健 醉把茱萸仔細看〕”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人世難逢一笑同(인세난봉일소동) : 앞의 두목(杜牧)의 시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에 ‘속세에선 담소할 이 만나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국화를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라.〔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라고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

 

重九 會成均館 課諸生 二首 중구 회성균관 과제생 이수      徐居正 서거정

중구일에 성균관에 모여서 제생에게 시험을 보이다 2수

 

年年重九課場開 년년중구과장개

해마다 중구일이면 시험장을 열어서

聖代涵濡樂育才 성대함유악육재

태평성대에 인재 기르는 즐거움에 젖어드네

試罷諸生酬令節 시파제생수령절

제생들의 시험 끝나고 좋은 명절을 즐기니

黃花無數入杯來 황화무수입배래

노란 국화꽃이 수도 없이 술잔에 들어오네

 

館閣諸君盡老成 관각제군진로성

관각의 모든 분들은 모두 노성한 분들이라

斯文盛會樂升平 사문성회악승평

사문이 성대한 연회로 태평성대를 즐기네

從容觴詠衣冠盛 종용상영의관성

의관도 성대하게 여유롭게 마시며 읊으니

落帽龍山愧孟生 낙모룡산괴맹생

용산에서 모자 떨구었던 맹생만 부끄럽네

 

※館閣(관각) : 예전에, 홍문관과 예문관을 아울러 이르던 말.

※老成(노성) : 어른스럽다. 노숙(老熟)하다, 글이 세련되다.

※斯文(사문) : 이 글, 이 학문, 이 도(道)란 뜻으로, 유교의 학문이나 유학자들을 말한다.

※從容(종용) : (태도가) 조용하다,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침착하다, 넉넉하다.

※孟生(맹생) : 용산낙모(龍山落帽) 고사의 주인공인 진(晉) 나라 때의 맹가(孟嘉)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