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20

仲秋望日(중추망일) - 安鼎福 (안정복)

仲秋望日 詠退之一年明月今宵多爲韻 成七絶 중추망일 영퇴지일년명월금소다위운 성칠절 安鼎福 안정복 팔월 보름날 한퇴지의 일년명월금소다의 시구를 운으로 하여 절구 일곱 수를 읊다 節序臨高秋 절서림고추 계절이 바뀌어 깊은 가을이 되니 西風吹慄慄 서풍취률률 가을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구나 桂魄推上山 계백추상산 계백이 산 위로 둥실 떠오르니 頓覺精神一 돈각정신일 갑자기 정신이 하나 됨을 느꼈네 玉露飛丹闕 옥로비단궐 붉은 궁궐에 맑은 이슬이 내리고 金丸走素天 금환주소천 맑은 하늘을 보름달이 달리는구나 可憐今夜興 가련금야흥 사랑스러운 오늘밤의 이 흥취가 歲歲又年年 歲歲又年年 해마다 해 마다 되풀이되었으면 峽中秋氣滿 협중추기만 산골짝에 가을 기운이 가득하니 山月十分淸 산월십분청 산 위의 달이 유난히도 맑구나 玉斧何年琢 옥부..

社後燕 (사후연) 外 - 李敏求 (이민구)

社後燕 사후연 李敏求 이민구 사일 지난 뒤의 제비 故壘日荒涼 고루일황량 옛 둥지는 날로 황량해지는데 歸飛天路長 귀비천로장 하늘을 날아 돌아갈 길 멀구나 前期經歲月 전기경세월 앞서 기약한 세월은 지냈건만 新羽怯風霜 신우겁풍상 어린 제비는 풍상이 두렵구나 去豈懷梁棟 거기회량동 동량이 그리워서 어찌 떠날까 留非爲稻粱 류비위도량 모이 때문에 머문 건 아니겠지 如何秋社後 여하추사후 어이하여 추사일 지난 뒤에도 猶目客殊方 유목객수방 오히려 객지의 나그네 눈에 보이나 ※社日(사일) : 입춘(立春)이 지난 후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춘사(春社)라 하고, 입추(立秋)가 지난 후 다섯 번째 무일을 추사(秋社)라고 하는데 각 예전에 토지 신(土地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제비는 춘사일(春社日)에 왔다가 추사일(秋社日..

秋分日降霜 (추분일강상) - 李敏求 (이민구)

秋分日降霜 추분일강상 李敏求 이민구 추분에 서리가 내리다 郊野厭冷雨 교야염랭우 성 밖 들판에 찬비 가득 내려서 禾穀困離披 화곡곤리피 곡식 낱알이 떨어져서 괴롭구나 穡事恐晼晩 색사공원만 가을걷이가 늦어질까 두려워서 田畯已嗟咨 전준이차자 권농관이 벌써 탄식을 하네 奈何昊穹意 내하호궁의 하늘의 생각은 무엇이었기에 降霜亦不遲 강상역불지 서리를 일찍 내리게 하였나 秋分下嚴威 추분하엄위 추분에 내려 거센 위세 부리니 兩歲若素期 양세약소기 두 해가 본래 약속한 듯하네 節氣固有序 절기고유서 절기는 고유한 차례가 있는데 無乃爽所宜 무내상소의 마땅함이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淸晨延四望 청신연사망 맑은 새벽에 사방을 바라보니 極目凝寒眵 극목응한치 온통 찬 눈곱처럼 엉겨 붙었네 群物被肅殺 군물피숙살 만물이 모두 숙살을 당하니..

