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18

南樓夕燈 (남루석등) - 車天輅 (차천로)

南樓夕燈 남루석등 車天輅 차천로  남루의 저녁 등불 八日觀燈舊俗存 팔일관등구속존초파일에는 관등하는 옛날 풍속이 있으니 南樓淸景萬家昏 남루청경만가혼남루 경관은 찬란하고 모든 집은 어둡구나 蓮花綴葉星光亂 련화철엽성광란가지에 달린 연꽃등이 별빛처럼 현란하고 龍腦飄香鶴燄繁 용뇌표향학염번용뇌는 향기를 풍기고 학염이 무성하구나天上月明疑不夜 천상월명의불야천상의 달처럼 밝아 밤 아닌 줄 착각하고 人間雪映欲無坤 인간설영욕무곤세상을 눈처럼 덮어 땅이 없어진 것 같네太平氣象看如此 태평기상간여차태평한 기상을 이와 같이 바라보았으니何似當年重上元 하사당년중상원그 당시의 중요한 상원과는 무엇이 같은가  ※龍腦飄香鶴燄繁(용뇌표향학염번) : 용뇌(龍腦)는 용뇌 향나무의 줄기에 함유한 유지의 결정체로 맛이 향기로운데, 여기서는 양초 타..

初夏獨吟 二首 (초하독음 이수) - 徐瀅修 (서형수)

初夏獨吟 二首   초하독음 이수     徐瀅修   서형수  초여름에 홀로 읊다   2수  艸屩簑衣滿四坪 초교사의만사평짚신에 도롱이 쓴 농부 온 들판에 가득하니 村南村北室如傾 촌남촌북실여경남촌 북촌 사람들 다 쏟아져 나온 듯하구나 鸎啼柳樾留春色 앵제류월류춘색꾀꼬리 우는 버들 그늘은 봄빛이 남아있고 鵲語松簷報晩晴 작어송첨보만청소나무 끝의 까치는 개인 저녁을 알려주네 天與耐窮愁不解 천여내궁수불해하늘이 곤궁을 참게 하니 시름 풀리지 않고人知忘世謗漸平 인지망세방점평사람은 세상 잊을 줄 알아 비방도 잦아드네 楞嚴卷盡香烟了 능엄권진향연료능엄경 읽기를 마치니 향연도 사그라들고怕走睡魔幾失明 파주수마기실명수마가 두려워 달아나다 실명할 뻔하였네 阿那律陀 多樂睡眠 如來訶云 咄咄胡爲睡 螺螄蚌蛤類 一睡一千年 不聞佛名字 那律於是徹..

初夏 (초하) - 李應禧 (이응희)

初夏   초하      李應禧   이응희초여름   四月南風至 사월남풍지사월이 되어 남풍이 불어오니 田家日正長 전가일정장농가에는 해가 정말 길어졌네提壺鳴近岸 제호명근안제호는 가까운 언덕에서 울고 布穀喚無方 포곡환무방뻐꾸기는 사방에서 소리치네農餉燒山蕨 농향소산궐농가는 양식으로 고사리를 삶고 蠶功掇陌桑 잠공철맥상누에 치려고 밭두둑의 뽕을 따네 衰年驚節序 쇠년경절서늙어 가며 계절 변화에 놀라니 雙鬢覺添霜 쌍빈각첨상양쪽 귀밑털에 서리만 늘었구나  ※提壺(제호) : 제호로(提壺蘆)라고 하는 새이다. 옛사람들은 이 새의 울음소리를 ‘호로록 피죽’으로 듣고 한자로 제호로(提壺蘆), 직죽(稷粥) 등으로 표현하였다. 한자로 제호로(提壺蘆)는 술병을 들라는 뜻이 된다. 구양수(歐陽修)의 제조(啼鳥)라는 시에 ‘꽃 위에 홀로..

