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夏日卽事 (하일즉사)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6. 7. 2. 10:53

夏日卽事   하일즉사     徐居正   서거정 

 

浮瓜沈李渾閑興 부과침리혼한흥

한가한 흥취로 오이 띄우고 오얏 담그고

燒筍烹葵亦賞心 소순팽규역상심

죽순 찌고 아욱 삶는 것도 즐거운 일이네

獨倚南窓日卓午 독의남창일탁오

해가 높은 한낮에 홀로 남쪽 창에 기대어

煮茶聲裏費淸吟 자다성리비청음

차 끓는 소리 가운데 청아하게 읊조리네

 

荷心紅映催詩雨 하심홍영최시우

붉은 연꽃에 시를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蕉尾靑翻解慍風 초미청번해온풍

해온풍이 불어 파초잎이 푸르게 나부끼네

燕語呢喃初睡覺 연어니남초수각

재잘대는 제비 소리에 막 잠에서 깨어나

詩成半醉半醒中 시성반취반성중

반쯤 취하고 반쯤 깬 가운데 시를 지었네

 

竹徑開棋邀客到 죽경개기요객도

대밭 오솔길에 손님 불러 바둑판 벌여놓고

蓮塘揮麈約僧談 연당휘주약승담

연못가에선 주미 흔드는 스님과 담소하네

蓴羹已滑香堪愛 순갱이활향감애

순챗국은 부드러운 데다 향이 사랑스럽고

麥飯新炊味政甘 맥반신취미정감

막 지어 놓은 보리밥은 정말 맛이 달구나

 

絲絲細雨熟黃梅 사사세우숙황매

부슬부슬 가랑비 내려 노란 매실을 익히고

安石榴花落又開 안석류화락우개

안석류 꽃은 떨어졌다 또 다시 피어나는데

坐對靑山捲疎箔 좌대청산권소박

성긴 발을 걷고 청산을 마주해 앉았으니

好風吹送竹聲來 호풍취송죽성래

좋은 바람이 불어와 대나무 소리 보내오네

 

※浮瓜沈李(부과침리) : 삼국 시대 위나라의 조비(曹丕)가 조가령(朝歌令) 오질(吳質)에게 준 편지에 ‘단 오이는 맑은 샘에 띄우고, 빨간 오얏은 찬물에 담근다. 〔浮甘瓜於淸泉 沈朱李於寒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피서(避暑)의 즐거움을 의미한다.

※燒筍烹葵(소순팽규) : 백거이(白居易)의 시 하일작(夏日作)에 ‘아욱 삶고 보드라운 죽순 찌면, 아침 밥상을 차릴 만하네. 〔烹葵炮嫩筍 可以備朝餐〕’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解慍風(해온풍) : 백성의 원망을 풀어 준다는 뜻으로, 훈훈한 남풍(南風)을 의미한다. 순(舜) 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타면서 남풍이란 시를 지어 노래하며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염을 풀어 줄 만하도다. 남풍이 제 때에 불어옴이여, 우리 백성의 재물을 풍부하게 하리로다. 〔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 주미(麈尾) : 큰 사슴의 꼬리를 매달아 만든 총채 모양의 도구. 스님이나 청담가(淸談家)들이 즐겨 사용하였다. 전하여 청담을 나누거나 불법을 담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安石榴(안석류) : 석류(石榴)를 말한다. 한나라 때 장건(張騫)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안식국(安息國)에서 석류 종자를 가지고 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