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廬 八首 전려 팔수 黃景源 황경원
시골집 8수
田廬非遠郊 전려비원교
시골집이 멀리 교외에 있지 않아도
猶有林壑趣 유유임학취
오히려 숲속 골짜기의 정취가 있네
淸谿六七里 청계육칠리
맑은 시냇물이 육칠 리나 흐르고
雲滿山中路 운만산중로
산길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네
高齋遶層嶂 고재요층장
높은 층층 봉우리가 재실을 둘렀고
下臨冬靑樹 하림동청수
아래로 푸른 나무들이 굽어 보이네
勺藥榮北階 작약영북계
북쪽 섬돌에는 작약이 활짝 피었고
梧桐拂西圃 오동불서포
오동은 서쪽 채마밭을 덮어 가렸네
念昔華陽叟 염석화양수
생각하니 예전에 화양 어르신께서
信宿孤邨暮 신숙고촌모
외딴 마을에서 이틀 밤을 묵으셨지
墨澤秪今存 묵택지금존
그때 필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
德音誠可慕 덕음성가모
훌륭한 말씀이 참으로 그리워지네
嗟嗟外王父 차차외왕부
아아 나의 외조부께서는
弱齡侍杖屨 약령시장구
어릴 적 내가 모시고 수발을 들 때
爲余誦餘訓 위여송여훈
남기신 가르침을 내게 읊어주시며
晨夕以申諭 신석이신유
아침저녁으로 거듭 깨우쳐 주셨네
其二 두 번째
茅棟負西峰 모동부서봉
초가집이 서쪽 봉우리를 등에 지고
翠柏立其庭 취백립기정
푸른 잣나무가 그 마당에 서 있네
下橫一片石 하횡일편석
그 아래 한 바위 하나가 가로놓여
可以望天星 가이망천성
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수가 있구나
檀樹在東籬 단수재동리
동쪽 울타리에 박달나무가 서 있어
異香滿窻櫺 이향만창령
뛰어난 향기가 창문에 가득하구나
栗林繞北楹 율림요북영
밤나무 숲이 북쪽 난간을 에워싸고
淸露透門屛 청로투문병
맑은 이슬이 문 가리개에 스며드네
春深百花繁 춘심백화번
깊은 봄에는 온갖 꽃이 활짝 피고
垂柳遠靑靑 수류원청청
저 멀리에 늘어진 버들이 푸르구나
扶杖下南溪 부장하남계
지팡이 짚고 남쪽 시내로 내려가니
夕氣正冥冥 석기정명명
저녁 기운이 바로 어둑어둑해지네
昇月林際來 승월림제래
달이 떠 올라서 수풀 끝에 와 있고
歸雲亦已停 귀운역이정
돌아가던 구름 또한 이미 멈추었네
潛思古文妙 잠사고문묘
옛글의 절묘함을 곰곰이 생각하며
永夜一燈熒 영야일등형
등불 하나 밝히고 긴 긴 밤 보냈네
莠辭徧天下 유사편천하
쓸데없는 말들만 천하에 퍼졌으니
正聲竟誰聽 정성경수청
끝내 누구에게 바른 소리 듣겠는가
盛世不可攀 성세불가반
태평성세에는 올라갈 수가 없어서
悄然掩柴扃 초연엄시경
사립문을 닫아거니 서글프구나
其三 세 번째
朝日照茅屋 조일조모옥
아침 햇살이 초가집을 비출 때
曰余始降時 왈여시강시
비로소 내가 태어났다고 하네
井竈尙猶昔 정조상유석
우물과 부엌은 역시 예와 같고
砧杵亦不移 침저역불이
다듬이와 절구도 그대로 있네
父兮寢疾病 부혜침질병
아버지는 병으로 누워계시면서
對余輒怡怡 대여첩이이
나를 대하면 늘 기뻐하셨지만
少婢誚余日 소비초여일
젊은 여종이 나를 꾸짖을 때는
正容謂可笞 정용위가태
정색을 하고 볼기를 친다 했지
前林有火光 전림유화광
어느 날 앞 숲에 불빛이 나고
羣盜入山籬 군도입산리
도적 떼가 울 안에 쳐들어오니
母兮驚夜步 모혜경야보
어머니는 놀라 밤중에 걸어서
負余上嶺巇 부여상영희
나를 업고 험한 고개를 올랐네
空谷無人跡 공곡무인적
골짝이 비고 사람 자취 사라져
於焉免憂危 어언면우위
이윽고 근심과 위기를 면하니
每懷父母心 매회부모심
매번 부모님이 그리워질 때마다
安得不涕洟 안득불체이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其四 네 번째
東園有喬松 동원유교송
동쪽 뜰에 서있는 키 큰 소나무는
特立如張盖 특립여장개
우뚝 선 모습이 펼친 일산 같구나
高齋一以眺 고재일이조
서재에서 높이 바라다볼 때마다
碧柯生夕靄 벽가생석애
푸른 가지에 저녁노을이 생겨나네
明月昇其巓 명월승기전
밝은 달이 그 꼭대기에 떠오르면
幽韻徧林外 유운편림외
그윽한 운치 숲 너머 두루 퍼지네
朔風不能折 삭풍불능절
모진 북풍마저도 꺾지를 못했으니
乃知蟠根大 내지반근대
땅속에 뻗친 뿌리가 큰 줄 알겠네
長養良已久 장양양이구
오랫동안 잘 기르고 잘 키웠으니
霜雪亦無奈 상설역무내
서리와 눈도 어찌할 수가 없구나
