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20

中元日 (중원일) - 曺兢燮 (조긍섭)

中元日 行浴溪泉 述所見 중원일 행욕계천 술소견 曺兢燮 조긍섭 중원일에 계천에서 목욕하며 본 것을 글로 짓다 瓜蔓將拋稻葉肥 과만장포도엽비 오이 덩굴 걷으려 하니 벼가 익어가고 蜻蜓箇箇拂空飛 청정개개불공비 잠자리 몇 마리가 공중을 날아다니네 出門秋色參差見 출문추색참차견 문 나서니 가을빛이 문득 섞여 보이고 幾處人家抱犢歸 기처인가포독귀 인가 몇 곳에 송아지 몰고 돌아가네 木路潛行泉眼淸 목로잠행천안청 나무 숲 길 가만히 가니 천안이 맑아서 巖根少坐客魂驚 암근소좌객혼경 바위에 잠시 앉으니 나그네 넋이 놀라네 滿山飛雨斜陽少 만산비우사양소 온 산에 내리던 비 해 기우니 잦아들고 一樹寒蟬盡意鳴 일수한선진의명 나무 위의 가을 매미는 마음껏 울어대네 ※泉眼(천안) : 샘물이 솟아 나오는 구멍. *조긍섭(曺兢燮,1873~1..

中元有感 (중원유감) - 盧守愼 (노수신)

음력 7월 15일은 백중절(百中節)이다. 통상 처서(處暑)를 전후해서 드는데 올해는 윤 2월의 영향으로 8월 30일이다. 이 때는 세벌 논매기가 모두 끝난 후 고생한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호미씻이라고 하여 머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기도 한다. 백중(百中)절은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하며, 불교에서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우란분회(盂蘭盆會)를 봉행하여 오미 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민가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조상의 혼을 위로한다 하여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부른다. 中元有感 중원유감 盧守愼 노수신 중원날에 느낌을 읊다 天時人事罷農功 천시인사파농공 계절에 맞춰 사람들이 농사일을 끝내고..

處暑日苦熱行 (처서일고열행) - 蔡濟恭 (채제공)

處暑日苦熱行 처서일고열행 蔡濟恭 채제공 처서날의 무더위 節有處暑書曆日 절유처서서력일 절기에 처서가 있다고 달력에 쓰여 있으니 所以斷送人間熱 소이단송인간열 인간 세상 더위를 꾾어서 보내기 위함이네 今年處暑卽今辰 금년처서즉금진 올해의 처서 절기는 바로 오늘인데 熇勢不肯絲毫折 고세불긍사호절 뜨거운 기세는 전혀 꺾이려 하지 않는구나 火輪爀爀當天衢 화륜혁혁당천구 이글대는 붉은 태양이 하늘 거리를 지키니 草木如醉翔鳥絶 초목여취상조절 초목은 술 취한 듯하고 새도 날지 않는구나 我思逃遁遁不得 아사도둔둔불득 내가 달아날 생각을 해도 달아날 수가 없어 單衫挂體狂欲裂 단삼괘체광욕렬 몸에 걸친 홑적삼도 미친 듯이 찢고 싶구나 四序平分帝之權 사서평분제지권 사계절을 공평하게 나눔은 천제의 권한이니 進退疇敢逞其術 진퇴주감령기술 나..

七夕 (칠석) - 尹愭 (윤기)

