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新年頌詩 신년송시

-수헌- 2022. 1. 30. 15:26

正旦 정단     眞覺國師 진각국사

설날 아침

 

新年佛法爲君宣 신년 불법위군선

그대를 위하여 새해의 불법을 베푸니

大地風流氣浩然 대지 풍류기호연

대지의 풍류와 기상이 분명히 크구나

宿障舊映湯沃雪 숙장구앙탕옥설

오랜 장애와 옛 그림자 눈처럼 녹이고

神光遍照日昇天 신광편조일승천

해가 하늘에 솟아 신광을 두루 비치네

 

*진각국사(眞覺國師, 1178~1234) : 고려 후기 대선사(大禪師), 단속사(斷俗寺) 주지 등을 역임한 승려. 성은 최 씨(崔氏). 자는 영을(永乙), 자호는 무의자(無衣子). 법명은 혜심(慧諶)이며 호는 진각국사(眞覺國師)이다.

 

 

新年頌詩 신년송시     李廷馣 이정암

새해를 기리는 시

 

巖穴收遺逸 암혈수유일

바위굴에 숨은 은사 불러들이고

朝廷用老成 조정용노성

조정에선 원로들을 중용하면은

北窺胡馬絶 북규호마절

북쪽 엿보던 오랑캐 없어지고

東望海波平 동망해파평

동쪽 바다 파도도 평정되리라

 

唐將歸何速 당장귀하속

중국 장수 어쨌든 빨리 돌아가고

京倉粟已盈 경창속이영

서울 창고에는 곡식이 가득하고

田園春興足 전원춘흥족

전원에는 봄 흥취가 가득하면은

啜菽送餘生 철숙송여생

부모님 봉양하며 여생을 보내리

 

啜菽(철숙) : 직역하면 콩을 먹는다는 뜻이나, 가난한 집에서 효성스럽게 어버이를 봉양하는 일을 말함. 공자(孔子)의 제자 자로(子路)가 가난하여 어버이를 잘 봉양하지 못한다고 한탄하자, 공자가 콩죽을 쑤어먹고 맹물을 마시더라도 어버이를 기쁘게 해 드린다면 그것이 효도이다. [啜菽飮水 盡其歡 斯之謂孝]라고 하였다. 《禮記》

 

*이정암(李廷馣, 1541년~1600년) : 조선시대 병조참판, 전주부윤, 전라도 관찰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중훈(仲薰), 호는 사류재(四留齋) 퇴우당(退憂堂) 월당(月塘).

이 시는 임진왜란을 겪은 이정암이 새해에는 참신한 숨은 인재를 등용해 외침(外侵)을 막고, 중국 등 외세도 빨리 물러나고,  양식이 풍부하여 편안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소망을 나타냈다.

 

 

正朝雪 정조설     李穀 이곡

설날 아침에 내린 눈

 

雪從除夜到正朝 설종제야도정조

제야를 지난 눈이 설날 아침까지 남았는데

旋入春風不禁消 선입춘풍불금소

불어오는 봄바람에 어쩔 수 없이 녹는구나

扇影未分雙闕仗 선영미분쌍궐장

쌍궐의 단선은 그림자도 분명치 않은데

靴聲早集五門橋 화성조집오문교

가죽신 발자국 소리가 오문교에 모여드네

 

從敎賀列朝衣濕 종교하별조의식

정조 축하 반열에서 조관의 옷이 젖어도

好傍昭容舞袖飄 호방소용무수표

응대하는 소용의 소매가 춤추듯 나부끼네

便是新年多瑞氣 편시신년다서기

새해에는 좋은 일 많고 편안할 것 같으니

願隨椒酒進民謠 원수초주진민요

산초 술을 올리며 백성들 노래하길 바라네

 

쌍궐(雙闕) : 궁전 앞 양쪽에 높이 세운 누관(樓觀)으로, 중국 도성의 대궐을 뜻한다.

단선(團扇) : 둥근 부채. 햇빛을 가리는 의장기(儀仗器).

오문(五門) : 오문은 고대에 천자의 거소로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다섯 개의 문을 말하며, 보통 황궁(皇宮)을 의미한다.

소용(昭容) : 고대 궁중의 여관(女官)으로, 조선시대에는 내명부 중 정 3품 여관이다. 숙용(淑容; 종 3품 여관)과 함께 제사와 빈객(賓客)을 관리하는 일을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元日戱作 원일희작     李奎報 이규보

설날에 재미 삼아 짓다.

 

身上平生閱過年 신상평생열과년

이 몸 평생 동안 숱한 해를 보냈는데

不知堆積在何邊 부지퇴적재하변

어디다가 쌓아 놓았는지 알 수가 없네

假如貯作囊中算 가여저작낭중산

만약 주머니에 넣어 셀 수만 있다면

一一窮探反却天 일일궁탐반각천

하나하나 모두 찾아 하늘에 돌려주려네

 

*이규보(李奎報,1168~1241) : 고려 의종 때의 대 문장가이자 문신. 자는 춘경(春卿)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삼혹호 선생(三酷好先生).

 

 

元朝對鏡 원조대경      朴趾源   박지원

설날 아침에 거울을 마주 보며

 

忽然添得數莖鬚 홀연첨득수경수

갑자기 몇 가닥 수염이 돋아났으나

全不加長六尺軀 전불가장륙척구

몸이 육 척으로커진 것은  아니네

鏡裡容顔隨歲異 경리용안수세이

거울 속 얼굴은 세월 따라 달라져도

穉心猶自去年吾 치심유자거년오

어린 마음은 지난해 나 그대로 일세

 

*박지원(朴趾源,1737~1805) : 조선 후기 소설, 철학, 천문학, 병학, 농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한 북학의 대표적 학자. 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 북학(北學)의 대표적 학자이다. 이 시는 연암 박지원이 나이 스무 살 되던 때 설날 아침에 지었다 한다.

 

여수 돌산도 앞바다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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