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19

除夕次東坡詩 (제석차동파시) - 黃玹 (황현)

除夕次東坡詩 三首 제석차동파시 삼수 黃玹 황현 섣달그믐 밤에 동파의 시에 차운하다 3수 饋歲 궤세 歲暮雪巷深 세모설항심 한 해 저무는 거리엔 눈이 깊이 쌓이고 話愁無人佐 화수무인좌 시름을 말하려 하니 곁에 사람이 없네 此時一跫音 차시일공음 이때에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 들리니 可敵兼金貨 가적겸금화 쌓인 금화의 가치에 대적할 만하구나 況復勤饋遺 황부근궤유 하물며 전해 줄 음식까지 가져왔으니 物細誼則大 물세의칙대 물품은 미미하지만 그 의로움은 크구나 縱有報謝勞 종유보사로 비록 사례하는 일이 다소 힘들지 마는 不嫌妨高臥 불혐방고와 높이 누워 있음을 방해해도 싫지 않아 爛熳村夫子 란만촌부자 시골 마을 선생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顚倒爲虛座 전도위허좌 엎어질 듯이 빈자리로 모셔 들이는구나 我家有肥羜 아가유비저 우리..

雪後次舍弟韻 (설후차사제운) - 張維 (장유)

雪後次舍弟韻 설후차사제운 張維 장유 눈이 온 뒤에 동생의 시에 차운하다 急雪連昏曉 급설련혼효 저녁부터 새벽까지 쏟아진 폭설이 遙山遞晦明 요산체회명 먼 산의 어두움이 밝게 바뀌더니 乾坤初霽色 건곤초제색 비로소 눈이 개니 천지가 일색이고 林壑轉寒聲 임학전한성 숲 골짜기에 찬바람 소리만 구르네 凍雀翻還墮 동작번환타 얼어붙은 참새는 날다가 떨어지고 飢鳶噤不鳴 기연금불명 굶주린 솔개는 입 다물고 못 우네 袁安僵臥久 원안강와구 원안선생 쓰러져 누운 지 오래되니 乘興也難行 승흥야난행 감흥에 편승하여 가 보기도 어렵네 ※袁安僵臥久(원안강와구) : 원안(安袁)은 한(漢) 나라 때 현사(賢士)로 낙양(洛陽)에 큰 눈이 내려 모두 눈을 쓸고 나와서 먹을 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유독 원안의 집 앞에만 눈이 쌓여 있었다. ..

大雪 二首 (대설 이수) - 曺兢燮 (조긍섭)

大雪 二首 대설 이수 曺兢燮 조긍섭 큰 눈을 읊다 2수 大雪通宵下 대설통소하 많은 눈이 밤새도록 내리더니 空階數尺深 공계수척심 빈 섬돌에 여러 자나 쌓였구나 江山無自色 강산무자색 강산의 본색이 사라져 버리니 造化亦何心 조화역하심 조화옹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北澗開銀穴 북간개은혈 북쪽 개울엔 은 동굴이 열렸고 南榮簇玉簪 남영족옥잠 남쪽 처마엔 옥비녀가 열렸네 孤舟足乘興 고주족승흥 홀로 배 타고 싶은 흥이 일어서 閉戶更沈吟 폐호경침음 문 닫고 다시 나직이 읊조리네 雪候今年早 설후금년조 눈 소식이 올해는 일찍이 와서 冬寒謂不多 동한위불다 겨울 추위가 심하지 않다더니 已聞江旅殕 이문강려부 강가 나그네 동사소식이 들리고 無復谷樵歌 무부곡초가 나무꾼 노래조차 들리지 않네 杼柚空如此 저축공여차 이처럼 생업을 하지 못..