七夕 칠석 尹愭 윤기 昨日洗車今日淚 작일세차금일루 어제는 수레를 씻고 오늘은 눈물 흘리니 人間化作雨相連 인간화작우상련 인간 세상에는 비가 되어 연이틀 내리네 鵲橋龍駕傳曾久 작교룡가전증구 오작교와 용수레는 오랫동안 전해오지만 騃女癡牛事豈然 애녀치우사기연 어리석은 견우직녀 얘기가 어찌 사실일까 九孔針穿五色線 구공침천오색선 다섯 가지 색실을 바늘 아홉 구멍에 꿰고 七襄機罷三更天 칠양기파삼경천 일곱 번 베틀에 오르고 나니 삼경이구나 方圓一歎均終古 방원일탄균종고 모와 원에 대한 탄식은 예부터 똑같아서 子美遺詩子厚篇 자미유시자후편 두보는 시 남겼고 유종원은 문장 지었네 ※洗車(세거) : 견우(牽牛)가 직녀(織女)를 만나기 위해 타고 가는 수레를 씻는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칠석 하루 전에 내리는 비를 세거우(洗車雨..

七月望日處暑雨 (칠월망일처서우) - 李敏求 (이민구)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더니 장마 끝난 뒤에는 불볕더위가 또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처서(處暑)가 다가오니 이젠 여름도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처서(處暑)는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인데, 양력으로는 8월 22일이나 23일경에 들고, 음력으로는 7월 보름인 백중일을 전후해서 든다. 올해는 윤이월이 든 관계로 음력 7월 8일이 처서(處暑)이다. 이 무렵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김매기도 끝나 농가에서는 한가한 때이다. 또 이 무렵은 벼이삭이 패고 익어가는 시기여서 날씨도 매우 중요하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한다.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는 말이 있는데, 옛 시인의 시에도 이를 걱정하고 있다. 七月望日處暑雨 칠월망일처서우 李敏求 이민구 7월 보름이자 처서에 비가 내리다 首秋餞餘暑..

七夕 詩 (칠석 시) - 女流詩人(여류시인) 들

七夕 칠석 李玉峰 이옥봉 無窮會合豈秋思 무궁회합기추사 끝없이 만나는데 어찌 가을을 그리워할까 不比浮生有離別 불비부생유이별 떠도는 인생의 이별과 비교할 수 없구나 天上却成朝暮會 천상각성조모회 하늘에선 도리어 아침저녁으로 만나는데 人間漫作一年期 인간만작일년기 사람들은 일 년 만에 만난다고 하는구나 七夕 칠석 李玉峰 이옥봉 烟霄微月澹長空 연소미월담장공 아득히 높은 하늘에 희미한 달 걸리고 銀漢秋期萬古同 은한추기만고동 은하에서의 가을 기약은 한결같은데 幾許歡情與離恨 기허환정여이한 기쁜 정과 서러운 이별은 얼마만인가 年年幷在此宵中 년년병재차소중 해마다 이 날 밤에는 함께 있구나 *이옥봉(李玉峰,?~1592) : 조선시대 유명한 여류시인. 옥봉은 그녀의 호이고 이름은 숙원(淑媛)이라 한다. 그녀의 시는 가림세고 부..

和佔畢齋田隱四時韻 (화점필재전은사시운) - 閔遇洙 (민우수)

和佔畢齋田隱四時韻 화점필재전은사시운 閔遇洙 민우수 점필재의 전은사시에 화운하다 谷風日日融餘雪 곡풍일일융여설 골바람이 날마다 불어 남은 눈을 녹이니 野燒放綠新春節 야소방록신춘절 푸른 풀 돋고 들이 불타듯 한 새 봄일세 向陽花木總麤俗 향양화목총추속 볕을 향한 꽃과 나무 모두 속되고 거친데 獨有瓊枝韻超絶 독유경지운초절 오직 매화 가지만이 운치가 빼어나구나 其二 두 번째 處士孤山不出家 처사고산불출가 처사는 고산에서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愛看籬落枝橫斜 애간리락지횡사 울타리에 늘어진 가지만 즐겨 바라보네 問君何事立如癡 문군하사립여치 그대 무슨 일로 바보처럼 섰는지 물으니 爲齅檀心香不邪 위후단심향불사 붉은 꽃의 좋은 향을 맡기 위해서라네 其三 세 번째 赤日當天烈如燬 적일당천렬여훼 붉은 해가 세차게 불타듯 하늘에 떴어..

