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次李白悲淸秋賦 (차이백비청추부) - 趙觀彬 (조관빈)

-수헌- 2025. 11. 7. 11:17

次李白悲淸秋賦   차이백비청추부     趙觀彬   조관빈 

  

倚余樓兮江之汜 의여누혜강지사

나 강 물가의 누각에 기대어 서서

俯彼水之湲湲 부피수지원원

고개 숙여 흘러가는 저 강물을 보니

霜威凜於大陸 상위늠어대륙

대지에 내린 서리의 위엄이 늠름하고

秋色澄於長天 추색징어장천

넓은 하늘에 가을빛이 맑고 깨끗하네

徘徊懭悢有所思兮 배회광량유소사혜

뜻을 얻지 못한 시름에 배회하며 생각하니

隔君門兮三千 격군문혜삼천

군문은 여기서 삼천리나 떨어졌구나.

于時遙山木落近郊煙沒 우시요산목락근교연몰

그때 먼 산에 나뭇잎 떨어지고 들판에 안개 사라져

朔氣送鴈河影伴月 삭기송안하영반월

추위는 기러기 편에 보내고 물에 달빛 비치는데

孤臣憯兮歌楚 고신참혜가초

외로운 신하는 초나라 노래 슬피 부르고

遠客悽兮吟越 원객처혜음월

멀리 온 나그네 월나라 시를 슬피 읊네

謇余悲衆芳之易歇 건여비중방지이헐

아 나는 온갖 꽃들이 쉬이 시드는 게 슬퍼서

採蘭芷兮懷空悠 채란지혜회공유

난초와 지초를 캐며 부질없는 걱정을 하네

望美人而不見 망미인이불견

미인을 기다려도 만날 수가 없으니

悵延佇兮寒洲 창연저혜한주

추운 땅에서 오랫동안 기다림이 슬프고

景晼晩而遄戢 경원만이천집

저물녘 햇볕마저 빨리 기울어지니

心鬱悒兮隱憂 심울읍혜은우

남모르는 근심에 마음이 울적하구나

瞻四方兮不可託 첨사방혜불가탁

사방을 둘러봐도 의탁할 곳이 없으니

些吾將訪羽人於丹丘 사오장방우인어단구

나 장차 단구에 사는 선인을 찾아가리라

 

※君門(군문) : 임금이 드나드는 문. 즉 임금이 있는 곳.

※朔氣(삭기) : 병적으로 몸에 생기는 차가운 기운.

※孤臣(고신) : 임금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신하

※美人(미인) : 미인(美人)은 중국 문학에서 ‘마음속으로 흠모하거나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시어로 쓰인다. 당(唐) 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도 초추야좌증오무릉(初秋夜坐贈吳武陵)이라는 시에서 미인격상포(美人隔湘浦)라는 표현으로 절친인 오무릉(吳武陵)을 미인(美人)으로 표현하였다. 여기서는 흠모하는 임금을 뜻하는 말로 쓰인 듯하다.

※延佇(연저) :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다.

※羽人(우인) : 전설에 나오는, 날개가 달린 신선. 도사(道士).

※丹丘(단구) : 신선이 사는 곳.

 

*조관빈(趙觀彬, 1691~1757) : 조선 후기 형조판서, 강화유수,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국보(國甫), 호는 회헌(悔軒).

 

조관빈(趙觀彬)은 1723년 신임사화 때 아버지에 연좌되어 흥양현(興陽縣)에 유배되었다가, 1725년 노론이 집권하자 풀려나왔다. 1727년 정미환국으로 다시 파직되었으며, 1731년 대사헌에 있으면서 당론을 일삼고 사감으로 대신을 논척했다는 죄로 대정현(大靜縣) 해도(海島)에 유배되었다. 1753년 대제학으로 죽책문(竹冊文; 세자 세자빈의 책봉문)의 제진(製進; 시문을 임금의 명에 따라 지어 올림)을 거부하여 성주목사로 좌천되었다. 이어 삼수부(三水府)에 유배되었다가 곧 단천(端川)으로 이배 되는 등 여러 번 유배와 복직, 파직을 거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