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파산 김제윤의 월연대 십 이경과 함께 만파(晩坡) 손종태(孫鍾泰, 1802 ~ 1880)의 영남루가 (嶺南樓歌)와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의 춘, 하, 추, 동(春, 夏, 秋, 冬)이 같이 전시되어 있어 있었는데, 오늘은 만파(晩坡) 손종태(孫鍾泰)의 영남루가(嶺南樓歌)를 소개 한다. 모두 칠언절구 12 수로 되어 있다.
嶺南樓歌 영남루가
三才圖上最名樓 삼재도상최명루
삼재도에도 실려 있는 이름난 영남루
人物江山嶺下州 인물강산령하주
영남 고을은 인물이 난 강산 일세
襟帶東南籠萬象 금대동남롱만상
동남으로 띠를 둘러 만상을 가둬 두고
飛欄逈壓大川流 비란형압대천류
날듯 한 난간은 멀리 큰 내를 눌렀네
※三才圖(삼재도) ; 중국 명나라 때 왕기(王圻)가 엮은 책 이름. 여러 서적의 도보(圖譜)를 모으고, 그 그림에 의해 천지인의 삼재(三才)에 이르는 다양한 사물을 천문, 지리, 인물, 조수, 초목 등 열네 부문으로 분류하여 해설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총 106권이다.
歌姬低唱望江南 가희저창망강남
가희들 나지막이 망강남을 부르는데
龍壁參差對馬巖 용벽참차대마암
용두 절벽이 마암과 마주하여 견주네
雨雨風風多少客 우우풍풍다소객
비가 오나 바람 부나 다소의 나그네들
倚欄斜日遠情含 의란사일원정함
석양 난간에 기대 깊은 정을 품었네
※望江南(망강남)은 詞(사)의 일종으로 주로 규방의 원망을 노래했다. 수양제(隋煬帝)가 서원(西苑)을 만들어 연못을 파고 용봉가(龍鳳舸)를 띄우고 망강남곡(望江南曲)을 지었다고 하며 후세에 여러 시인들이 망강남곡을 썼다. 唐나라 문학가 温庭筠(온정균)이 지은 望江南·梳洗罢(망강남·소세파)를 소개하면,
望江南 망강남
梳洗罷 独倚望江樓 過盡千帆皆不是 斜暉脈脈水悠悠 腸斷白蘋洲
소세파 독의망강루 과진천범개불시 사휘맥맥수유유 장단백빈주
세수하고 머리 빗고, 홀로 강루에 기대 바라본다. 수많은 배 지나가도 모두 기다리던 사람 아니네. 석양은 길게 비추고 물은 유유히 흐르는데 부평초 핀 모래톱에 애간장 끊는구나.
嘲轟勝日管絃聲 조굉승일관현성
좋은 날 관현악 소리 지저귀듯 울리고
江左繁華獨擅名 강좌번화독천명
강 왼쪽 무성한 꽃 홀로 이름 떨치네
華嶽峯尖開氣勢 화악봉첨개기세
뾰족한 화악산 봉우리는 기세를 열고
凝川水滑漉精英 응천수활록정영
응천 물은 매끄럽게 정영을 걸러내네
使華行李宴樓中 사화행리연루중
누각에선 사신 행차 연회가 열리는데
洛花叢叢蘸水紅 낙화총총잠수홍
꽃잎 모두 떨어져 물에 잠겨 붉구나
徙倚枕流亭上望 사의침류정상망
자리 옮겨 침류정에 기대 위를 보니
月明人渡臥波虹 월명인도와파홍
달 밝은 물 위 홍예다리 사람들 건너네
春來無處不風流 춘래무처불풍류
봄이 오니 어딘들 풍류 아닌 곳 없고
畵舫來停竹樹頭 화방래정죽수두
그림 같은 배 대숲가에 와 멈춰 섰네
紅粉兩行歌白苧 홍분량행가백저
기녀들 두 줄로 서 백저가를 부르니
水心飛閣勝瀛洲 수심비각승영주
강 가운에 높은 누각 영주보다 낫다네
※白苧(백저): 가곡(歌曲)의 이름으로 백저(白紵)라고도 하며, 오(吳) 나라의 무곡(舞曲) 이름으로, 주로 무자(舞者)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며 또 좋은 시절에는 즐겨야 한다는 것을 주제로 한 다.
※瀛洲(영주); 옛날 신선이 살았다는 동해(東海) 속의 신산(神山).