豆粥 (두죽) - 徐居正 (서거정)

豆粥 두죽 徐居正 서거정 팥죽 豆糜烹作粥 두미팽작죽 팥을 문드러지게 삶아 죽을 쑤니 濃淡自津津 농담자진진 묽고도 진한 것이 매우 맛이 좋구나 倉卒劉文叔 창졸류문숙 유문숙은 창졸간에 대접받았고 咄嗟石季倫 돌차석계륜 석계륜은 순식간에 마련하였네 何人能學古 하인능학고 어떤 사람은 옛 것을 배우지만 今我亦嘗新 금아역상신 나는 지금 새로운 것을 맛보네 崖蜜兼氷片 애밀겸빙편 석청과 얼음조각을 같이 섞어서 啜來味更眞 철래미경진 마셔 보니 맛이 더욱 좋구나 豆粥 두죽 徐居正 서거정 팥죽 紅日茅簷短 홍일모첨단 초가 처마 끝에 붉은 해가 떠오르는 淸晨豆粥新 청신두죽신 맑은 아침에 먹는 팥죽이 새롭구나 然萁何用泣 연기하용읍 콩대를 태운다고 어찌 울 것이며 啜菽只堪貧 철숙지감빈 다만 콩을 먹으면서 가난을 견디네 倉卒劉文叔 창..

大雪次舍弟韻( 대설차사제운) - 張維 (장유)

大雪次舍弟韻 대설차사제운 張維 장유 눈이 많이 온 날 동생의 시에 차운하다 今年寒早陰氣盛 금년한조음기성 금년엔 추위 일찍 찾아와 음기도 왕성하여 南至以前三大雪 남지이전삼대설 동지 되기 전에 큰 눈이 세 번이나 내렸네 乍看雲物亂崩騰 사간운물란붕등 언뜻 보니 구름 덩어리 어지러이 무너지고 稍聴風林響騷屑 초청풍림향소설 숲 속에서 음산한 바람 소리 적게 들려오네 須臾飄灑蔽天衢 수유표쇄폐천구 갑자기 하늘 가득 덮고 질풍처럼 흩날려서 開戶縱目眞奇絶 개호종목진기절 문을 열고 내다보니 정말 빼어한 절경이네 歘如天地欲混沌 훌여천지욕혼돈 순식간에 천지간이 혼돈으로 뒤바뀌려 하고 溟海飛飜鰲極折 명해비번오극절 바닷물도 솟구쳐서 오극을 끊으려 하는구나 屛翳玄冥正王張 병예현명정왕장 병예와 현명이 왕성하게 기승을 부리니 陽烏縮頸愁..

冬至 又吟 (동지 우음) - 李穡 (이색)

冬至 又吟 동지 우음 李穡 이색 동지, 또 읊다. 豆粥淸晨體自平 두죽청신체자평 맑은 새벽 팥죽은 몸이 절로 바르게 하니 須知集義氣方生¹⁾ 수지집의기방생 의를 모아야 기가 생김을 꼭 알아야 하네 立朝恰似軒墀鶴²⁾ 입조흡사헌지학 조정에선 마치 섬돌에 선 헌학과 같았고 望道還如氷雪鶯³⁾ 망도환여빙설앵 도를 구하려 해도 빙설 속 꾀꼬리 같았네 孔聖文章容得見 공성문장용득견 공자의 문장은 모습을 볼 수라도 있지만 周公禮樂竟難行⁴⁾ 주공예악경난행 주공의 예악은 끝내 행하기가 어렵구나 肯從七日方來復⁵⁾ 긍종칠일방래부 칠일 만에 도가 돌아오는 것이 옳지만 天地有心元自明 천지유심원자명 천지에는 원래 절로 밝은 마음이 있네 筆退尖來詠太平 필퇴첨래영태평 떨어진 필력으로 태평을 읊다 붓이 닳고 可憐多病一書生 가련다병일서생 병도..

冬至(동지) - 李穡 (이색)

冬至 동지 李穡 이색 白髮蕭蕭不滿簪 백발소소불만잠 백발이 성글어서 비녀도 꽂히지 않아 閉關靜坐契天心¹⁾ 폐관정좌계천심 문 닫고 조용히 앉아 천심을 따르려네 病狀藥物堆生熟 병상약물퇴생숙 병상의 약물은 날것 익힌 것이 쌓였고 老境詩篇雜古今 노경시편잡고금 늘그막 한 편의 시에는 고금이 섞였네 泥上車輪難重載 니상차륜난중재 진흙탕 수레바퀴 무거운 짐 싣기 어렵고 霧中山岳盡平沈 무중산악진평침 산악은 안갯속에 모두 펀펀히 묻히었네 今年比似前年好 금년비사전년호 금년을 견주어 보니 지난해처럼 좋아서 豆粥如酥翠鉢深 두죽여소취발심 연유 같은 팥죽이 푸른 사발에 가득하네 向曉燈花綴玉簪 향효등화철옥잠 새벽이 되니 등잔불 아래 옥비녀를 꽂고 閉關方見聖人心 폐관방견성인심 문 닫으니 성인의 마음 알아볼 수 있겠네 三韓禮樂自如昔 삼한..

