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上元日 정월 대보름

-수헌- 2022. 2. 12. 23:39

정월 대보름날은 특히 상원일(上元日)이라고도 한다. 또 등절(燈節)이라고도 하고, 연중 가장 처음 맞는 보름날이라 원소절(元宵節)이라고도 한다. 이에 대비하여 7월 보름날(백중)은 중원(中元)이라 하고 추수가 끝나는 10월 보름날은 하원(下元)이라고 한다. 정월 보름날 민속으로는 달맞이로 소원을 빌고, 연에다‘액(厄)’이나‘송액(送厄)’‘송액영복(送厄迎福)’등을 써서 멀리 날려 보냈으며, 그 밖에도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다리 밟기 등 민속놀이가 있는데 조선 후기 담정(藫庭) 김려(金鑢)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시에 이러한 풍속이 잘 나타난다.

 

上元俚曲 상원리곡     金鑢 김려

대보름날의 속된 노래

 

元宵月色劇淸圓 원소월색극청원

정월 대보름 밤 달은 매우 맑고 둥근데

先見生男古老傳 선견생남고로전

먼저 보면 득남한다고 옛 노인들 전해주네

抵事南隣老處子 저사남린노처자

남쪽 이웃 노처녀는 이일에 힘쓰지 않고

背人無語淚泫然 배인무어루현연

돌아서서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구나

 

※노처녀는 득남할 일이 없어 달을 먼저 보려고 애쓰지도 않고, 시집 못 간 신세를 남몰래 한탄한다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였다.

 

*김려(金鑢,1766~1822) : 조선 후기 연산현감, 함양군수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사정(士精), 호는 담정(藫庭).

 

 

上元夜 與隣人踏橋翫月 有作 상원야 여린인답교완월 유작     尹愭 윤기

대보름 밤에 이웃과 다리밟기와 달구경 하며 짓다

 

上元佳節最 상원가절최

명절 중에도 대보름날이 으뜸이라

明月一天同 명월일천동

밝은 달이 온 하늘을 모두 비추네

燈想中朝俗 등상중조속

생각하니 등 달기는 중국 풍속이고

橋憐我國風 교련아국풍

다리밟기가 우리나라 풍속이라네

 

徘徊隨巷曲 배회수항곡

골목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歸詠共冠童 귀영공관동

어른과 애들 함께 노래하며 돌아오네

可喜老農語 가희로농어

늙은 농부 기뻐하며 하시는 말씀이

今年定普豐 금년정보풍

올해는 온 나라에 반드시 풍년 든다네

 

 

見上元月 喜而有作 견상원월 희이유작      尹愭 윤기

정월 대보름달을 보고 기뻐하며 짓다

 

圓滿深黃大有徵 원만심황대유징

둥글고 누런 달은 풍년들 큰 조짐이라는

昔人詩句至今稱 석인시구지금칭

옛 사람의 시구가 지금까지 일컬어지네

農占又驗元宵月 농점우험원소월

보름날 밤 달을 보고 또 농사 점쳐보니

飽喫殘年喜不勝 포끽잔년희불승

노년에 포식할 수 있어 기뻐 못 견디겠네

 

 

上元 상원     尹愭 윤기

정월 대보름

 

上元名節又晴天 상원명절우청천

대보름 명절에 하늘 또한 맑게 개니

村巷遊嬉摠可憐 촌항유희총가린

골목마다 즐거운 놀이가 벌어지네

賣暑相呼馳竹馬 매서상호치죽마

서로 불러 더위 팔며 죽마를 달리고

消災暗祝放絲鳶 소재암축방사연

액막이 기원하며 연을 날려 보내네

 

踏橋携酒今風是 답교휴주금풍시

다리 밟으며 술 마시기는 오늘날 풍속이요

結綵傳柑古俗然 결채전감고속연

결채하고 황감 건네기는 옛날 풍속이라네

堪喜老農爭指點 감희로농쟁지점

늙은 농부들 기뻐서 다투어 가리키는 곳의

春城月出驗豐年 춘성월출험풍년

봄 성 위에 뜨는 저 달은 풍년 들 조짐이네

 

結綵(결채) : 예전에, 임금의 행차 때나 중국의 칙사를 맞이할 때, 색실, 색종이, 헝겊 따위를 문이나 다리, 지붕 위 등에 내다 걸어 장식하는 일을 이르던 말

傳柑(전감) : 송(宋) 나라 소식(蘇軾)이 한림학사(翰林學士)로 있을 때 지은 시 上元侍飮樓上(상원시음누상)에 보면 猶有傳柑遺細君(유유전감유세군)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자주(自注)에 “누상(樓上)에서 황제를 모시고 술을 마실 때면 귀척(貴戚)들이 다투어 근신(近臣)에게 황감(黃柑)을 주곤 하였는데, 이를 일컬어 전감(傳柑)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윤기(尹愭,1741~1826) : 조선 후기의 문신, 학자로서, 자는 경부(敬夫), 호는 無名子(무명자)이다. 1773(영조 49)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20여 년간 학문을 연구하였으며 벼슬이 호조참의에까지 이르렀다. 저서로 <무명자집>20권 20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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