將見百年後 장견백년후
장차 백 년 후에도 보게 된다면
繁陰成叢薈 번음성총회
우거져서 무성하게 되어 있으리라
其五 다섯 번째
秉耒遵南畆 병뢰준남무
쟁기 들고 남쪽 이랑을 따라가니
在昔以爲高 재석이위고
예전에는 높다고만 여겨왔었는데
世世事新畬 세세사신여
대대로 따비밭이나 일궈온 처지에
何必耻蓬蒿 하필치봉호
어찌 쑥대밭을 부끄러워해야 하나
春雨夜云足 춘우야운족
밤사이 봄비 흡족히 내렸다 하니
石田便可薅 석전편가호
자갈밭도 편하게 김맬 수 있겠네
臺笠老農夫 대립노농부
늙은 농부는 왕골 삿갓을 쓰고
牽牛上平臯 견우상평고
소 몰고 평평한 언덕으로 오르니
長婦盤盂饋 장부반우궤
큰 며느리 반우에 새참을 내가고
少婦筐筥操 소부광거조
작은 며느리 광주리 들고 가는데
稚子踵其後 치자종기후
아이는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小厖繫鈴絛 소방계령조
삽살개 목에는 방울이 매달렸네
忽見山外客 홀견산외객
문득 산 밖에 나그네가 보이더니
歸自廣陵舠 귀자광릉도
광릉에서 거룻배를 타고 왔다네
爲傳朝右事 위전조우사
나에게 조우의 일을 전해주는데
寸舌誅且褒 촌설주차포
혓바닥으로 죽였다 살렸다 하네
田家無是非 전가무시비
농가에서는 시빗거리가 없었는데
不意斯人遭 불의사인조
뜻하지 않게 이 사람을 만났으니
長歌黍稷天 장가서직천
오곡 익는 시절을 길게 노래하며
傾我榼中醪 경아합중료
내 술통 속의 막걸리를 기울이네
其六 여섯 번째
孤墳在朝陽 고분재조양
외로운 무덤에 아침 햇살 비치니
云是古人葬 운시고인장
옛사람이 묻힌 곳이라 하는구나
馬鬣猶不改 마렵유불개
무덤은 그대로 손질이 되지 않고
秋柏秪自壯 추백지자장
가을철 잣나무만 마냥 무성하네
吾聞萬曆世 오문만력세
내가 듣기로는 만력제의 시대에
八年勞諸將 팔년노제장
팔 년 동안 고생한 여러 장졸들이
或由巴蜀來 혹유파촉래
어떤 사람은 파촉 지방에서 왔고
或自荊楚倡 혹자형초창
혹은 형초 지방에서 일어나 왔네
野戰不死兵 야전불사병
야전에서 싸우다 죽지 않았으면
海防必死瘴 해방필사장
바다를 지키다 병으로 죽었다네
遺骸未得歸 유해미득귀
그 유해가 돌아가지도 못하고
瘞此靑谿嶂 예차청계장
이곳 푸른 계곡 봉우리에 묻혔네
寒食誰來祭 한식수래제
한식날 누가 와서 제를 지내는지
風雨滿冢上 풍우만총상
무덤 위에는 비바람만 몰아치고
石羊不可見 석양불가견
무덤가에 석양은 보이지도 않고
樵童但悽愴 초동단처창
다만 초동들만 서글퍼 하는구나
其七 일곱 번째
姑洗三月交 고세삼월교
고선에 해당하는 삼월이 다가오니
靈雨浴桑葉 영우욕상엽
단비가 내려서 뽕잎을 씻어내네
鳩鳴日方遲 구명일방지
해가 길어지니 뻐꾸기 울어대고
白蘩風正協 백번풍정협
하얀 쑥에 바람이 조화롭게 부네
微行二女子 미행이여자
오솔길에는 두 명의 여인네가
執筐散輕屧 집광산경섭
광주리 끼고 가볍게 걸어가며
雙手攀遠揚 쌍수반원양
뻗친 가지를 두 손으로 거머잡고
斧斨左右挾 부장좌우협
도끼를 양 겨드랑이에 끼고 있네
繭絲倐已成 견사숙이성
누에고치 실은 벌써 뽑아 놓았고
織紝何其捷 직임하기첩
길쌈 일도 얼마나 빨리 마쳤는지
莫謂山家貧 막위산가빈
산골 집이 가난하다 말하지 말게
純帛且盈笈 치백차영급
검은 비단이 상자에 가득 찼다네
其八 여덟 번째
谷口林木深 곡구임목심
골짜기 입구의 수풀이 무성하여
泉流日夜淸 천류일야청
샘물이 밤낮으로 맑게 흘러가네
石氣雖不白 석기수불백
바위 빛이 비록 깨끗하지 않으나
棊置川上平 기치천상평
평평한 냇가에 바둑판을 놓았네
西望千仞峰 서망천인봉
서쪽을 보니 천 길의 봉우리들이
雲際鬱崢嶸 운제울쟁영
구름 사이에 가파르게 솟아있고
迢迢釋氏居 초초석씨거
저 멀리 스님이 사는 암자에서
風送暮磬聲 풍송모경성
저녁 바람에 경쇠소리 실려오네
伯舅馴豪鷹 백구순호응
큰 외숙은 사나운 매 길들이느라
前巖候雉鳴 전암후치명
바위 앞에서 꿩 울기를 기다리고
季舅緤猛犬 계구설맹견
막내 외숙은 맹견의 고삐를 잡고
中田伺麕行 중전사균행
밭 가운데 지나는 노루를 엿보네
縱獵養高堂 종렵양고당
마음껏 사냥하여 부모님 봉양하고
篤行感神明 독행감신명
독실히 행하여 신명을 감응시키리
怡愉以終世 이유이종세
즐거운 마음으로 한 세상을 마치며
但求子職成 단구자직성
자식 직분 다하기만 바랄 뿐이네
※華陽叟(화양수) : 충북 괴산에 있는 화양동에 은거하며 학문을 연마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을 말한다.