夏日卽事 (하일즉사) - 李奎報 (이규보)

夏日卽事 二首 하일즉사 이수 李奎報 이규보  簾幕深深樹影廻 염막심심수영회나무 그늘 돌아드는 깊숙한 주렴장막에 幽人睡熟鼾成雷 유인수숙한성뢰깊은 잠든 은자의 코 고는 소리 요란하고日斜庭院無人到 일사정원무인도해 기우는 정원에는 오는 사람도 없는데 唯有風扉自闔開 유유풍비자합개오직 바람에 사립문만 절로 여닫히는구나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바람 부는 난간 대자리에 홑적삼으로 누웠다가夢斷啼鶯三兩聲 몽단제앵삼량성꾀꼬리 우는 두서너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니 密葉翳花春後在 밀엽예화춘후재봄 지난 뒤에도 무성한 잎에 가린 꽃은 남았고 薄雲漏日雨中明 박운루일우중명엷은 구름에 새어 나는 햇빛이 빗속에도 밝구나 夏日卽事 三首 하일 즉사 3수 李奎報 이규보   風曉床琴咽 풍효상금인아침 바람에 거문고도 목이 메이고 陰天柱礎津 음천주..

次韻 立夏翌日 (차운 입하익일) - 金尙憲 (김상헌)

次韻 立夏翌日 차운 입하익일 金尙憲 김상헌  입하 다음 날에 차운하다. 病起三更白髮臣 병기삼경백발신백발 신하 병들어서 삼경 밤에 일어나니 樓頭缺月半成輪 루두결월반성륜누각 위 이지러진 달 바퀴의 반만 채웠네 何家買醉他鄕酒 하가매취타향주타향 어느 집에서 술을 사 마시고 취하고 幾處追思昨日春 기처추사작일춘어디에서 지난날 봄 생각하며 그리워할까 長抱百年無限恨 장포백년무한한백 년 동안 끝없는 한을 길이 품고 있으니獨憐千里未歸人 독련천리미귀인멀리서 돌아가지 못한 사람만 애처롭구나 豊城紫氣干牛斗 풍성자기간우두풍성의 자색 기운이 우두성을 침범했으니誰遣雷生候及晨 수견뢰생후급신누가 뇌생을 보내어서 새벽까지 기다릴까 ※豊城紫氣干牛斗(풍성자기간우두) 誰遣雷生候及晨(수견뢰생후급신) : 뇌생(雷生)은 진(晉)나라의 뇌환(雷煥)을..

次立夏日有感韻 (차입하일유감운) - 金尙憲 (김상헌)

次立夏日有感韻   차입하일유감운     金尙憲   김상헌 입하일 유감 시의 운을 차운하다 炎帝其君火正臣 염제기군화정신 염제는 임금이고 화정은 그의 신하인데 縓幢絳節御朱輪 전당강절어주륜분홍 깃대 붉은 깃발로 해를 몰고 가네 葭灰一點先吹律 가회일점선취률갈대 재 한 점 먼저 율관 위에 날리고 梅雨三更斷送春 매우삼경단송춘삼경에 매우가 그쳐 봄날을 보내는구나 世路已忘天外客 세로이망천외객세상은 하늘가의 나그네를 이미 잊었고 韶華又負鏡中人 소화우부경중인소화 또한 거울 속의 사람을 저버렸네 愁邊只喜宵籌促 수변지희소주촉수심 속에 밤이 빨리 가는 것만 기뻐서 坐聽隣鷄早報晨 좌청린계조보신이른 새벽 이웃집 닭 우는 소리를 듣네  ※炎帝其君火正臣(염제기군화정신) : 염제(炎帝)는 고대 중국 신화에서 여름철을 맡은 신(神)이다...

初夏卽事 (초하즉사) - 徐居正 (서거정)

初夏卽事 초하즉사 徐居正 서거정   曲檻疎欞燕語慵 곡함소령연어용굽은 난간 트인 처마의 제비소리 게으르고 楊花撩亂透簾櫳 양화료란투렴롱버들 꽃이 요란하게 발 친 창을 통해 드네細君剪紵裁新服 세군전저재신복아내는 모시 베를 잘라서 새 옷을 짓는데 婢子穿針學細縫 비자천침학세봉계집종은 촘촘히 꿰매며 바느질을 배우네 屋頭初唱午鷄聲 옥두초창오계성지붕 꼭대기애서 낮닭이 울기 시작하고 庭院深深晝景淸 정원심심주경청깊숙한 정원의 낮 풍경이 맑기만 한데 稚子移書防燕汚 치자이서방연오아이는 제비가 더럽힐까 책을 옮겨놓고 老婆臨紙看蠶生 노파림지간잠생노파는 종이 옆에서 누에 생장 살피네

