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立春(입춘)과 梅花(매화)

-수헌- 2022. 2. 3. 15:37

입춘(立春)이 되면 봄을 알리는 꽃 중에서 매화(梅花)가 가장 먼저 핀다. 아직 추위가 물러가지 않았고, 일부 잔설이 남아 있는데도 매화는 어김없이 봄을 알리는 전령이 된다. 그래서 매화는 절개 인내 고결 밝은 마음 등을 상징하여 사군자(四君子; 梅 蘭 菊 竹)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노래와 그림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상촌(象村) 신흠(申欽) 선생은 그의 실제(失題)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失題 실제     申欽 신흠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바탕이 남아 있고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다시 새 가지가 돋아나네

 

梅花如雪 매화여설     徐居正 서거정

 

梅花如雪雪如梅 매화여설설여매

매화는 눈 같고 눈은 매화 같으니

白雪前頭梅正開 백설전두매정개

흰 눈이 내리면 매화도 바로 피리라

知是乾坤一淸氣 지시건곤일청기

천지간 오직 맑은 기운 알고 있으니

也須踏雪看梅來 야수답설간매래

모름지기 눈 밟으며 매화 보러 오시게

 

 

梅花 매화      李匡呂 이광려

 

滿戶影交脩竹枝 만호영교수죽지

지게문에 곧은 대 그림자 가득 비치고

夜分南閣月生時 야분남각월생시

한밤중 남쪽 문설주에 달이 떠오를 때

此身定與香全化 차신정여향전화

이 몸은 정녕 향기와 완전히 동화되어

嗅逼梅花寂不知 후핍매화적불지

매화 가까이 냄새 맡아도 알 수가 없네

 

*이광려(李匡呂, 1720~1783) : 조선 후기의 유학자이자 실학자. 자는 성재(聖載), 호는 월암(月巖) 칠탄(七灘). 저서로 이참봉집이 있다.

 

 

梅花訊 매화신     申緯 신위

매화 소식

 

一樹楂枒鐵幹梅 일수사야철간매

매화나무 고목 넝쿨 얽힌 한 가지에

犯寒年例東風回 범한년례동풍회

추위 떨치고 올해도 봄바람 돌아오니

舊開花想又開着 구개화상우개착

옛 피던 가지에 또 피리라 생각했지만

春雪紛紛開未開 춘설분분개미개

봄눈이 펄펄 날리니 필 듯 말 듯 하구나

 

鐵幹(철간) : 고목이 된 매화나무 따위의 줄기

 

이 시는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있는 ‘매화’라는 이름의 평양기생이 지은 시조를 자하(紫霞) 신위(申緯)가 한역했다. 원 시조는 이렇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 말동하여라

 

*신위(申緯,1769~1845) : 조선 후기 시, 서, 화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문신. 화가, 서예가. 자는 한수(漢叟), 호는 자하(紫霞) 경수당(警修堂).

 

 

畵梅 화매      李達 이달

그림 속의 매화

 

擁腫古槎在 옹종고사재

오랜 그루터기 옹이만 있어도

寒香知是梅 한향지시매

찬 향기가 매화인 걸 알겠네

前宵霜雪裏 전소상설리

어젯밤의 눈과 서리 속에서도

尙有一枝開 상유일지개

오히려 한 가지에 피어있구나

 

擁腫(옹종) : 울퉁불퉁하여 고르지 않다. 부풀어 올라 불퉁하다. 나무에 옹이가 많다.

 

*이달(李達,1539 ? ~ 1612 ?) : 조선 선조 때의 시인.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 동리(東里)이다.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 불렸으며 글씨에도 조예가 깊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許筠)의 스승으로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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