畫四時山水八幅 (화사시산수팔폭) - 李敏求 (이민구)

畫四時山水八幅 화사시산수팔폭 李敏求 이민구 사계절의 산수를 그린 여덟 폭 그림 寂歷雙松陰 적력쌍송음 두 소나무 그늘에서 평온하게 지내며 脫巾便偃仰 탈건편언앙 두건을 벗고 편안히 멋대로 사는구나 巖居復川觀 암거부천관 바위틈에 살며 다시 냇물도 바라보니 意薄秦丞相 의박진승상 진나라 승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구나 2 溪柳搖風細 계류요풍세 냇가 버들은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林花隱霧重 임화은무중 숲 속 꽃은 짙은 안개 속에 숨었구나 輕衫赴春社 경삼부춘사 가벼운 옷차림으로 춘사에 나가는데 更度幾靑峯 경도기청봉 푸른 봉우리를 몇 개나 지나야 하나 3 靑厓群樹靡 청애군수미 푸른 언덕에는 나무들이 쓰러지고 風雨一溪虛 풍우일계허 비바람에 한가닥 시내도 비었구나 爲問垂綸客 위문수륜객 낚싯줄 드리운 사람에게 묻노니 觀魚勝得魚 ..

秋日 (추일) - 李敏求 (이민구)

秋日 추일 李敏求 이민구 가을날 宇內淹爲客 우내엄위객 세상에 머물렀다가 나그네 되려고 江邊習坐禪 강변습좌선 강가에서 좌선을 익히는구나 新涼看白露 신량간백로 서늘한 초가을에 흰 이슬 바라보며 舊物念靑氈 구물념청전 대대로 전해 온 청전을 생각하네 簷豁憐秋燕 첨활련추연 가련한 가을 제비 처마 끝을 비우고 林疏感暮蟬 임소감모선 성근 숲에서 저녁 매미 소리 듣네 閑時觀物我 한시관물아 한가한 때 만물과 나를 바라보니 盡日只蕭然 진일지소연 온종일 쓸쓸하기만 하구나 ※舊物念靑氈(구물념청전) : 청전(靑氈)은 청전구물(靑氈舊物)에서 온 말로, 벼슬하는 집안에 대대로 이어진 가업이나 선대(先代)로부터 전해진 귀한 유물을 가리킨다. 진(晉) 나라 왕헌지(王獻之)가 누워 있는 방에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모두 훔쳐 가려할 적..

次韻摩詰田園樂 (차운마힐전원락) - 曺兢燮 (조긍섭)

次韻摩詰田園樂 五首 第二首以下 爲四時吟 차운마힐전원락 오수 제이수이하 위사시음 曺兢燮 조긍섭 마힐의 전원의 즐거움에 차운하다 5수 제2수 이하는 사계절 정취를 읊었다 洞裡泉甘石古 동리천감석고 골짜기 안 돌로 된 오랜 샘물은 달고 村頭山斷溪斜 촌두산단계사 마을 앞엔 시내가 흘러 산이 끊겼네 一路人烟處處 일로인연처처 길가의 인가 곳곳에 연기가 피어나니 四時風物家家 사시풍물가가 사계절 풍물은 집집마다 고르구나 雪盡微風乍暖 설진미풍사난 눈이 녹자 미풍이 불어 문득 따스하고 氷輕遠水猶寒 빙경원수유한 얼음 녹아도 먼 데 물은 오히려 차갑네 耕罷烟隨野饁 경파연수야엽 들밥 짓는 연기 따라 밭갈이를 끝내고 醉歸花滿山冠 취귀화만산관 꽃이 가득한 산마루를 취하여 돌아오네 小雨黃梅近村 소우황매근촌 조금 내린 비에 인근 마을 ..

白露日 (백로일) 外 - 李敏求 (이민구)

白露日鄕人餉新稻 백로일향인향신도 李敏求 이민구 백로에 고을 사람이 햅쌀을 보내오다 野割黃雲夕 야할황운석 들의 누런 벼를 베어낸 저녁에 舂分白露秋 용분백로추 가을 백로에 방아 찧어 나눴네 投珠比重惠 투주비중혜 구슬 던진 큰 은혜에 비견되고 炊玉散窮愁 취옥산궁수 밥 지으니 시름이 다해 흩어지네 口腹秪相累 구복지상루 입과 배가 다만 서로 짐이 되는데 菑畬未自由 치여미자유 묵정밭도 마음대로 일구지 않고 豈應關塞外 기응관새외 어찌 응당 변방의 관문 밖에서 偏合稻粱謀 편합도량모 곡식 한 홉 구하려고 기웃거리나 ※投珠比重惠(투주비중혜) : 중국 당 태종(唐太宗)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옛날 요순(堯舜) 임금은 벽옥을 산속에 버리고 주옥을 골짜기에 버림으로써 숭고한 명성이 천년동안 이어졌다. [昔堯舜抵碧於山林 投珠於..

