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沙公示咏雪五首 次韻却寄 월사공시영설오수 차운각기 李恒福 이항복
월사공이 영설 시 다섯 수를 보여 주므로 여기에 차운하여 부치다.
河上飢烏噪晩沙 하상기오조만사
강가 주린 까마귀는 저녁 백사장에서 울고
黃雲和雪凍漁簑 황운화설동어사
황운이 눈으로 변해 어부 도롱이에 얼었네
陰山野獵迷千騎 음산야렵미천기
음산의 사냥터엔 수많은 기병이 길을 잃고
渤海糧帆滯一涯 발해양범체일애
발해의 양곡 배는 한쪽 물가에 막혀 서있네
萬里客驚關外夢 만리객경관외몽
멀리 관외에서 온 나그네가 놀라 꿈을 깨니
九分頭白鬢邊華 구분두백빈변화
머리털은 열에 아홉이 하얗게 빛나는구나
東湖久負叉魚會 동호구부차어회
오랫동안 동호의 차어 모임을 저버렸으니
那得敲氷手刺槎 나득고빙수자사
어찌하면 뗏목에서 얼음 깨고 고기 잡을까
<時天朝自金福海盖等四衛 由海道運糧 至龍川 天寒氷凘 海舟中滯 湖堂故事 湖氷初合 堂官約會鑿氷捕魚 名曰叉魚會 故頷聯及末句 俱及之
시천조자금복해개등사위 유해도운량 지용천 천한빙시 해주중체 호당고사 호빙초합 당관약회착빙포어 명왈차어회 고함연급말구 구급지
이때 천조에서 금주, 복주, 해주, 개주 등 사위로부터 바닷길을 경유하여 양곡을 운반하던 도중, 용천에 이르자 날씨가 추워 얼음이 얼었으므로 바다 배가 중간에 막혀 있었다. 그런데 호당의 고사에 호수에 얼음이 처음 얼면 당관들이 모임을 약속하여 얼음을 깨고 고기를 잡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차어회라고 이름하였다. 그래서 함련과 말구에서 모두 언급하였다.>
群帝譁譁弄秘機 군제화화롱비기
천제들이 떠들썩하게 신비한 기교를 부려서
更敎明月鬪淸奇 갱교명월투청기
다시 밝은 달로서 맑고 기이함 겨루게 했네
眞遊剡曲誰廻棹 진유섬곡수회도
놀기에 좋은 섬곡에서 누가 배를 돌렸던가
神武淮西想得時 신무회서상득시
뛰어난 무용으로 회서에서 때를 얻었으리라
宿鵲附簷能警夜 숙작부첨능경야
까치는 밤이 무서워서 처마에 앉아 잠들고
凍鴟蹲樹或呼飢 동치준수혹호기
솔개는 추워서 나무에 웅크리고 배고파 우네
客中情景俱殊絶 객중정경구수절
객지에 매우 뛰어난 정경을 모두 갖추었으니
未可無君五首詩 미가무군오수시
어찌 그대에게 시 다섯 수가 없을 수 있으랴
<聞南路捷音 문남로첩음
남쪽 지방에서 전투에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剛腸憂世劇如焚 강장우세극여분
굳센 마음이 세상 근심으로 타는 듯이 괴로워
夜起狂號徹厚坤 야기광호철후곤
밤에 일어나 대지 울리며 미친 듯 부르짖으니
故遣氷花除熱惱 고견빙화제열뇌
짐짓 얼음꽃을 보내 뜨거운 번뇌를 식혀 주고
且將瓊蘂洗詩魂 차장경예세시혼
또한 고운 꽃술 가져다가 시혼을 다듬어 주네
蝗應入地先呈瑞 황응입지선정서
황충은 응당 땅에 들어가 먼저 상서를 보이고
絮欲漫天忽滿園 서욕만천홀만원
버들 솜처럼 하늘에 날려 문득 동산을 채우네
却憶舊山深竹裏 각억구산심죽리
돌이켜 생각하니 고향의 깊은 대나무숲 속에서
木爐煨栗晝關門 목로외율주관문
대낮에 문 닫고 화로에 밤 구워 먹던 생각나네
西隴才名振八區 서롱재명진팔구
서롱의 높은 재주 그 명성이 천하에 떨쳤듯이
一時詞賦擅三都 일시사부천삼도
한 시대의 사부가 삼도부처럼 문단을 압도하네
閑酬對景尋詩債 한수대경심시채
풍경 대하며 시구 찾아 한가히 빚을 갚겠지만
誰畫憑欄咏雪圖 수화빙난영설도
