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嶺南樓次韻詩 2

-수헌- 2020. 9. 28. 21:03

연전에 영남루에 관한 차운시(次韻詩)를 20수가량 올린 적이 있는데 오늘 같은 운을 차운한 시 몇 수 더 올린다.

 

次嶺南樓舊韻 차영남루구운

이안눌(李安訥;1571~1637); 자 자민(子敏), 호 동악(東岳). 조선 중기 문신, 형조판서 홍문 관제학 역임

 

飛甍千尺出層 비맹천척출층

날렵한 기와는 하늘 위 천자 높이 솟았고

鈒浦東涯鳳岫 삽포동애봉수

사포의 동쪽 물가 무봉산 앞에 있네

隔岸人家竹林外 격안인가죽림외

대숲 밖 강 건너에 인가가 자리 잡고

傍沙漁艇荻叢 방사어정적총

모래사장 갈대숲 곁에 고깃배가 있네

川晴崔顥詩中樹 천청최호시중수

개인 내에는 황학루시의 나무가 비치고

山紫滕王閣上 산자등왕각상

등왕각의 노을에 산이 붉게 물 들었네

三日倚闌歸不得 삼일의란귀부득

난간에 기대 삼일 동안 돌아가지 못하는 건

使君重敞一金 사군중창일금

귀한 잔치 거듭 열어준 사또님 덕분이라오

崔顥詩(최호시): 당나라 때 최호가 지은 황학루(黃鶴樓)라는 시, 이 시에 晴川歷歷漢陽樹 (청천역력한양수; 맑은내에 한양의 나무가 비치고)라는 시구가 있다. 황학루(黃鶴樓)는 악양의 악양루(岳陽樓), 남창의 등왕각(藤王閣)과 더불어 중국의 3대 누각으로 이름이 높은데,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이 황학루를 찾았다가 崔顥의 詩 황학루(黃鶴樓)를 보고 시 짓기를 포기했다 한다.

 

次韻嶺南樓 차운영남루

남용익(南龍翼;1628~1692); 자 운경(雲卿), 호 호곡(壺谷), 문헌(文憲). 조선 후기 좌참찬, 예문 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南樓迢遞出南 남루초체출남

영남루 아스라이 남쪽 하늘에 솟았는데

王事登臨十載 왕사등림십재

나랏일로 십 년 전에도 올랐다오

歌吹每思淸夜後 가취매사청야후

맑은 밤엔 항상 노랫소리 생각나서

棨旌重到小橋 계정중도소교변

작은 다리 곁으로 부절 들고 다시 왔네

寒洲漾白波迎月 한주양백파영월

달빛 받은 찬 모래섬 흰 물결 일렁이고

秀嶽增靑竹逗 수악증청죽두연

대숲 덮은 안개로 빼어난 산 더 푸르네

安得此間留着我 안득차간유착아

어찌하면 나는 이 곳에 머물러서

拓窓長設四時 탁창장설사시연

창을 열고 사시사철 늘 잔치 열수 있을까

 

 

次韻嶺南樓 차운영남루

남공철(南公轍; 1760~1840); 자는 원평(元平), 호는 사영(思穎)·금릉(金陵). 조선 후기 우의정과 영의정을 역임

 

十里江高落木 십리강고낙목천

십리 강물 높고 낙엽 지는 날에

紗籠恭拂倚樓 사롱공불의루전

누각에 기대 공손히 사롱을 털어내네

(누각에서 공손히 선조님 시 읽어 보네)

名臺筆墨妙天下 명대필묵묘천하

명루라 필묵은 천하에 빼어난데

方伯節旄巡海 방백절모순해변

방백 부절 받고 해변으로 돌아왔네

寒堞雁嘶沙磧月 한첩안시사적월

성벽은 찬데 기러기는 달 비친 모래섬에서 울고

暮橋人渡竹林 모교인도죽림연

사람은 저물어 다리 건너 대숲 안갯속으로 가네

夜闌徒酒凌波閣 야란 도주 능파각

밤 깊도록 능파 각서 헛되이 술만 마시다가

更醉佳姬錦瑟 갱취가희 금슬 연

아름다운 잔치의 가희에게 다시금 취했노라

 

사롱(紗籠):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현판에 씌워놓은 사포(紗布)를 말한다. 귀인과 명사가 지어 벽에 걸어 놓은 시문을 청사(靑紗)로 덮어 장식해서 오래도록 보존하며 존경의 뜻을 표했던 ‘벽사 롱(碧紗籠)’의 고사가 있다. 따라서 사롱을 공손히 털었다는 건 공손히 읽었다는 뜻이다.

금릉(金陵) 남공철(南公轍)은 바로 위의 시를 쓴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이 고조부 이다. 그래서 공손히 선조님 시 읽어 본다는 표현이 있다.

<밀양 영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