凌波仙侶帶兒癡 능파선려대아치
능파선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서
南國新飜咽竹枝 남국신번열죽지
새로 지은 남국의 죽지사에 목이 메이네
野渡有船皆白鵠 야도유선개백곡
들 나루에 있는 배는 모두가 흰 고니요
春城無樹不黃鸝 춘성무수불황리
봄 성엔 나무마다 꾀꼬리 우는구나
※凌波仙(능파선) : 능파선은 수선화를 가리키는 말로써, 물속의 신선 또는 아름다운 여인을 뜻하는 말이다.
※竹枝詞(죽지사) ; 남쪽 파촉(巴蜀)에서 유행했던 민가(民歌)로써 읊조리지 않고 가창을 전제로 지어졌으며, 원래 지방의 풍속이나 여인의 정서를 읊은 가사이나 초회왕, 굴원, 항우 등의 슬픈 이야기가 전승되며 슬프고 애달픈 곡조로 되었다고 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지은 죽지사에도 ‘ 唱到竹枝聲咽處 (창도죽지성인처; 죽지가 노래 소리 들리니 목이 메이고)’란 구절이 있다.
梨花墻畔柳花飛 이화장반류화비
배꽃 핀 담장 가에 버들 꽃이 날리는데
笑指兒家水半扉 소지아가수반비
사립 반쯤 열린 물가 집 웃으며 가리키네
白玉唾壺紅錦罽 백옥타호홍금계
백옥 타구 붉은 비단 이부자리 펴놨으니
勸君今夕醉無歸 권군금석취무귀
그대 오늘 밤은 취하고 돌아가지 마소
何許翩翩白鼻騧 하허편편백비왜
언제라도 코 흰 누렁 말을 훌쩍 몰아서
柳橋東畔問儂家 유교동반문농가
버들다리 동쪽의 저희 집을 물으세요
儂家有酒新篘淥 농가유주신추록
저희 집엔 새 용수로 거른 술도 있고요
甁揷初開芍藥花 병삽초개작약화
막 핀 작약 꽃을 병에 꽂아 놨답니다
瀟湘六幅石榴裙 소상육폭석류군
소상강 그린 여섯 폭 석류 치마
第一仙娥艶楚雲 제일선아염초운
제일 고운 아가씨 초운이지요
輕輕解下纏頭錦 경경해하전두금
살며시 비단 댕기 풀어 내리고
香夢終宵惱使君 향몽종소뇌사군
밤새 꿈속에서 사또를 괴롭히네
江南霏微夕氣收 강남비미석기수
강남에 아스라이 저녁 기운 찾아드니
一聲漁笛蓼花秋 일성어적요화추
요화 핀 가을날 피리 소리 들리네
漂娥去後江澄練 표아거후강징련
빨래하던 낭자 간 뒤 강물 맑아지고
射耦歸時栗坼毬 사우귀시률탁구
활 쏘던 이 돌아갈 때 밤송이 벌어지네
雲鴟曳雨過江皐 운치예우과강고
솔개 구름 비를 끌고 강 언덕 지나가면
齊綻門前絳色挑 제탄문전강색도
문 앞의 붉은 복사 한꺼번에 피어나네
無藾舟中醉年少 무뢰주중취연소
하릴없이 배를 타고 술 취한 젊은이들
夜來持燭射琴高 야래지촉사금고
밤이 되자 촛불 켜고 거문고 높이 타네
瑤華晼晩採汀蘋 요화원만채정빈
해 저물 때 물가에서 마름을 캐고
明月樓頭望美人 명월루두망미인
달 밝은 누각에서 미인을 기다린다
喚起多情蘇小小 환기다정소소소
정이 많은 소소소를 불러내서는
羽觴留醉百花春 우상류취백화춘
우상을 돌려 백화춘 마시며 취한다네
※蘇小小(소소소) : 남북조시대의 제나라 전당(지금의 항주)에 살았던, 재색을 겸비한 유명한 명기이다.
※羽觴(우상) : 새의 깃 모양으로 된 술잔. 옛날 술 마시는 풍속에 유상곡수(流觴曲水)라는 것이 있는데, 물굽이를 만들어 놓고 둘러앉아 잔을 물에 띄워서 잔이 물결 따라 흘러가는 대로 차례로 마시는 것인데, 잔에 깃을 다는 것을 우상(羽觴)이라 하며 새처럼 빨리 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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