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擬戍婦擣衣詞 (의수부도의사) - 偰遜 (설손)

-수헌- 2025. 11. 11. 11:10

擬戍婦擣衣詞   의수부도의사     偰遜   설손 

수자리 사는 사람 아내의 도의사를 모방하여

 

皎皎天上月 교교천상월

하늘에 떠 있는 밝고 밝은 저 달이

照此秋夜長 조차추야장

이 가을 기나긴 밤을 비춰주는구나

悲風西北來 비풍서북래

서북쪽에서 바람 불어와 슬퍼지는데

蟋蟀鳴我床 실솔명아상

내 집 평상 틈에서 귀뚜라미가 우네

君子遠行役 군자원행역

임은 나라 지키느라 먼 곳으로 가고

賤妾守空房 천첩수공방

아내는 쓸쓸하게 빈 방을 지키는데

空房不足恨 공방불족한

빈방을 지키는 것이 한은 아니지만

感子寒無裳 감자한무상

옷이 없어 임이 추울까봐 걱정이네

 

皎皎天上月 교교천상월

하늘에 떠 있는 밝고 밝은 저 달아

休照玉門關 휴조옥문관

부디 옥문관에는 비치지 말아 다오

金戈相磨戛 금과상마알

칼과 창이 서로 문질러 부딪치는데

中夜絺綌寒 중야치격한

한밤에 거친 베옷이 얼마나 추울까

良人昔告別 양인석고별

예전에 어진 임이 작별을 고할 때

豈謂歸路難 기위귀로난

돌아오기 어려울 줄 어찌 알았으리

徘徊一西望 배회일서망

배회하며 서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令我嶊心䏏 영아최심우

이내 간장이 꺾이고 터질 듯하구나

 

天上月皎皎 천상월교교

하늘에 떠 있는 밝고 밝은 달빛이

中宵入羅帷 중소입나유

한밤중에 비단 휘장으로 들어오네

白露裛淸碪 백로읍청침

맑은 다듬잇돌에 흰 이슬이 젖는데

音響有餘悲 음향유여비

방망이 소리에 슬픔이 넘치는구나

敢辭今夕勞 감사금석로

감히 오늘 밤의 고달픔을 마다하면

游子何時歸 유자하시귀

떠도는 임은 어느 때에나 돌아올까

沈憂不能寐 침우불능매

근심에 잠겨서 잠을 이루지 못하니

焉得凌雲飛 언득능운비

어찌하면 구름을 타고 날아갈까

 

擣擣閨中練 도도규중련

규방에서 익숙하게 다듬고 누이어

裁縫如霜雪 재봉여상설

눈서리처럼 희게 옷을 만들어서

緘題寄邊庭 함제기변정

싸고 또 싸서 변방으로 부치는데

中有淚成血 중유누성혈

그 속에 흘린 눈물은 피가 되었네

婦人得所歸 부인득소귀

여자는 한 번 시집을 가게 되면

終始惟一節 종시유일절

언제나 오로지 절개만 생각하는데

云胡妾薄命 운호첩박명

첩은 어찌 이리 팔자가 사나워서

與君長相別 여군장상별

임과 오랫동안 서로 헤어져 있나

 

嗈嗈雲閒雁 옹옹운한안

구름 속의 기러기 한가히 우는데

飛鳴亦何哀 비명역하애

날며 우는 소리 어찌 그리 슬픈가

豈無一書札 기무일서찰

어찌 이리 편지 한 장도 없으니

欲寄復徘徊 욕기부배회

옷 부치려다 다시 주저하게 되네

願言各努力 원언각노력

서로 노력한다고 말하길 바라나

賤妾不足懷 천첩부족회

천첩 생각은 부족한 것 같구나

君亮執精忠 군량집정충

그대 진정 충성을 다하려 하면

妾當死中閨 첩당사중규

첩은 마땅히 규방에서 죽으리라

 

※行役(행역) : 병역(兵役), 노역(勞役), 공무(公務)로 인(因)하여 외부(外部)로 나가는 일.

※玉門關(옥문관) : 만리장성에서 서역으로 나가는 길목의 관문으로, 사신이나 군사들이 이곳을 한 번 나가면 살아서 돌아오기 힘든 곳으로 여겼다.

 

*설손(偰遜, ? ~ 1360) : 고려 말기의 시인. 원나라 고창에서 살던 위구르인으로 고려에 귀화해 왔으며, 시에 능하여 고려의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초명은 백요손(百遼遜). 고조부 위래 티무르[嶽璘帖穆爾]가 원나라에 귀화한 뒤 대대로 벼슬을 하며 설련하(偰輦河)에 살았으므로 설(偰)을 성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