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20

十日菊 (십일국) - 李穀 (이곡)

十日菊 십일국 李穀 이곡 구월 십일의 국화 中秋十六夜 중추십륙야 중추절도 열엿새 날 밤이 月色更輝輝 월색경휘휘 달빛이 더욱 빛나듯이 重陽十日菊 중양십일국 중양절 뒤 십일의 국화가 餘香故依依 여향고의의 향기가 여전히 은은하구나 世俗尙雷同 세속상뢰동 세속은 오히려 천둥과 같아 時過非所希 시과비소희 때가 지나면 관심도 없지만 獨憐此粲者 독련차찬자 홀로 사랑하는 깨끗한 이 꽃이 晩節莫我違 만절막아위 만년의 절개가 내 맘에 드네 臨風欲三嗅 임풍욕삼후 바람결의 향을 자주 맡고 싶지만 又恐旁人非 우공방인비 주위 사람의 시비가 두려워서 不如泛美酒 불여범미주 좋은 술잔에 띄우느니만 못한데 昏昏到夕暉 혼혼도석휘 어둠이 닥치는 저녁까지 빛나네

九日 呈訥村先生內相宗盟 (구일 정눌촌선생내상종맹) - 李崇仁 (이숭인)

九日 呈訥村先生內相宗盟 구일 정눌촌선생내상종맹 李崇仁 이숭인 중구일에 눌촌 선생 내상 종맹께 올리다 折簡相邀上翠巓 절간상요상취전 초대 편지를 보고 푸른 산 위에 오르니 秋天杳杳敞華筵 추천묘묘창화연 아득한 가을하늘 아래 화려한 자리 펼쳤네 已將禮數同鄕黨 이장례수동향당 마땅히 향당과 함께 서로 인사를 마친 뒤에 更把歡娛擬地仙 경파환오의지선 다시 즐거움을 누리니 마치 지선인 듯했네 落帽龍山眞勝事 낙모용산진승사 모자 날아간 용산의 일은 정말 뛰어나지만 傳杯杜曲有遺篇 전배두곡유유편 술잔을 계속 돌린 두곡의 시문도 전해오네 人間俯仰成千古 인간부앙성천고 인간 세상 잠깐 사이에 오랜 옛날이 되는데 樂極還應一惆然 악극환응일추연 즐거움이 다하면 다시 슬픔이 찾아오는구나 弱齡觀國久淹留 약령관국구엄류 약관의 나이에 관국하며 ..

重九日 (중구일) - 李穀 (이곡)

九日 구일 李穀 이곡 중구일에 九日黃花酒 구일황화주 중구일에 누런 국화주를 마시고 高堂白髮親 고당백발친 고당에 계시는 백발의 어버이를 遠遊空悵望 원유공창망 멀리 떠돌며 서글피 그리워하며 薄宦且因循 박환차인순 미관말직에 마냥 꾸물거리고 있네 秋雨荒三逕 추우황삼경 황폐한 세 오솔길에 가을비 내리는데 京塵漲四隣 경진창사린 서울의 먼지는 사방에 넘치는구나 登高猶未暇 등고유미가 높은 곳에 올라갈 여유조차 없으니 極目恐傷神 극목공상신 보이는 것마다 마음 상할까 두렵네 ※因循(인순) : 꾸물거리다. 우물쭈물하다. 어물쩍거리다. 그럭저럭 지내다. 적당히 얼버무리다. 답습(踏襲)하다. 구습(舊習)을 그대로 따르다. ※荒三逕(황삼경) :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이 거칠어졌으나, 솔과 ..