雪後寄林椽詩 (설후기임연시) - 閔思平 (민사평)

雪後寄林椽詩 설후기림연시 閔思平 민사평 눈 온 뒤 임연에게 주는 시 桂玉窮愁憶故山 계옥궁수억고산 땔감 양식 떨어지니 고향생각에 시름겹고 旅窓風雪惱淸寒 여창풍설뇌청한 객사 창에 눈바람 부니 가난이 괴롭구나 贈袍戀戀情非厚 증포연연정비후 옷 보내주신 따뜻한 정 두텁지 않았다면 那得遼東住幼安 나득요동주유안 어찌 요동의 유안처럼 머물 수 있었으리 ※桂玉(계옥) : 땔나무는 계수나무보다 더 귀하고 쌀은 옥보다 귀하다는 뜻으로 땔감이나 양식을 귀하게 이르는 말. 또는 물가가 비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故山(고산) :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고향. ※淸寒(청한) : 매우 가난하다. 청빈하다. 맑고 차다. ※幼安(유안) : 유안은 위(魏) 나라 관녕(管寧)의 자인데, 한(漢) 나라 말기에 홍건적의 난을 피해 요동..

子夜吳歌四首 (자야오가4수) - 鄭斗卿 (정두경)

子夜吳歌四首 자야오가4수 鄭斗卿 정두경 妾家樓百尺 첩가루백척 첩의 집 다락은 백 자나 되고요 楊柳在門前 양류재문전 문 앞에는 수양버들이 있답니다 朝含㶚陵雨 조함파릉우 아침에는 파릉의 비 머금고 있고 暮帶渭城烟 모대위성연 저녁에는 위성 안개 띠고 있다오 何日良人到 하일량인도 어느 날에 좋은 임이 오시어서는 長條掛玉鞭 장조괘옥편 긴 가지에 옥 채찍을 걸으시려나 江南白日暮 강남백일모 강남땅에 밝은 해가 저물어 갈 때 越女采菱歸 월녀채릉귀 미인이 마름을 캐서 돌아오는구나 桂棹衝烟浪 계도충연랑 계수나무 노는 안갯속 물결을 치고 鴛鴦水上飛 원앙수상비 원앙새는 물 위를 날아오르는구나 相將弄明月 상장농명월 서로가 밝은 달을 희롱하려 하니 綠水濕羅衣 녹수습라의 푸른 물에 얇은 옷이 다 젖는구나 梧桐一葉落 오동일엽락 오동..

十日菊 (십일국) - 李穀 (이곡)

十日菊 십일국 李穀 이곡 구월 십일의 국화 中秋十六夜 중추십륙야 중추절도 열엿새 날 밤이 月色更輝輝 월색경휘휘 달빛이 더욱 빛나듯이 重陽十日菊 중양십일국 중양절 뒤 십일의 국화가 餘香故依依 여향고의의 향기가 여전히 은은하구나 世俗尙雷同 세속상뢰동 세속은 오히려 천둥과 같아 時過非所希 시과비소희 때가 지나면 관심도 없지만 獨憐此粲者 독련차찬자 홀로 사랑하는 깨끗한 이 꽃이 晩節莫我違 만절막아위 만년의 절개가 내 맘에 드네 臨風欲三嗅 임풍욕삼후 바람결의 향을 자주 맡고 싶지만 又恐旁人非 우공방인비 주위 사람의 시비가 두려워서 不如泛美酒 불여범미주 좋은 술잔에 띄우느니만 못한데 昏昏到夕暉 혼혼도석휘 어둠이 닥치는 저녁까지 빛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