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18

소만(小滿)과 보릿고개

소만(小滿) 5월 21일은 24절기 중 소만(小滿)이다. 소만은 시기적으로 초여름에 해당하며 보리가 익어 보리타작을 할 시기이다. 요즘은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지만 예부터 보리가 익어 가는 시기는 춘궁기(春窮期)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시기였다. 따라서 옛 시인들도 보릿고개의 어려움을 노래한 시인도 있고, 힘든 노동인 보리타작을 수확의 기쁨으로 승화시킨 노래도 있다. 소만을 맞아 이와 관련된 시 몇 수를 감상한다. 田家 전가 辛永禧 신영희 농부의 집 打麥聲高酒滿盆 타맥성고주만분 보리타작 소리 높고 동이에 술 가득해도 老人無事臥荒村 노인무사와황촌 노인은 할 일 없어 빈 마을에 누워 있네 呼兒室下遮風慢 호아실하차풍만 아이 불러 집 아래 바람막이 치게 한건 恐擾新移紫竹根 공우신이자죽근 옮겨 심은 자죽뿌리 흔들..

鐘街觀燈 종가관등

부처님 오신 날 내일 19일은 음력 4월 8일로 부처님 오신 날! 4월 초파일 연등회는 사실 천여 년을 이어온 축제이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정책으로 승려들의 도성 문안 출입을 금할 정도로 불교를 억압했지만, 연등회만큼은 순수한 민속 풍속으로 여겨 허용했다고 한다. 단지 신라시대나 고려조에서는 나라에서 주관하였다면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민간 축제로 바뀌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조선시대 당시 서울에서 이 연등회를 구경하는 것은 남산 꽃구경, 마포 뱃놀이 등과 함께 '한양의 10대 볼거리(漢都十景)'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최근 이 연등회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이제 세계인의 축제이자 구경거리가 되었다.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사찰의 풍경을 읊은 시는 많이 썼지만 초파일의 의미나 부처님에 대한 시는 찾아..

初夏卽事 초하즉사 - 서거정(徐居正)

벌써 5월에 접어들어 5일이면 어린이날 이면서 절기상으로는 입하(立夏)에 해당한다.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시인 묵객들의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꽃피고 새해가 열리는 봄, 낙엽 지고 오곡 풍성한 가을, 한해가 저물고 세월이 가는 겨울은 노래의 소재로 적합하지만, 유독 여름은 덥고 지루한 장마에 노래할 흥취가 덜했나 보다. 그러나 사가 서거정(四佳 徐居正)은 다른 문사(文士)들에 비해 여름을 주제로 한 시가 많이 남아 있다. 사가 서거정의 여름 시 중에서 초하즉사(初夏卽事)라는 시 한 편 감상해 본다. 이 시는 초여름의 편안한 생활을 읊은 것으로 작자의 여유로운 생활태도를 그대로 잘 드러내 주며, 내용도 평이한 편이다. 初夏卽事 초하즉사 서거정(徐居正) 초여름 날 즉석에서 짓다 濃陰寂寂小樓西 농음적..

寒食(한식)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한식(寒食)이다. 예전에는 한식이 설날,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이었으며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는 날이었는데, 요즘은 한식날은 그다지 챙기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산소를 보수한다든지 할 때는 요즘도 한식날을 가려서 하는 것은 옛 풍습이 일부 남아 있는 듯하다. 한식날은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로, 대개 4월 4, 5일쯤 된다. 한식날에는 찬밥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춘추시대 진(晉) 나라의 개자추(介子推)를 추모하기 위해 생긴 풍습이라고 전해진다. 개자추는 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진(晉) 나라의 문공(文公)이 공자 시절 19년간 각국을 떠돌며 망명생활을 할 때 고락을 같이하며 그의 등극을 도왔다. 심지어 문공이 배를 곯을 때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

淸明(청명) - 杜牧(두목) 外

벌써 4월로 접어들고 이번 일요일 4월 4일은 청명절이다. 청명절은 본격적으로 봄꽃이 개화하기 시작하는 때인데, 특히 살구꽃이 핀 풍경은 더욱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번 주말에도 비 예보가 있는데 예전에도 이 시기에는 비가 잦았나 보다. 오늘은 당나라 말기 두목(杜牧)이 지은 청명(淸明)을 감상해 본다. 杜牧(두목 ; 803 ~ 853)의 당나라 말기 사람으로 자는 목지(牧之), 호는 번천(樊川)인데, 우리나라에선 두목이라는 이름보다는 두목지(杜牧之)로 많이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이 두보(杜甫)와 비슷하다 하여 소두(小杜)로 불린다. 淸明(청명) 杜牧(두목)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청명절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니 路上行人欲斷魂 노상행인욕단혼 길 가는 나그네 넋을 잃을 것 같네 借問酒家何處在..

정월 대보름

오늘 정월 대보름날을 맞아 대보름 민속을 상기시키는 한시 2수를 감상해 본다. 대보름날은 특히 상원일(上元日)이라고도 한다. 예전 농경시대에는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을 명절로 삼아 쉬며 즐기다가, 보름이 되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등 대보름 민속놀이로 마무리하고, 보름이 지나면 다시 본격적인 농사일에 복귀하였다. 이 민속놀이 중 달집 태우기는 지방 민속행사로 마을 공동체에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 왔으나(이마저도 최근 몇 년간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요즘에 와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못하고 있지만....), 쥐불놀이와 연 날리기는 이제 대보름 민속놀이로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연날리기는 도시에서는 고층건물 등 장소 때문에, 시골에서는 아이가 없어 사라진 실정이다. 원래 연날리기..

元朝戱作誂諧體(원조희작조해체)

辛丑年 새해를 맞아 澹軒 李夏坤(담헌 이하곤)의 시 元朝戱作誂諧體(원조희작조해체)를 감상해 본다. 이 시는 설날 아침 장난 삼아 조해체로 짓다는 뜻으로 일곱 수가 있는데 그 시절 설날 풍속이 해학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세배를 다니며 과거 장원급제하라고 덕담하는 모습, 세배 다니며 마신 술에 취해 개울에 빠지는 모습, 설날인데도 자기 직분에 충실한 하급 관리들을 격려하는 최 첨지, 새해인데도 떡국도 끓이지 못하는 가난한 이에 대한 연민 등 당시의 시대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澹軒 李夏坤(담헌 이하곤)은 1708년(숙종 34) 진사에 올랐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인 진천에 내려가 학문과 서화(書畵)에 힘썼으며 장서가 1만 권을 헤아렸다고 한다. 문집으로는 『두타초(頭陀草)』18권이 있는데, 2,20..

입춘(立春)

立春漢詩 正月二日立春 정월이일입춘 - 李滉 이황 黃卷中間對聖賢 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책 속에서 성현을 마주하며 虛明一室坐超然 허명일실좌초연 밝고 텅 빈 방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 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며 莫向瑤琴嘆絶絃 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못하고 줄 끊겼다 한탄하네. 이른 봄을 알리는 입춘 즈음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를 애호한 사람 가운데 우리가 잘 아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은 유별나다. 그는 매화를 보면서 지은 시만 100여 수를 따로 모아 ‘매화시첩’을 꾸밀 정도로 매화를 좋아했다 한다. 이 시는 퇴계 선생이 52세 때 지은 입춘시(立春詩) 2수 가운데 한 수로 퇴계집에 실려 있는데, 사람들은 이 시를 두고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