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立春漢詩 (입춘한시)

-수헌- 2022. 2. 2. 12:55

立春(입춘)은 24절기의 처음으로 봄이 시작된다는 날이다. 입춘은 대체로 정월에 첫 번째로 드는 절기이기에 입춘을 새해 첫날로 여겨서,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는데, 주로 대문이나 기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인다. 입춘날(立春日) 입춘시(立春時)에 좋은 글귀로 입춘축(立春祝)을 써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며, 주로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壽如山 富如海(수여산 부여해)  등의 글귀를 많이 쓴다. 또 이날 봄날에 일찍 돋아나는 다섯 가지나물로 오신채(五辛菜)를 해 먹으며,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농사의 흉풍을 점쳐보며 한해농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立春書懷     李穀 이곡 

입춘에 회포를 적다

 

遊子思親無別意 유자사친무별의

유자는 별 뜻 없이 어버이 그리워하고

小人懷土是眞情 소인회토시진정

소인은 진정으로 땅을 생각하네

土牛已載靑春至 토우이재청춘지

토우는 이미 푸른 봄을 싣고 왔는데

姹女難禁白髮生 차녀난금백발생

차녀도 돋아나는 흰머리 막기 어렵네

 

未撥寒醅唇尙燥 미발한배순상조

술이 익지 않아 아직 입술이 말랐는데

忽看新菜眼還明 홀간신채안환명

새로 돋은 나물 보니 눈이 번쩍 뜨이네

宦途不倂田家樂 환도부병전가락

벼슬과 전원의 낙을 함께 할 수 없으니

愧殺當年學代耕 괴살당년학대경

당년에 대경을 배움이 부끄럽기만 하네

 

遊子(유자) :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

土牛(토우) : 흙으로 만든 소.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의하면 옛날 조정에서 입춘일(立春日)에 영춘식(迎春式)을 거행할 때 백성들에게 농사철의 시작을 알리고 권농하는 뜻으로 토우를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姹女(차녀) : 차녀(姹女)는 보통 미녀를 뜻하나 여기서는 도가(道家)에서 단약(丹藥)을 만들기 위해 연금한 수은(水銀)의 별칭이다. 단약은 신선이 만든 영약으로 먹으면 죽지 않고 오래 산다는 약을 말한다.

代耕(대경) :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생활하는 것, 즉 벼슬함을 의미함.

 

 

立春日小酌 입춘일소작     李崇仁 이숭인 

입춘 날에 술을 조금 마시다

 

飄飄千里客 표표천리객

천리를 떠도는 나그네에게

草草一年春 초초일년춘

또 다른 봄이 되니 서글퍼져서

白愛村醪濁 백애촌료탁

시골 탁주의 흰색이 좋아지고

靑看野菜新 청간야채신

새로 난 나물의 푸름이 보이네

 

感時仍自嘆 감시잉자탄

세월 느끼니 절로 탄식이 일고

更事漸如神 경사점여신

세상일은 점점 신비로워지네

田父襟懷好 전부금회호

농부가 품은 마음씨가 좋아서

相從擬卜隣 상종의복린

이웃처럼 서로 어울리고 싶네

 

草草(초초) : 걱정하는 모양. 불안한 모양. 바쁜 모양.

更事(경사) ; 평범한 일. 원래 있었던 일.

 

 

立春日作 입춘일작     張維 장유  

입춘일에 짓다

 

元日纔經一日來 원일재경일일내

설날 지난 뒤 겨우 하루 뒤에 찾아온

立春方是得春廻 입춘방시득춘회

입춘이 되니 바로 봄이 돌아오는구나

椒花乍破嚴凝逼 초화사파엄응핍

초화 잠깐 피었다 추위에 얼어붙어도

梅柳行看次第催 매류항간차제최

차례대로 피는 매화 버들이 보이겠네

 

湖海只堪容傲骨 호해지감용오골

세상에선 오골이 감히 용납된다지만

風塵誰復識仙才 풍진수복식선재

풍진 세상 선재를 누가 다시 알아볼까

休煩善禱題新帖 휴번선도제신첩

번거롭게 입춘첩 새로 지어 빌지 말라

南郭先生萬念灰 남곽선생만념회

남곽선생 온갖 생각은 재로 변했다네

 

椒花(초화) : 산초나무 꽃으로 신년(新年)을 축하할 때 자주 쓰인다. 꽃이나 열매로 술을 담가 정월 초하루에 자손이 장수를 축원하며 집안 어른에게 올렸다고 한다.

