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청추부(悲淸秋賦)는 이백(李白)이 시인으로서는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졌으나, 정치인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정쟁에 휘말려 귀양 가던 도중 사면되어 구의산(九疑山)에서 지었다고 한다. 맑은 가을 풍경에 고향은 멀어서 가지 못하고, 나라를 위해 큰 정치를 펴고 싶어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심정을 맑은 가을을 슬퍼하는 노래로 읊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시인 최립(崔岦) 신흠(申欽) 신광한(申光漢) 민제인(閔齊仁) 조관빈(趙觀彬) 등이 이백(李白)의 비청추부(悲淸秋賦)를 화운(和韻)하였는데, 이들 중 최립(崔岦)은 임진왜란 중 중국에 사신으로 가서 조국을 걱정하며 화운(和韻)하였고, 신흠(申欽) 신광한(申光漢) 민제인(閔齊仁) 조관빈(趙觀彬) 등은 모두 정쟁(政爭)으로 유배 생활을 하면서 맑은 가을의 슬픔을 노래하였다.
悲淸秋賦 비청추부 李白 이백
맑은 가을을 슬퍼하는 노래
登九疑兮望清川 등구의혜망청천
구의산에 올라 푸른 냇물을 바라보니
見三湘之潺湲 견삼상지잔원
잔잔히 흐르는 세 줄기 상수가 보이는구나
水流寒以歸海 수류한이귀해
차가운 강물은 흘러서 바다로 돌아가고
雲横秋而蔽天 운횡추이폐천
가을을 가로지른 구름은 하늘을 가리는데
余以鳥道計于故鄉兮 여이조도계우고향혜
나는 새가 다니는 길로 고향을 가려고 해도
不知去荊吳之幾千 부지거형오지기천
형오에서 가면 몇천 리나 되는지 모르겠네
于時西陽半規 우시서양반규
이때 지는 해는 반쯤 가려진 채로
映島欲沒 영도욕몰
물에 잠기려 하며 섬들을 비추는데
澄湖練明 징호련명
맑은 호수가 비단처럼 밝아지면서
遙海上月 요해상월
먼 바다에서 달이 떠오르는구나
念佳期之浩蕩 염가기지호탕
생각하니 가인과의 만남이 아득히 멀어
渺懷燕而望越 묘회연이망월
아득한 연 땅을 생각하며 월 땅을 바라보네
荷花落兮江色秋 하화락혜강색추
강에 가을빛이 드니 연꽃이 떨어지고
風嫋嫋兮夜悠悠 풍뇨뇨혜야유유
산들바람 부는 밤은 길기만 하네
臨窮溟以有羨 임궁명이유선
먼바다에 가서 고기를 탐내기보다는
思釣鼇於滄洲 사조오어창주
창주에서 자라 잡을 생각을 하지만
無脩竿以一舉 무수간이일거
한 번에 들어 올릴 낚싯대가 없으니
撫洪波而增憂 무홍파이증우
큰 파도를 어루만지며 근심만 더하네
歸去來兮人間可以托些 귀거래혜인간가이탁사
돌아가야지 인간 세상에 의탁할 수도 있겠지만
吾將采藥于蓬丘 오장채약우봉구
나는 봉래산 언덕에서 약초나 캐야지
※九疑(구의) : 구의(九疑)는 구의산(九疑山)으로, 지금의 호남성 영원현(寧遠縣) 남쪽에 있으며, 순임금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한다.
※三湘(삼상) : 호남 경내의 원상(沅湘), 소상(瀟湘), 증상(蒸湘)을 말하는데, 바로 구의산 아래에서 물이 돌아 흘러서 모인다.
※鳥道(조도) : 나는 새만이 겨우 넘을 수 있는 산속의 험한 길.
※荊吳(형오) : 형(荊)은 중국 장강(長江) 유역의 춘추시대 초(楚) 나라의 별명이고, 오(吳) 역시 장강(長江) 하류 유역의 춘추시대 나라 이름이다. 이백(李白)의 고향은 지금의 쓰촨[泗川] 성인 촉(蜀) 땅이라는 설과 멀리 서역(西域)의 이민족(異民族) 출신이라는 설이 있다.
※西陽半規(서양반규) : 서양(西陽)은 서쪽으로 지는 해를 말하고, 반규(半規)는 반원(半圓)으로 태양이나 달의 반쯤 남은 부분을 비유한다.
※澄湖練明(징호연명) : 맑은 호수가 비단처럼 밝은 것. 중국 남조 제(齊)의 문학가 사조(謝脁)는 ‘남은 저녁놀 흩어지며 비단을 이루고, 맑은 강물은 깨끗하기가 명주 같구나. [餘霞散成綺 澄江淨如練]’라고 읊었다.
※念佳期之浩蕩(염가기지호탕) : 가기(佳期)는 가인(佳人)과의 기약이라는 뜻으로, 여기서 가인(佳人)은 임금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호탕(浩蕩)은 아주 넓어서 끝이 없다는 뜻이니, 언제 임금이 불러 줄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인 듯.
※渺懷燕而望越(묘회연이망월) : 이백의 고향이 서촉(西蜀)에 있고 형오(荊吳)는 동쪽에 있으며, 연(燕) 땅
은 북쪽이고 월(越) 땅은 남쪽이므로 멀리서 고향땅을 생각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臨窮溟以有羨(임궁명이유선) 思釣鼇於滄洲(사조오어창주) : 유선(有羨)은 한서(漢書) 동중서전(董仲舒傳)에 ‘옛사람의 말에 연못가에서 물고기를 탐내기보다는 물러나서 그물을 짜는 것이 낫다. [古人有言 臨淵羨魚 不如退而結網]’고 한 데서 유래하여 물고기를 탐내는 것을 말하고, 조오(釣鰲)는 자라를 낚는다는 뜻으로 호탕한 행동이나 원대한 포부를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사소한 일보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자 하는 포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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