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19

逢淸明節感懷 (봉청명절감회) - 申欽 (신흠)

逢淸明節感懷 봉청명절감회 申欽 신흠 청명절을 만나 감회를 쓰다 林鳩相喚燕泥融 임구상환연니융 숲 비둘기 서로 찾고 제비 진흙 녹았는데 客裡淸明幾度逢 객리청명기도봉 떠도는 중에 청명절을 몇 번이나 만났던가 山雨乍添花朶膩 산우사첨화타니 산에 잠깐 내린 비에 꽃송이가 탐스럽고 溪煙初起柳陰濃 계연초기류음농 시내에 안개 일자 버들 그늘이 짙어지네 床頭簾捲香雲皺 상두렴권향운추 주렴 걷힌 책상 앞엔 고운 구름 피어나고 庭畔人稀石髮封 정반인희석발봉 인적 없는 마당가에는 돌에 이끼 덮였네 休遣年華催旅恨 휴견년화최려한 빨리 가는 세월이 나그네 한을 재촉하니 半生蕭瑟坐龍鍾 반생소슬좌룡종 반평생을 쓸쓸히 앉아 늙어 가는구나 ※燕泥融(연니융) : 연니(燕泥)는 제비가 집을 지을 진흙을 말하는데, 진흙이 녹았다 함은 추위가 풀려 ..

驚蟄後作 (경칩후작) - 許穆 (허목) 外

驚蟄後作 경칩후작 許穆 허목 경칩이 지난 뒤에 草木已萌動 초목이맹동 초목은 이미 싹을 틔우니 節序驚蟄後 절서경칩후 절기는 경칩을 지났구나 農家修家事 농가수가사 농가는 농사일 준비하느라 小壯在田畝 소장재전무 젊은이들은 밭에 나가 있네 *허목(許穆, 1595~1682) : 조선후기 성균관제조,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문보(文甫) 화보(和甫), 호는 미수(眉叟). 春日閑居書事 춘일한거서사 成運 성운 봄날에 한가롭게 지내며 눈앞의 일을 쓰다 羲御無停歲易遷 희어무정세역천 희어가 머물지 않아 세월이 쉬이 흘러서 新春物色絶可憐 신춘물색절가련 새봄의 물색이 너무도 사랑스럽구나 梅經小雨香偏動 매경소우향편동 보슬비 온 뒤 매화는 향기 흠뻑 풍기고 鳥占高枝語轉姸 조점고지어전연 높은 가지에 앉은 새소리는 ..

官園種樹偶吟 (관원종수우음) - 李敏敍 (이민서)

官園種樹偶吟 관원종수우음 李敏敍 이민서 관청 정원에 나무를 심고 우연히 읊다. 官園雪初消 관원설초소 관청 정원의 눈이 녹기 시작하고 春氣乍奮發 춘기사분발 봄기운이 언뜻 떨쳐 일어나는데 病守日無事 병수일무사 병든 수령은 매일 하는 일 없이 睡起步階闥 수기보계달 자다가 일어나서 섬돌을 거니네 墻隅有桑竹 장우유상죽 담 모퉁이의 대나무와 뽕나무는 孤叢半摧折 고총반최절 절반이나 꺾인 떨기가 외롭지만 耳目無所宣 이목무소선 사람들 이목이 닿지 않는 곳이라 悄然正愁絶 초연정수절 정말 매우 걱정스럽기만 하구나 方當啓蟄節 방당계칩절 바야흐로 경칩 절기를 맞이하니 微雨草芽茁 미우초아줄 가랑비에 풀싹이 쑥쑥 돋아나고 栽種乃時宜 재종내시의 나무 심기에는 적당한 시기인데 隷人多暇逸 예인다가일 하인들도 한가한 시간이 많구나 里墟饒..

