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莊 전장 李穡 이색
시골의 집
謾負平生志不凡 만부평생지불범
평생을 부질없이 뜻만 비범하게 지녔으나
祗今塵土汚朝衫 지금진토오조삼
지금은 진토에 조복만 더럽히고 있었으니
古方未試丹砂術 고방미시단사술
옛 비방인 단사술은 시험도 하지 못하고
長柄新携白木鑱 장병신휴백목참
길고 흰 나무 자루의 보습을 처음 들었네
草色帶煙靑漠漠 초색대연청막막
풀빛은 안개처럼 아득히 푸른빛을 띠었고
稻苗針水綠纖纖 도묘침수록섬섬
벼 모는 푸르고 가늘게 물 밖으로 나왔네
此間自足幽居興 차간자족유거흥
이 사이에 은거하는 흥에 절로 만족하니
快似長風直掛帆 쾌사장풍직괘범
유쾌하기가 긴 바람에 돛을 단 듯하구나
農夫方有事 농부방유사
농부들은 바야흐로 농사일을 하며
更喜絶塵紛 경희절진분
속진까지 끊어내니 더욱 기쁘구나
畦塍靑將合 휴승청장합
밭두둑이 장차 푸르게 어우러지면
陂塘綠見分 피당록견분
방죽 물도 뚜렷이 푸르게 보이겠네
近山頻得雨 근산빈득우
가까운 산에는 비가 자주 묻어오니
多稼自如雲 다가자여운
곡식이 구름처럼 많이 쌓이겠구나
卜築將歸老 복축장귀로
장차 집을 짓고 돌아와서 늙으라고
相招意甚勤 상초의심근
모두들 간절하게 나를 부르는구나
※丹砂術(단사술) : 옛날 도사(道士)들이 단사를 원료로 하여 불로장생의 단약(丹藥)을 만들었다는데, 그 기술을 의미한다.
※長柄新携白木鑱(장병신휴백목참) :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자 함을 표현한 듯하다. 두보(杜甫)의 시에 ‘보습아 보습아 손잡이 흰 보습아 내 삶이 너에게 기대 살아가는구나. [長鑱長鑱白木柄 我生托子以爲命]’라는 구절이 있다.
※針水(침수) : 벼가 처음 나올 때 농부들은 벼의 침이 나왔다고 한다. 동파(東坡)의 시에도 ‘벼에 침이 나왔다는 유쾌한 말이 들리겠지. [針水聞好語]’라는 표현이 나온다.
※幽居(유거) : 속세를 떠나 깊숙하고 고요한 곳에 묻혀 외따로 삶. 은거(隱居)하다.
※卜築(복축) : 살 만한 땅을 가려서 집을 지음. 이백(李白)의 시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에 ‘두릉의 어진 사람 맑고 욕심 없어 동계에 초막 짓고 오랫동안 살아왔네. [杜陵賢人淸且廉 東溪卜築歲將淹]’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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