重九日 (중구일) - 李奎報 (이규보)

重九日 旣以手病未出遊 중구일 기이수병미출유 李奎報 이규보 중구일에 손의 병으로 나가 놀지 못하다. 去年尙州遇重九 거년상주우중구 지난해는 상주에서 중구일을 맞았는데 臥病沈綿未飮酒 와병침면미음주 병으로 오래 누워 술을 마시지 못하고 强携藜杖起尋僧 강휴려장기심승 억지로 일어나 지팡이 짚고 스님을 찾아 手撚寒香空自嗅 수년한향공자후 부질없이 국화를 들고 냄새를 맡았네 去年已去莫追悔 거년이거막추회 이미 가버린 지난해는 후회하지 않고 却待今年作高會 각대금년작고회 올해는 좋은 모임 꼭 가지려 별렀건만 豈知今年又病手 기지금년우병수 올해 또 손 병이 날 줄 누가 알았으랴 未趁好事時酒輩 미진호사시주배 시주 무리들의 좋은 일에도 못 나가네 亦復起飮嚼霜蘂 역부기음작상예 또다시 일어나 물 마시고 국화를 씹으며 未能免俗聊爾耳 미능..

卽事 (즉사) - 李穡 (이색)

卽事 즉사 李穡 이색 滿窓初日弄輕埃 만창초일롱경애 가벼운 먼지 희롱하는 아침햇살 창에 가득하여 坐念浮生兩鬢催 좌념부생량빈최 앉아서 백발 재촉하는 덧없는 인생을 생각하니 釋典儒書雜難整 석전유서잡난정 불전과 유서는 섞이어서 정리하기 어렵고 道情人欲忽相猜 도정인욕홀상시 도정과 인욕은 문득 서로 시샘을 하는구나 落花風細思禪榻 낙화풍세사선탑 살랑 부는 낙화풍은 선탑을 생각하게 하고 明月江空夢釣臺 명월강공몽조대 강 위의 밝은 달은 조대를 꿈꾸게 하는구나 又見東籬黃菊靜 우견동리황국정 또 동쪽 울타리 노란 국화를 조용히 보니 牧翁光景儘悠哉 목옹광경진유재 목은 늙은이의 광경은 아득하기만 하구나 ※道情人欲(도정인욕) : 도정(道情) 도를 구하는 마음을 뜻하고, 인욕(人欲)은 사람의 욕망을 말한다. ※落花風細思禪榻(낙화풍세..

秋懷 (추회) - 尹鑴 (윤휴)

秋懷 추회 尹鑴 윤휴 가을의 감회 淸秋木落大江流 청추목락대강류 맑은 가을에 나뭇잎 지고 큰 강물 흐르는데 獨上危亭轉百憂 독상위정전백우 홀로 높은 정자에 올라 온갖 시름에 잠기네 萬事如今容偃枕 만사여금용언침 만사가 지금 같으면 누워서 잘만도 하건만 一尊何處更登樓 일존하처경등루 술독 하나 차고 또 어느 곳 누대에 오를까 神龍不願藏深壑 신룡불원장심학 용은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기를 원치 않고 威鳳常懷覽九州 위봉상회람구주 봉은 항상 구주를 다 돌아보고 싶어 하는데 聞道遼陽舊城郭 문도료양구성곽 요양이 옛날에 우리 땅이라 들었건만 尺三吾未倚東牟 척삼오미의동모 내 발로 동모산을 밟아보지 못하였네 ※遼陽(요양) : 중국 요령성(遼寧省) 안에 있는 고을 이름. 진한(秦漢) 시대에는 요동군(遼東郡)을 두었고, 진(晉) 이..

次應中秋懷韻 (차응중추회운) - 李玄逸 (이현일)

次應中秋懷韻 차응중추회운 李玄逸 이현일 응중의 추회 시에 차운하다. 半夜秋聲徹戶涼 반야추성철호량 한밤 벌레 소리 문을 통해 서늘하게 들리기에 起看庭樹著衰黃 기간정수저쇠황 일어나 뜰의 나무 보니 매우 누렇게 시들었네 寂寥已自希夷混 적요이자희이혼 적요한 신세 이미 스스로 희이와 뒤섞였는데 遲暮還嗟節序忙 지모환차절서망 만년에 돌아보며 세월이 빠름을 탄식하는구나 揚水束薪吾極憤 양수속신오극분 나는 양수속신에 대해 지극히 분노하였는데 大東杼軸爾偏傷 대동저축이편상 너는 대동저축에 대해 몹시도 상심하는구나 窮廬百感知徒耳 궁려백감지도이 외진 집 안에서의 온갖 감회 그저 부질없느니 笙鶴常思出八方 생학상사출팔방 생학 타고 팔방으로 나가는 생각만 하고 있네 〈余常恨國恥未雪 中弟每憂民隱不澤 故頸聯引詩及之 여상한국치미설 중제매우..