※信宿(신숙) : 이틀 밤. 이틀 밤을 계속 머무르다.
※外王父(외왕부) : 외할아버지.
※杖屨(장구) : 지팡이와 짚신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이름난 사람이 머물러 있던 자취를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餘訓(여훈) :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의 가르침을 말한다.
※新畬(신여) : 따비밭(따비로나 갈 만한 좁은 밭). 새로이 개간한 밭. 잡초(雜草)를 불살라 일군 밭.
※盤盂(반우) : 소반(小盤)과 밥그릇을 함께 일컫는 말.
※朝右(조우) : 조정(朝庭)의 오른쪽이라는 의미로 조정의 고관(高官)을 말하는 듯하다.
※馬鬣(마렵) : 馬鬣墳(마렵분). 무덤의 별칭이다.
※萬曆世(만력세) : 명(明) 나라 말(末)의 만력(萬曆) 연간(1573~1619)을 말한다. 여기서는 뒤 구절의 팔 년 노제장(八年勞諸將)과 연계하여 임진란(壬辰亂, 1592~1598) 때를 말한다.
※八年勞諸將(팔년노제장) : 임진란(壬辰亂) 때 조선에 파병된 명(明) 나라 장졸들을 말한다.
※石羊(석양) : 왕릉이나 무덤 주변에 세워 놓은, 돌로 만든 양 모양의 조각물.
※姑洗(고선) : 동양(東洋) 음악(音樂)에서, 십이율(十二律)의 다섯째 음(音). 육률(六律)의 하나로 방위(方位)는 진(辰), 절후(節候)는 음력(陰曆) 3월에 해당(該當)한다..
※靈雨(영우) : 영우(靈雨)는 단비란 뜻으로 군왕의 은택을 비유한다. 시경(詩經) 용풍(鄘風) 정지방중(定之方中)에 ‘단비가 이미 내리니 저 수레꾼에게 명하여, 별을 보고 새벽 수레에 타고, 뽕나무밭에 머무네 〔靈雨既零 命彼倌人 星言夙駕 說於桑田〕’라고 하였다.
※鳩鳴日方遲(구명일방지) 白蘩風正協(백번풍정협) : 구(鳩)는 시구(鳲鳩)로 뻐꾸기를 말한다. 시경(詩經) 조풍(曹風) 시구(鳲鳩)에 ‘뻐꾸기가 뽕나무에 있으니, 그 새끼가 일곱이로다. 〔鳲鳩在桑 其子七兮〕’라고 하였다. 또,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봄날 햇볕이 따뜻해져, 꾀꼬리가 울거든, 아가씨는 좋은 광주리를 들고, 저 오솔길을 따라 부드러운 뽕잎을 따고, 봄에 해가 길어지면, 흰 쑥을 많이 캐기도 하니. 〔春日載陽 有鳴倉庚 女執懿筐 遵彼微行 爰求柔桑 春日遲遲 采蘩祁祁〕’라고 하였다.
※雙手攀遠揚(쌍수반원양) 斧斨左右挾(부장좌우협) : 원양(遠揚)은 위로 멀리 뻗은 가지를 말한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누에 치는 달에 가지 치기를 하는데, 저 도끼를 가지고, 멀리 뻗어 난 가지는 베고, 저 여린 뽕은 잎만 따느니라. 〔蠶月條桑 取彼斧斨 以伐遠揚 猗彼女桑〕’라고 하였다.
※純帛(치백) : 치백(純帛)은 검은 비단으로 장가들 때 신부에게 납폐(納幣)로 보내는 최상품의 비단이다. ‘純’은 검은 비단 ‘치’로 읽는다.
*황경원(黃景源, 1709~1787) : 조선후기 홍문관제학, 대제학,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예학자(禮學者). 자는 대경(大卿), 호는 강한유로(江漢遺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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