初夏 五首 (초하 오수) - 成俔 (성현)

初夏 五首 초하 오수 成俔 성현  초여름 다섯 수 風捲疏簾晝夢驚 풍권소렴주몽경바람이 발을 걷어 낮 꿈에서 놀라 깨니 床頭書籍亂從橫 상두서적란종횡책상 위 서적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네 黃鸝憐我苦岑寂 황리련아고잠적 적막하여 괴로운 내가 꾀꼬리도 불쌍해飛上庭柯啼一聲 비상정가제일성가지 위를 날면서 소리 내어 울어 주네  四月淸和暖氣融 사월청화난기융사월이라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한데도病身猶在土床中 병신유재토상중병든 몸은 아직도 온돌방 안에 있구나開牕喜快東南豁 개창희쾌동남활창 열고 동남쪽이 툭 트인 걸 기뻐하며 臥看飛鳶點太空 와간비연점태공누워서 하늘을 나는 한 점 솔개를 보네  落盡園花不賦詩 낙진원화불부시뜰에 꽃이 다 지도록 시를 짓지 못하니簡齋詩句豈余欺 간재시구기여기간재의 시구가 어찌 나를 업신여길까 病翁詩吻枯將涸..

雀舌 (작설) - 金時習 (김시습)

雀舌 작설 金時習 김시습 南國春風軟欲起 남국춘풍연욕기 남국의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오려 하니 茶林葉底含尖觜 다림엽저함첨자 차 숲의 잎 밑에도 뾰족한 부리 머금었네 揀出嫩芽極通靈 간출눈아극통령 무척 신령에 통한 어린 싹을 가려 뽑으니 味品曾收鴻漸經 미품증수홍점경 맛과 품격은 일찍이 홍점경에 수록되었네 紫筍抽出旗槍間 자순추출기창간 자순은 잎과 줄기 사이에서 뽑혀 나왔고 鳳餠龍團徒範形 봉병룡단도범형 봉병과 용단차는 모두 모양만 흉내 냈네 碧玉甌中活火烹 벽옥구중활화팽 불을 피워서 푸른 옥 다기로 달여 내니 蟹眼初生松風鳴 해안초생송풍명 물 끓는 거품이 생겨 솔바람처럼 울리네 山堂夜靜客圍坐 산당야정객위좌 산집의 고요한 밤에 손님들과 둘러앉아서 一啜雲膄雙眼明 일철운수쌍안명 운수차 한 모금 마시니 두 눈이 밝아지네 黨..

煮茶 二首 (자다 이수) - 金時習 (김시습)

煮茶 二首 자다 이수 金時習 김시습 차를 끓이며 松風輕拂煮茶煙 송풍경불자다연 솔바람이 차 끓이는 연기를 가볍게 흔들어 褭褭斜橫落澗邊 뇨뇨사횡락간변 시냇가를 하늘거리며 비껴 가로지르는구나 月上東窓猶未睡 월상동창유미수 동창에 달 떠 올라도 오히려 잠 못 이루어 挈甁歸去汲寒泉 설병귀거급한천 작은 병들고 샘물을 길러 갔다가 돌아오네 自怪生來厭俗塵 자괴생래염속진 속세를 싫어하며 살아오니 스스로 괴이하여 入門題鳳已經春 입문제봉이경춘 문에 들어가 봉자 쓰니 이미 청춘이 다 갔네 煮茶黃葉君知否 자다황엽군지부 황엽 차 끓이는 걸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却恐題詩洩隱淪 각공제시설은륜 숨어 살며 시 쓰는 일을 누가 알까 두렵네 ※題鳳(제봉) : 진(晉) 나라 혜강(嵇康)과 여안(呂安)은 서로 절친한 사이였는데, 한 번은 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