都下梅盆 (도하매분) - 李滉 (이황)

都下梅盆 好事金而精付安道孫兒 船載寄來 喜題一絶云 도하매분 호사김이정부안도손아 선재기래 희제일절운 李滉 이황 서울에 있던 매화 화분을 호사자 김이정이 손자 안도에게 부탁하여 배에 실어 보내오니 기뻐서 이를 시제로 삼아 한 절을 읊다. 脫却紅塵一萬重 탈각홍진일만중 일만 겹의 속된 세상을 떨쳐버리고 來從物外伴癯翁 내종물외반구옹 속세 밖에 따라와 늙은이와 짝을 하네 不緣好事君思我 불연호사군사아 그대가 날 생각하는 호사가 아니었다면 那見年年冰雪容 나견년년빙설용 해마다 빙설 같은 그 모습을 어찌 볼까 ※金而精(김이정) : 김취려(金就礪,1526~?). 조선 전기의 문신. 자는 이정(而精), 호는 잠재(潛齋). 정암(靜庵). 퇴계(退溪)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安道(안도) : 이안도(李安道,1541~1583) : ..

燈夕在京師 (등석재경사) - 黃俊良 (황준량)

燈夕在京師 등석재경사 黃俊良 황준량 정월 대보름날 서울에서 萬牛難挽隙駒過 만우난만극구과 만 마리 소도 빠른 세월을 붙들기 어려운데 驚見篝燈映絳紗 경견구등영강사 붉은 비단에 비치는 구등 불을 보고 놀라네 啣火燭龍明月爛 함화촉룡명월란 불을 머금은 촉룡인 듯 밝은 달이 찬란하고 麗天星斗彩雲斜 려천성두채운사 별이 고운 하늘에는 채색 구름이 비껴있네 歌鐘沸夜騰和氣 가종비야등화기 밤에 노래와 종소리 들끓어 화기가 오르고 士女塡城拂豔羅 사녀전성불염라 성을 메운 남녀의 고운 비단옷이 펄럭이네 京洛風流從古是 경락풍류종고시 서울의 풍류가 예로부터 이러하였으니 故園今日問如何 고원금일문여하 고향의 오늘 밤은 어떠한지 물어본다 ※燈夕(등석) : 등을 다는 저녁이란 뜻으로 예부터 상원절, 즉 정월 대보름을 말한다. ※京師(경사)..

湖堂梅花 (호당매화) - 李滉 (이황)

湖堂梅花 暮春始開 用東坡韻 二首 春赴召後 호당매화 모춘시개 용동파운 이수 춘부소후 李滉 이황 호당(湖堂)에 매화가 3월에 비로소 피었기에 동파(東坡)의 운을 써서 짓다. 2수(二首). 봄에 소명(召命)에 나아간 뒤에 지은 것이다. 我昔南遊訪梅村 아석남유방매촌 내가 옛날 남쪽 매화촌을 찾아 노닐 때 風烟日日銷吟魂 풍연일일소음혼 아지랑이 매일같이 시혼을 다하게 했네 天涯獨對歎國艷 천애독대탄국염 하늘가의 국염을 마주해 홀로 찬탄하고 驛路折寄悲塵昏 역로절기비진혼 역로에서 꺾어 부치며 진혼을 슬퍼했네 邇來京輦苦相憶 이래경련고상억 서울에 온 이래 간절하게 서로 그리워서 淸夢夜夜飛丘園 청몽야야비구원 밤마다 전원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었네 那知此境是西湖 나지차경시서호 이곳이 서호인 줄은 어떻게 알았으며 邂逅相看一笑溫 해..

元宵二詠 (원소이영) - 黃玹 (황현)

