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매화(梅花)와 퇴계 이황(退溪 李滉)

-수헌- 2022. 2. 5. 17:52

매화(梅花)를 노래한 수많은 조선의 선비들 중에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만큼 매화 사랑이 각별했던 이도 없을 것이다.

퇴계(退溪)선생은 매화 시 91수를 모아 매화시첩(梅花詩帖)이란 시집으로 묶었고, 문집에 확인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107수의 매화시를 남겼다. 또 매화를 그냥 매화로 부르지 않고 매형(梅兄) 매군(梅君), 또는 매선(梅仙)으로 부르며 매화와 대화하며 소통하기도 하였다.

 

漢城寓舍盆梅贈答 한성우사분매증답

서울 집에서 분매와 주고받다.

 

頓荷梅仙伴我凉 돈하매선반아량

매선이 외로운 나와 함께 해 주니

客窓蕭灑夢魂香 객창소쇄몽혼향

객창은 쓸쓸해도 꿈속은 향기롭네

東歸恨未攜君去 동귀한미휴군거

귀향길에 그대 함께 못 가 한스럽지만

京洛塵中好艶藏 경락진중호염장

서울 티끌 속에서 고운 자태 간직하오

 

盆梅答

분매가 답을 하다

 

聞說陶仙我輩凉 문설도선아배량

듣자 하니 도선도 우리처럼 외롭다니

待公歸去發天香 대공귀거발천향

님 오시길 기다리며 좋은 향기 피우리

願公相對相思處 원공상대상사처

원컨대 임과 마주하며 그리던 곳에서

玉雪淸眞共善藏 옥설청진공선장

옥설처럼 참된 맑음 함께 간직해 주오

 

東歸(동귀) :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길. 옛날 한 당(漢 唐) 시대에 장안(長安)이 수도였던 관계로 중원의 인사들이 고향을 갈 때 흔히 동쪽으로 간다고 하여 東歸(동귀)는 귀향(歸鄕)과 같은 의미의 시어(詩語)로 쓰이게 됨.

陶仙(도선) : 도산에 있는 신선, 즉 梅仙(매선)과 대비하여 퇴계(退溪) 자신을 일컬음.

 

 

季春至陶山 山梅贈答 계춘지도산 산매증답

늦봄에 도산에 이르러 매화와 주고받다

 

寵榮聲利豈君宜 총영성이기군의

영예와 명리가 어찌 그대와 어울리랴

白首趨塵隔歲思 백수추진격세사

풍진 세월 쫓다가 백발이 되었군요

此日幸蒙天許退 차일행몽천허퇴

지금 다행히도 낙향 윤허받았으니

況來當我發春時 황래당아발춘시

꽃피는 봄이 되면 제게로 오시려나

 

主答 주답

주인이 답하다

 

非緣和鼎得君宜 비연화정득군의

화정을 얻기 위해 그대 좋아함이 아니라

酷愛淸芬自詠思 혹애청분자영사

맑은 향이 너무 좋아 절로 생각하며 읊네

今我已能來赴約 금아이능래부약

나 이제 기약대로 이미 그대에게 왔으니

不應嫌我負明時 불응혐아부명시

꽃 필 때 지났더라도 나를 허물하지 마오

 

和鼎(화정) : 옛날에는 매실로 음식의 맛을 내었기 때문에 화정이라고 하였다.

 

 

玉堂憶梅 옥당억매

옥당에서 매화를 그리워하며

 

一樹庭梅雪滿枝 일수정매설만지

뜰 앞 매화나무 가지에 눈이 가득하니

風塵湖海夢差池 풍진호해몽차지

풍진 세상살이에 꿈결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 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앉아 봄밤의 달을 마주하니

鴻雁聲中有所思 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소리에도 그대 생각나는구나

 

差池(차지) : 모양이나 시세 따위가 들쭉날쭉하여 일정하지 않음. 가지런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모양.

 

 

憶陶山梅 억도산매 

도산서당의 매화를 생각하다.

 

湖上山堂幾樹梅 호상산당기수매

호수 위 도산서당 매화나무 몇 그루가

逢春延停主人來 봉춘연정주인래

봄을 맞아 주인 오길 기다리고 있네

去年已負黃花節 거년이부황화절

지난해 이미 국화 철을 저버렸는데

那忍佳期又負回 나인가기우부회

좋은 만남 다시 저버리면 어찌 견딜까

 

통도사 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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