次臨風樓紀四時 (차임풍루기사시) - 黃俊良 (황준량)

次臨風樓紀四時 차임풍루기사시 黃俊良 황준량 임풍루에서 사시를 기술한 시에 차운하다 陽和一點自東來 양화일점자동래 한 점 화창한 봄기운이 동쪽으로부터 와서 登眺風欄亦快哉 등조풍란역쾌재 바람 부는 난간에 올라 보니 매우 상쾌하네 少女花張紅錦障 소녀화장홍금장 소녀는 꽃을 붉은 비단 장막처럼 벌려놓고 王孫草織碧雲堆 왕손초직벽운퇴 왕손초는 엮여 구름처럼 높이 푸르게 쌓였네 綺羅勝事移金谷 기라승사이금곡 비단처럼 좋은 경치는 금곡원을 옮긴 듯하고 賓主吟懷壓玉臺 빈주음회압옥대 손과 주인이 회포를 읊으니 옥대를 압도하네 誰識遨頭憂處樂 수식오두우처악 태수도 근심 속에서 즐겼음을 누가 알겠는가 芳辰聊復倒霞杯 방진료부도하배 꽃피는 계절 지는 노을에 다시 술잔 즐기네 懶吟佳句破神慳 나음가구파신간 신이 숨긴 비경을 좋은 구절로 게..

李仲和挹淸亭 (이중화읍청정) - 許筠 (허균)

李仲和挹淸亭 四時呼韻 이중화읍청정 사시호운 許筠 허균 이중화의 읍청정에서 사계절의 운을 부르다 春 춘 燕飛芳榭落花香 연비방사락화향 제비 나는 정자의 지는 꽃이 향기로워 閑脫紗巾晝夢長 한탈사건주몽장 사건 벗고 한가로이 길게 낮 꿈을 꾸네 蝶粉未滋收頰暈 접분미자수협훈 나비분이 불지 않아 볼연지도 지워지고 鵝黃初褪拭宮粧 아황초퇴식궁장 아황주에 궁녀의 화장이 닦여지는구나 溪生錦浪侵蘭艇 계생금랑침란정 시내에 비단 물결 일어 난정을 침노하고 簾繞爐煙鎖竹床 염요로연쇄죽상 죽상을 두른 주렴이 화로 연기 가두었네 九十日春都是夢 구십일춘도시몽 구십 일 봄날은 모두가 꿈이어서 更將詩酒答年光 경장시주답년광 다시금 시와 술로 연광에 답하네 夏 하 小池晴漲碧荷香 소지청창벽하향 맑은 못물 넘실대고 푸른 연 향기로운데 綿羽調笙趁日長..

田家四時 (전가사시) - 金克己 (김극기)

田家四時 전가사시 金克己 김극기 歲月風轉燭 세월풍전촉 세월은 바람에 펄럭이는 촛불 같아 田家苦知促 전가고지촉 농가는 바쁠 것을 알고 애쓰는구나 索綯如隔晨 색도여격신 지붕 덮을 새끼 꼰 게 어제 같은데 春事起耕耨 춘사기경누 밭 갈고 김을 매며 봄 일 시작하네 負耒歸東阜 부뢰귀동부 쟁기를 짊어지고 동 쪽 들로 나가니 林間路詰曲 림간로힐곡 숲 사이로 난 길이 구불구불하구나 野鳥記農候 야조기농후 들새들이 농사철을 기억하고 있어서 飛鳴催播穀 비명최파곡 날면서 울어 씨 뿌리기를 재촉하네 饁婦繞田頭 엽부요전두 밭머리에 아낙네가 들밥을 내오는데 芒鞋才受足 망혜재수족 짚신은 낡아서 겨우 발에 걸렸구나 稚子尋筍蕨 치자심순궐 어린아이는 죽순과 고사리를 찾아서 提筐向暄谷 제광향훤곡 바구니 들고 따뜻한 골짜기로 가네 遲日杏花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