中秋法王寺翫月 (중추법왕사완월) - 權近 (권근)

中秋法王寺翫月 二首 중추법왕사완월 이수 權近 권근 중추절에 법왕사에서 달을 구경하다. 2수 華月溶溶湧海隅 화월용용용해우 화려한 달이 바다 깊숙한 데서 솟아오르고 秋空如水片雲無 추공여수편운무 물 같은 가을하늘에 구름 한 조각 없구나 林間乍見金蛙冷 림간사견금와랭 숲 사이 잠깐 보이는 금개구리는 싸늘하고 柱下遙憐玉兔孤 주하요련옥토고 계수나무 아래 어여쁜 옥토끼는 외롭구나 爽氣凌凌侵几案 상기릉릉침궤안 상쾌한 기운이 안상에 침범하여 들어와서 淸輝的的照尊壺 청휘적적조존호 맑은 빛이 술동이를 표적으로 비추어주네 就中賴有廬山遠 취중뢰유려산원 그 가운데 여산에 거주하던 혜원법사가 爲勸陶潛酒續酷 위권도잠주속혹 도연명에게 독한 술을 계속 권하는구나 月色窺簾入坐隅 월색규렴입좌우 달빛이 발 뚫고 들어와 방구석을 엿보고 焚香書榻..

仲秋十四夜 (중추십사야) - 成俔 (성현)

仲秋十四夜 月明如晝 擁衾彈琴 중추십사야 월명여주 옹금탄금 成俔 성현 8월 14일 밤 달이 대낮처럼 밝기에 이불을 둘러쓰고 있다가 거문고를 타다 長空湛如掃 장공담여소 높고 먼 하늘이 쓸어낸 듯 맑은데 月出東來遲 월출동래지 동쪽에서 달이 천천히 떠오르네 娟娟白玉鏡 연연백옥경 하이얀 옥거울처럼 고운 모습으로 隱映淸揚枝 은영청양지 맑은 빛을 가지에 은은하게 비치네 夜久群動息 야구군동식 밤이 깊어 움직이는 무리는 잠들고 蟋蟀鳴前墀 실솔명전지 귀뚜라미만 섬돌에서 울어 대는데 擁衾悄無寐 옹금초무매 이불 끼고 시름겨워 잠 못 들다가 攘腕撫桐絲 양완무동사 팔을 걷고 거문고를 어루만지네 彈作離鸞操 탄작이란조 거문고 잡고 이란곡을 연주하니 和以玲瓏辭 화이영롱사 영롱한 소리로써 화답하는구나 玲瓏歌且苦 영롱가차고 영롱한 노랫소..

中秋 寄李正郞 種學 (중추 기이정랑 종학) - 權近 (권근)

中秋 寄李正郞 種學 二首 중추 기이정랑 종학 이수 權近 권근 중추에 이 정랑 종학에게 부친 두 수 明月照天宇 명월조천우 밝은 달빛이 하늘 전체를 비치더니 餘輝入我床 여휘입아상 남은 빛이 내 침상에 들어오는구나 樹間驚鵲夢 수간경작몽 숲 속에서 꿈을 꾸던 까치가 놀래고 草際暗螢光 초제암형광 풀 사이의 반딧불 빛이 무색하구나 玉露洗空淨 옥로세공정 맑은 이슬이 하늘을 깨끗이 씻어내고 金風吹夜凉 금풍취야량 밤에는 가을바람이 불어 서늘하구나 廣寒如可到 광한여가도 광한궁에 이르러 갈 수만 있다면 欲拂桂枝香 욕불계지향 계수나무 가지 향을 떨치고 싶네 玉斧修成後 옥부수성후 옥도끼로 닦아서 만들어내니 氷輪輾上初 빙륜전상초 빙륜이 굴러서 올라오기 시작하네 白光舖地遠 백광포지원 밝은 빛을 땅 위에 멀리 펼쳐서 淸影滿林踈 청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