湖海(호해) : 호수와 바다처럼 넓은 세상. 사방 각지.

傲骨(오골) : 거만하여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는 기질. 또는 그런 사람.

仙才(선재) : 썩 뛰어난 재주. 또는 그 재주를 가진 사람.

南郭先生萬念灰(남곽선생만념회) : 남곽선생(南郭先生)은 실력이 없으면서도 한자리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제 선왕(齊宣王)이 竽(우; 대나무로 만든 피리의 일종)의 합주(合奏)를 좋아했는데 우(竽)를 불지 못하는 남곽 처사가 자기도 우(竽)를 불겠다고 하여 300명 합주단 속에서 연주 흉내만 내며 왕의 특대우를 받았다. 그 후 선왕(宣王)이 죽고 민왕(湣王)이 임금이 되어 독주(獨奏)를 듣고자 하니 남곽 처사는 도망갔다고 한다.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에 “南郭先生 …… 心固可使如死灰乎 [마음이 쇠약하여 불 꺼진 재와 같다]”라는 말이 있어, 여기서 인용한 것 같다.

 

*장유(張維,1587~1638) : 조선시대 좌부빈객,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 묵소(默所).

 

立春 입춘     奇大升 기대승  

冬至陽生積漸馴 동지양생적점순

동지부터 양이 생겨 점점 순조롭게 쌓이더니

臘窮渾覺自回春 랍궁혼각자회춘

섣달이 지나 봄이 돌아옴을 혼연히 느끼네

初從地底微通信 초종지저미통신

처음엔 땅 밑에서 어렴풋이 소식 보내더니

已向天中暗葆醇 이향천중암보순

이미 온 세상 새싹을 남몰래 도탑게 했네

 

簷日浹凌仍滴午 첨일협릉잉적오

처마 끝에 햇살 비쳐 낮에 물방울 맺히고

野烟迷雪乍凝晨 야연미설사응신

새벽 들판 안개는 잠깐 눈과 섞여 응기네

岸容山意寒都薄 안용산의한도박

언덕 모습 산의 정취 모두 추위가 엷어지니

物色人心喜欲勻 물색인심희욕균

물색과 인심에 즐거움이 두루 퍼지려 하네

 

細採薦盤纖手送 세채천반섬수송

소반에 고운 나물 올려 섬섬옥수로 보내고

香醪傾甕玉盃巡 향료경옹옥배순

향기로운 술동이 기울여 옥배로 돌리는구나

昏姻歲暮家家競 혼인세모가가경

한해 저물 무렵 집집마다 혼인을 서두르고

簫鼓年豐處處陳 소고년풍처처진

풍년 들어 피리와 북소리 곳곳에 퍼졌네

 

綺殿氤氲梅幾馥 기전인온매기복

고운 전각의 매화는 거의 향기 자욱하고

瑤階淸切柳纔顰 요계청절류재빈

옥섬돌 맑은 곳엔 버들이 겨우 찡그렸네

循環節序終爲始 순환절서종위시

계절은 차례대로 돌아 끝이 처음이 되고

受謝風光故得新 수사풍광고득신

풍광도 물러나니 묵은 것이 새것을 얻네

 

推測詎堪徵一氣 추측거감징일기

추측컨대 어찌 한 가지 기운만 거두겠는가

擴充眞足驗吾仁 확충진족험오인

진정 족함을 채워 나의 인을 시험하려네

欣逢交泰慙無補 흔봉교태참무보

교태를 만나 기뻐도 도움 안 돼 부끄러워

强演詞頭徹紫宸 강연사두철자신

힘들게라도 글을 지어 대궐에 올리려네

 

交泰(교태) : 역경(易經) 천지교태(天地交泰)에서 나온 말로 천지의 기운이 융합하고 만물이 융성하는 태평한 시대를 말함.

 

*기대승(奇大升, 1527~1572) : 조선 전기 성균관 대사성, 대사간,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조선 유학의 전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주자학자.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峯) 존재(存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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