元宵二詠 원소이영 黃玹 황현 대보름 밤에 두 수를 읊다 燒月 소월 달집 태우기 金可流石可焦 금가류석가초 쇠도 녹일 수 있고 돌도 태울 수 있다지만 靑天有月誰能燒 청천유월수능소 푸른 하늘에 걸린 달을 누가 태울 수 있을까 村童相傳有奇術 촌동상전유기술 시골 아이들에 전해지는 기이한 방법이 있네 枯槎敗薪撑岧嶢 고사패신탱초요 마른 등걸 썩은 땔감을 높다랗게 쌓아 올려 東風吹火聲爆爆 동풍취화성폭폭 불을 피우니 동풍 불어 타닥타닥 소리 내며 黃雲夭矯迷山椒 황운요교미산초 누런 연기 피어오르니 산봉우리가 희미하네 嫦娥非是畏熱焰 항아비시외열염 항아가 뜨거운 불꽃을 두려워할 리 없겠지만 遲捲重簾羞和嬌 지권중렴수화교 겹친 연기 늦게 걷히면 고운 모습 손색 있지 故放陰精倍寒凜 고방음정배한름 짐짓 음의 정기를 풀어 서늘함이 갑..

上元旣以短律記故事 (상원기이단률기고사) - 尹愭 (윤기)

이 시는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가 대보름의 유래와 불가 고사를 함께 소개한 30운(韻)의 칠언장률이다.. 특히 대보름에 달맞이 놀이만 하고 관등(觀燈) 놀이는 초파일에 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의 경우 대보름에 관등놀이를 하였는데,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 등에 실린 고사를 소개하며 북송 시절 개봉부의 화려한 관등놀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上元旣以短律記故事 復申 三十韻 상원기이단률기고사 부신 삼십운 尹愭 윤기 대보름 고사를 이미 단율로 적었기에 또 부연하여 읊었다. 30운 新年新月正團圓 신년신월정단원 새해 들어 처음 뜨는 달은 정말 둥글어서 佳節上元自古傳 가절상원자고전 대보름이 예로부터 좋은 명절로 전해왔네 太乙漢祠昏到晝¹⁾ 태을한사혼도주 한나라 태을 제사는 저녁부터 낮까지 이어졌고 上陽唐宴盛..

上元雜咏 (상원잡영) - 黃玹 (황현)

上元雜咏 상원잡영 黃玹 황현 대보름날의 여러 풍속을 읊다 上元前後天甚寒 擁衾度日 無以遣歲時之懷 遂綴鄕村故俗 得長歌十篇 盖亦范石湖田園樂府之遺 云 若祭烏則尙沿東京俗 其餘幷不知昉自何時 상원전후천심한 옹금도일 무이견세시지회 수철향촌고속 득장가십편 개역범석호전원악부지유운 약제오칙상연동경속 기여병불지방자하시 상원 전후로 날씨가 몹시 추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날을 보내자니 세시의 감회를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침내 시골의 옛 풍습을 엮어서 장가 10편을 지었다. 이는 또한 범석호(范石湖)의 전원악부의 영향을 받았다 할 것이다. 까마귀에게 제사하는 것은 동경의 풍속에서 따른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祭烏 제오 까마귀 제사 烏啼啞啞復角角 오제아아부각각 까마귀가 아옥아옥 또 까옥까옥 ..

元朝二咏 (원조이영) - 黃玹 (황현)

元朝二咏 원조이영 黃玹 황현 설날아침에 두 수를 읊다 耳明酒 이명주 귀밝이술 君不聞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龍聽以角蛇聽目 용청이각사청목 용은 뿔로 듣고 뱀은 눈으로 듣는다는데 物理杳昧誠難窮 물리묘매성난궁 사물의 이치는 어려워서 알 수가 없구나 我老擬學龍蛇蟄 아로의학룡사칩 나 늙으면 용과 뱀의 칩거를 배울까 하니 有耳不患無其聰 유이불환무기총 밝지 않은 귀가 있어도 근심할 일이 없네 屠穌餘瀝家家在 도소여력가가재 집집마다 걸러낸 도소주가 남아 있는데 上元天霽朝牕紅 상원천제조창홍 맑은 보름날 아침에 창이 붉게 밝아 오네 銅甁噓氣鵝黃煖 동병허기아황난 구리 술병 김을 뿜고 아황주가 데워져서 香霧暈匝春濛濛 향무훈잡춘몽몽 술 향기가 휘감으니 봄기운이 자욱하구나 琉璃半鐘手自斟 유리반종수자짐 유리잔에 반 차도록 스스로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