난간에 기대 눈을 읊는 그림은 누가 그려 줄까
古戍獵歸寒栗冽 고수엽귀한렬렬
옛 수루에서 사냥 갔다 돌아와 맹추위에 떨고
長河氷白路崎嶇 장하빙백로기구
긴 강물은 하얗게 얼어붙어서 길이 험난하구나
雲牋調我袁安臥 운전조아원안와
그대 시에서 원안처럼 누웠다고 날 조롱했으니
試問山陰興有無 시문산음흥유무
그대에게 산음의 흥취가 있는지 묻고자 하네
羔兒誰薦鬱金缾 고아수천울금병
고아주와 울금주를 그 누가 바쳐 줄는지
老眼無眠倚曲屛 노안무면의곡병
늙은이 눈에 잠이 없어 병풍에 기대 있으니
愁向旅窓閑裏苦 수향여창한리고
나그네는 한가로움 속에 시름으로 괴롭고
雪從枯木夜深聽 설종고목야심청
깊은 밤 고목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네
淸詩帶爽來投暗 청시대상래투암
청아한 시가 상쾌함 띠고 뜻밖에 찾아오니
仙韻生氷可喚醒 선운생빙가환성
신선의 운치가 얼음이 일듯 정신을 깨우네
從此薊門千里路 종차계문천리로
여기서부터 계문까지는 천 리나 먼 길이니
百篇隨處賁郵亭 백편수처분우정
백 편의 시로 간 데마다 우정을 꾸미리라
※月沙公(월사공) : 조선 중기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이정구(李廷龜, 1564~1635). 자는 성징(聖澂) 호는 월사(月沙). 신흠(申欽) 장유(張維) 이식(李植)과 함께 조선 중기의 사대 문장가라 일컫는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陰山野獵迷千騎(음산야엽미천기) : 음산(陰山)은 흉노(匈奴)족의 땅에 있는 산으로, 사철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한다. 눈이 많이 쌓여 산과 바다에 길이 끊어졌다는 의미이다.
※叉魚(차어) : 얼음을 깨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것을 말한다.
※天朝(천조) : 제후의 나라에서 천자의 조정을 이르는 말. 즉 중국을 말한다.
※四衛(사위) : 왕성(王城)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제후국(諸侯國)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금주, 복주, 해주, 개주 등 네 곳을 의미한다.
※眞遊剡曲誰廻棹(진유섬곡수회도) : 진(晉) 나라 때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눈이 내리는 밤 흥에 겨워 배를 저어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를 찾아갔다가 그의 문전에서 되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묻자 ‘흥이 일어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乘興而行 興盡而返]’고 한 고사를 인용하였다.
※神武淮西想得時(신무회서상득시) : 당(唐) 나라의 재상 배도(裴度)가 채주(蔡州)의 적도(賊徒)들을 토벌할 때 장수 이소(李愬)가 큰 눈이 내리던 날 한밤에 채주를 기습하여 성문을 깨뜨리고, 괴수 오원제(吳元濟)와 그 부하들을 사로잡은 고사를 말한다. 여기서는 눈이 왔기 때문에 회서(淮西)에서 당나라 군사가 승기(勝機)의 때를 얻었다는 뜻이다.
