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悲淸秋賦 화비청추부 崔岦 최립
비청추부에 화운하다.
紛四時兮若逝川 분사시혜약서천
사계절이 흘러가는 물처럼 지나가면서
乍湍激以流湲 사단격이류원
급히 흐르다가 갑자기 천천히 흐르듯이
胡余當此春日 호여당차춘일
어찌하여 나는 지금 봄날을 맞이하여
悽忽感夫秋天 처홀감부추천
홀연히 처량하게 가을 기분을 느끼는가
若登山臨水送將歸兮 약등산임수송장귀혜
등산임수송장귀를 읊은 심정이 이러하구나
況余去故國之四千 황여거고국지사천
더구나 나는 고국을 사천 리나 떠나온 신세이니
于時日轉空館 우시일전공관
이때 해는 객사 위를 넘어가서
墻高易沒 장고이몰
높은 담장 위로 쉽게 가라앉고
晨起瞻瓦 신기첨와
아침에 일어나서 기와를 쳐다보니
疑霜是月 의상시월
달빛이 서리처럼 희게 내려앉았네
時假寐而得夢 시가매이득몽
가끔 낮잠을 자며 꿈을 꾸게 되면
渺關山之獨越 묘관산지독월
아득한 관산을 홀로 넘어가는구나
邑無煙兮歲無秋 읍무연혜세무추
추수를 못해 마을에는 연기도 사라지고
問家室兮塗謬悠 문가실혜도류유
집안 소식 물어봐도 황당하여 괴롭구나
惡復在夫三韓 악부재부삼한
재난이 반복되는 우리나라 삼한이
是方丈及瀛洲 시방장급영주
곧 방장과 영주라 할 수 있는데
擧接目之如玆 거접목지여자
눈길 닿는 곳마다 모두 이와 같으니
孰非秋使余憂 숙비추사여우
가을이 나를 우울하게 한 것만은 아니네
歸去來兮帝鄕不可以懷些 귀거래혜제향불가이회사
돌아 가세, 중국 땅에 조금도 마음 둘 일 없으니
吾將歸骨於狐丘 오장귀골어호구
나 이제 고향 땅에 돌아가 뼈를 묻으리라
※若登山臨水送將歸兮(약등산임수송장귀혜) : 서글픈 가을의 정경을 읊은 초(楚) 나라 송옥(宋玉)의 심경이 연상된다는 말이다. 송옥(宋玉)의 구변(九辯) 첫머리에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초목의 잎이 떨어지고 시들어 쓸쓸하구나. 먼 길 떠난 길손처럼 처량하여, 산에 올라 물 굽어보며 귀향객 보내는 듯하네. [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 憭兮若在遠行 登山臨水兮送將歸]’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假寐(가매) : 잠자리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잠을 잠. 거짓으로 자는 체함. 궁중(宮中)에서, ‘낮잠’을 이르던 말.
※方丈及瀛洲(방장급영주) : 방장(方丈)과 영주(瀛洲)는 봉래(蓬萊)와 함께 진시황(秦始皇)이 서불(徐市)을 시켜 불로초(不老草)를 찾게 한 삼신산(三神山)이다. 전하여 신선이 사는 곳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가 곧 그곳이라는 의미이다.
※帝鄕(제향) : 황제가 살고 있는 곳. 곧 중국을 의미한다.
※狐丘(호구) : 여우 굴이 있는 언덕. ‘여우도 죽을 때 제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죽는다. [狐死首丘]’ 하여 고향을 의미한다.
*최립(崔岦, 1539~1612) :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 대 중국 외교문서 작성의 제1인자로 임진왜란 때는 여러 번 명(明)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원조 교섭을 했다. 자는 입지(立之), 호는 간이(簡易) 동고(東皐)
【이 부(賦)는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인 간이(簡易) 최립(崔岦)이 임진왜란 때 명(明)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원조 교섭을 하며 이역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전란으로 피폐한 고국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백(李白)의 비청추부(悲淸秋賦)를 화운(和韻)하여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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