七夕賦 (칠석부) - 金麟厚 (김인후)

七夕賦 칠석부 金麟厚 김인후 秋風颯以夕起 추풍삽이석기 저녁이 되니 소슬한 가을바람 일고 玉宇廓其崢嶸 옥우곽기쟁영 옥우는 높이 가파르게 둘러 있는데 瞻雲漢之昭回 첨운한지소회 밝게 돌아가는 은하수를 바라보니 感佳節之載名 감가절지재명 이름난 좋은 계절임을 느끼겠구나 念良匹之好會 념량필지호회 좋은 낭군과 좋은 만남을 생각하며 結幽期於歲晩 결유기어세만 저물녘의 그윽한 만남을 기약하고 披雲裳之陸離 피운상지륙리 아름다운 구름치마를 떨쳐입고서 駕蒼龍之蜿蜿 가창룡지완완 푸른 용을 타고 꿈틀거리며 가네 望天津而驟驅 망천진이취구 하늘 나루터를 바라보며 달려가서 云余濟乎靈橋 운여제호령교 나는 신령한 다리를 건너가려네 喜前途之漸邇 희전도지점이 앞길이 점차 가까워지니 즐겁고 欣美人之我邀 흔미인지아요 임이 나를 기다리시니 기쁘구나..

七夕記故事(칠석기고사) - 尹愭 (윤기)

七夕 又記故事成長篇 칠석 우기고사성장편 尹愭 윤기 칠석 또 고사를 적어 장편시를 지었다. 皎皎河漢淸欲瀉 교교하한청욕사 교교한 은하수는 맑아서 쏟아질 듯하고 離離瑤草綠堪把 리리요초록감파 푸른 요초는 손에 잡힐 듯이 늘어섰는데 河西牽牛參俱出¹⁾ 하서견우참구출 은하 서쪽에 견우성이 참성과 함께 뜨고 河東織女氐之下²⁾ 하동직녀저지하 은하 동쪽에는 직녀성이 저성 아래 뜨네 一水脉脉遙相望 일수맥맥요상망 강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멀리 바라보니 被譴何年兩分張 피견하년량분장 어느 해에 벌을 받아 양쪽으로 떨어졌나 一年一度恩命侈 일년일도은명치 한 해 한 번 만나는 은혜도 분에 넘치니 七月七日佳期當 칠월칠일가기당 칠월 칠일이 바로 아름다운 만날 날이네 鸞扇開時龍鳳駕³⁾ 난선개시용봉가 난선이 펼쳐질 때 용봉이 수레를 끌고 虹..

題靈塔四時景圖 (제영탑사시경도) - 金允植 (김윤식)

題靈塔四時景圖 紫泉老人所畵 제영탑사시경도 자천노인소화 金允植 김윤식 영탑사시경도에 적다. 자천노인이 그린 것이다. 봄 烟嵐迷古洞 연람미고동 연람이 자욱하게 낀 옛 골짜기에 瘦石帶花紅 수석대화홍 수척한 바위에 붉은 꽃이 둘렀네 惟有耕雲客 유유경운객 오직 구름을 경작하는 객이 있어 笑歌落晩風 소가락만풍 웃음과 노래가 저녁 바람에 흩어지네 여름 飛泉瀉丹壑 비천사단학 폭포가 나는 듯 붉은 골짝에 쏟아지고 宿雨滿穹林 숙우만궁림 밤새 많은 비가 깊은 숲에 가득 내렸네 憔悴誰家子 초췌수가자 초췌한 저 이는 어느 댁 사람인지 披簑澤畔吟 피사택반음 도롱이 걸치고 못가에서 읊조리고 있네 가을 烟霏斂將夕 연비렴장석 안개 걷히고 날은 저물어 가는데 山木盡秋聲 산목진추성 산의 나무들 모두 가을 소리 내네 石逕孤僧返 석경고승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