※南路(남로) : 경기도(京畿道) 이남(以南)의 충청도(忠淸道)와 전라도(全羅道), 경상도(慶尙道), 제주도(濟州島)를 통틀어 이르는 말.
※剛腸(강장) : 강직한 의지. 굳센 마음.
※蝗蟲(황충) : 황충(蝗蟲)은 볏 잎을 갉아먹는 메뚜기를 말한다. 겨울에 땅속에 들어갔다가 벼 이삭 팰 무렵에 나오는데 눈이 많이 오면 너무 깊이 땅속에 들어가 나오지 못해 농사에 이롭다고 한다.
※舊山(구산) : 오래된 무덤 자리, 조상(祖上)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전하여 고향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西隴才名振八區(서롱재명진팔구) : 서롱(西隴)은 당(唐) 나라의 시인 이백(李白)의 고향인 농서(隴西)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이백(李白)을 의미한다. 팔구(八區)는 팔방의 구역이란 뜻으로, 온 천하를 이르는 말이다.
※三都(삼도) : 삼도는 삼도부(三都賦)를 말하는데,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음을 뜻한다. 서진(西晋)의 시인 좌사(左思)가 구상한 지 십 년 만에 삼도부(三都賦)를 완성하니 당시 사람들이 이 작품을 베껴 적느라 낙양의 종잇값이 올랐다고 한다.
※雲牋(운전) : 구름 모양과 꽃무늬가 있는 종이로, 여기서는 월사(月沙)가 백사(白沙)에게 적어 보낸 시를 말한다.
※袁安臥(원안와) : 후한(後漢) 때 낙양(洛陽)에 폭설(暴雪)이 내려 집집마다 사람들이 눈을 치우러 나오고 먹을 것이 없어 구걸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때 낙양 영(洛陽令)이 성안을 시찰하다가 원안(袁安)의 집에 이르러 차가운 방 안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그를 보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큰 눈이 내려 사람들이 모두 굶어 죽는 판인데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옳지 않다. [大雪人皆餓 不宜干人]’ 하였던 고사를 말한다.
※山陰興(산음흥) : 진(晉) 나라 때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눈이 내리는 밤 산음(山陰)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가, 흥에 겨워 배를 저어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를 찾아갔다가 그의 문전에서 되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묻자 ‘흥이 일어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乘興而行 興盡而返]’고 한 고사를 말한다.
※羔兒(고아) : 고아(羔兒)는 고아주(羔兒酒)를 말한다. 고아주(羔兒酒)는 송나라 때 새끼 양을 잡아 고아서 만든 물로 빚은 술로 흔히 양고주(羊羔酒)라 부른다. 사람을 살찌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처방으로 쓰였다. 송나라의 학자 송기(宋祈)가 눈 오는 밤에 기생에게 종이를 들게 하고 당서(唐書)의 초고(草稿)를 쓰면서, 전날 당 태위(唐太衛)의 집에 있었던 기생에게 ‘네가 당 태위 집에 있을 때도 이런 풍치가 있었느냐’ 하니 기생이 '당 태위는 무인이므로 이런 운치는 모르고 눈 오는 날 소금장(銷金帳) 아래서 고아주(羔兒酒)를 마시며 노래를 즐기는 취미는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한 고사가 있다.
※鬱金缾(울금병) : 울금병은 울금주(鬱金酒)를 담은 병으로, 역시 좋은 술을 담은 병을 뜻한다.
※薊門(계문) : 고대의 지명으로 일명 계구(薊丘)라고도 하는, 북경성(北京城) 덕승문(德勝門) 밖 서북쪽에 있다. 북쪽 변경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郵亭(우정) : 역촌(驛村)의 객사를 말한다.
*이항복(李恒福, 1556~1618) : 조선 중기 병조 판서, 좌의정, 영의정을 지낸 문신. 자는 자상(子常), 호는 동강(東岡) 백사(白沙) 필운(弼雲). 오성부원군(鰲城府院君)에 진봉되어 오성대감으로 더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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