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宿香村 (숙향촌) - 金克己 (김극기)

-수헌- 2025. 11. 29. 17:24

宿香村   숙향촌     金克己   김극기  

향촌에서 자며

 

雲行四五里 운행사오리

구름을 따라 사 오리를 가다가

漸下蒼山根 점하창산근

차츰 푸른 산 뿌리로 내려가니

烏鳶忽驚起 오연홀경기

까마귀 솔개가 문득 놀라 날고

始見桑柘村 시현상자촌

비로소 뽕나무 마을이 나타나네

村婦理蓬鬢 촌부리봉빈

시골 아낙 더벅머리를 손질하며

出開林下門 출개임하문

수풀 아래 사립문 열어 주는데

靑苔滿古巷 청태만고항

푸른 이끼 묵은 길에 가득하고

綠稻侵頹垣 녹도침퇴원

푸른 벼가 무너진 담을 침범하네

茅簷坐未久 모첨좌미구

초가 처마에 앉은 지 오래지 않아

落日低瓊盆 낙일저경분

쟁반 같은 해가 낮게 떨어지니

伐薪忽照夜 벌신홀조야

땔나무를 베어서 어둠을 밝히고

魚蠏腥盤飡 어해성반손

생선과 게가 저녁상에 올라오네

耕夫各入室 경부각입실

농부들 각기 방 안에 들어오니

四壁農談諠 사벽농담훤

사방이 농사 얘기로 시끄럽구나

▣磎作魚貫 ▣계작어관

시내의 물고기 꿰듯 좁은 곳에서

咿喔紛鳥言 이악분조언

닭 울음 새 소리처럼 시끄럽구나

我時耿不寐 아시경불매

그때 나는 시름으로 잠 못 이루고

欹枕臨西軒 의침임서헌

서쪽 난간에 베개 베고 누웠으니

露冷螢火濕 노랭형화습

이슬은 차갑게 반딧불을 적시고

寒蛩噪空園 한공조공원

빈 뜰에 귀뚜라미 소리 시끄럽네

悲吟臥待曙 비음와대서

새벽을 기다리며 누워 슬피 앓는데

碧海含朝暾 벽해함조돈

푸른 바다는 아침 햇살을 머금었네

 

※▣磎作魚貫(▣계작어관) : ▣磎는 동문선(東文選) 卷之 四에 (石+孛)磎로 되어 있으나, (石+孛)은 자전(字典)을 모두 찾아보아도 그 음(音)과 뜻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발(勃)을 잘못 각자(刻字) 한 것으로 생각되어 발계(勃磎)로 번역하였다. 발계(勃磎)는 서로 다투는 것을 말한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의하면 ‘방 안에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미가 서로 다투게 되듯이, 마음속에 자유 자적함이 없으면 육착이 서로 다투게 된다. 〔室無空虛 則婦姑勃谿 心無天遊 則六鑿相攘〕’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다툼[勃磎] 보다는 다툼의 원인이 되는 비좁은 방을 비유한 듯하다. 육착(六鑿)은 인간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여섯 가지 감정으로,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